호랑이 기운이 솟아나는 홍상삼(사진=엠스플뉴스)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는 홍상삼(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대구]

여전히 볼 비율도 높고 볼넷 허용도 많은데 결과는 이전과 180도 달라졌다. 호랑이 유니폼을 입은 홍상삼이 KIA 타이거즈 불펜의 새 믿을맨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맷 윌리엄스 감독은 불펜으로 보직을 바꾸면서 구위가 좋아진 걸 비결로 꼽았다.

7월 16일 현재 홍상삼은 16경기에 등판해 15.2이닝 1승 2패 3홀드 평균자책 1.72로 페이스가 좋다. 커리어하이 시즌인 2012년과 2013년 이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는 중이다. 6월 16일 NC전부터 11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 보직도 1군 콜업 초기 롱릴리프에서 점차 중요도 높은 상황에 나오고 있다. 15일 삼성전에선 한 점 차로 뒤진 6회말 2사 1루에 등판해 7회까지 1.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역전승의 발판을 놨다.

고질적 약점인 제구 불안을 해소한 덕분일까. 그런데 세부 지표를 살펴보면 홍상삼의 제구력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9이닝당 볼넷 9.19개로 1이닝당 1개꼴로 볼넷을 내줬다. 통산(5.42개)은 물론 올해 이전 가장 볼넷 허용률이 높았던 2014년(8.57개)보다도 볼넷 비율이 높다. 스트라이크와 볼의 비율도 53.8대 46.2로 최악의 부진에 시달린 지난 4년간보다 오히려 스트라이크 비율이 낮아졌다. 홍상삼은 여전히 안정적인 제구와는 거리가 먼 투수다.

그런데도 홍상삼이 잘 던지는 비결은 뭘까. 윌리엄스 감독은 16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불펜으로 보직을 변경하면서 속구 구위가 좋아졌다”고 진단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선발투수일 때는 에너지 소모가 큰 만큼 체력을 비축해가며 던질 필요가 있다. 그러나 1, 2이닝 정도를 맡는 불펜에서는 자신이 가진 힘을 한 번에 100% 발휘할 수 있다. 그래서 속구 구속도 더 나오고, 구위 자체가 전보다 훨씬 좋아졌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달라진 멘탈도 비결이다. 홍상삼은 최근 인터뷰에서 “전 소속팀인 두산에선 ‘트라우마’가 항상 떠올랐는데 KIA에선 그런 요소 없이 좋은 기억만 쌓이는 듯싶다. 장타가 나올 수 있으니까 오히려 볼넷 허용도 괜찮다고 생각하며 던진다. 위기 상황에서 삼진을 더 잡고 싶은 마음”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과거 홍상삼은 볼넷으로 주자를 쌓은 뒤 홈런으로 대량실점하는 장면을 자주 연출했다. 그러나 올해는 9이닝당 피홈런이 0.57개로 통산(1.24개)보다 크게 줄었다. 볼넷이 증가한 대신 홈런 허용이 줄어든 효과다. 또 위기 상황을 삼진으로 마무리하는 장면도 자주 나온다. 올해 홍상삼의 9이닝당 탈삼진은 16.09개로 통산(8.25개)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삼진을 잡아내고 있다.

홍상삼의 활약과 함께 KIA는 더욱 두텁고 안정적인 뒷문을 구축했다. 홍상삼에서 출발해 박준표-전상현으로 이어지는 뒷문이 믿음직하다. 여기에 기존 마무리 문경찬도 오늘 경기 전 불펜피칭을 시작해 주말 광주 홈 3연전 1군 복귀를 앞두고 있다. ‘박-전-문 트리오’에서 ‘홍-박-전-문’ 4인조 그룹으로 재결성을 앞둔 KIA 뒷문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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