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6승째를 올린 한현희(사진=키움)
시즌 6승째를 올린 한현희(사진=키움)

[엠스플뉴스=고척]

리그 정상급 에이스 투수는 포수를 가리지 않는다. 어떤 포수와 호흡을 맞춰도 평균 이상 투구를 보여줘야 에이스다. 하지만 모든 투수가 다 그럴 수 있는 건 아니다. 호흡이 잘 맞는 포수와 배터리를 이뤘을 때 더 좋은 피칭을 하는 투수가 분명 있다. 키움 히어로즈 사이드암 한현희에겐 바로 주효상이 궁합 잘 맞는 포수다.

올 시즌 선발투수로 돌아온 한현희는 첫 11경기에서 3승 4패 평균자책 6.87로 크게 부진했다. 최고 148km/h의 무시무시한 강속구를 던지지만 55이닝 던질 동안 무려 80개의 안타를 얻어맞았다. 피안타율도 0.342에 달했다. 7월 1일 두산전에선 1.2이닝 11피안타 10실점, 13일 KIA전에서도 2이닝 8피안타 7실점으로 난타당했다.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존안에 욱여넣는 투구 스타일이 타자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된 탓이다.

결국 손혁 감독이 칼을 꺼냈다. 지난달 18일 SK전부터 한현희 담당 포수를 박동원에서 주효상으로 교체했다. 한현희는 선발투수로 활약한 2018시즌 팀내 포수 가운데 주효상과 가장 많은 19경기 105이닝 동안 호흡을 맞췄고 평균자책 4.54로 비교적 좋은 성적을 낸 바 있다.

공교롭게 이번에도 주효상과 호흡을 맞춘 뒤부터 한현희의 투구내용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18일 SK전 6.2이닝 4피안타 7탈삼진 1실점 승리투수, 25일 롯데전에서도 6.2이닝 동안 6피안타 10탈삼진을 기록했다. 비록 5실점 하며 패전투수가 됐지만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31일 삼성전도 5이닝 2실점으로 잘 던져 승리투수. 이날도 5이닝 동안 피안타 4개로 이닝보다 적은 안타만 내줬다. 7월 초까지 나오는 경기마다 무더기 안타를 맞으며 불안한 투구를 이어가던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진 한현희다.

8월 첫 등판인 6일 고척 KT 전에서도 찰떡궁합 배터리의 활약은 이어졌다. 이날 한현희는 KT 강타선을 상대로 7이닝 동안 단 4안타만 맞고 볼넷 없이 5탈삼진 2실점으로 잘 던졌다. 내준 점수는 1회 멜 로하스에게 맞은 2점 홈런뿐. 좌타석에 선 로하스를 겨냥해 던진 체인지업이 가운데 몰리는 실투가 됐고, 로하스는 이를 놓치지 않고 담장 밖으로 날렸다.

불주사 한 방을 맞은 뒤론 탄탄대로였다. 한현희는 이날도 최고 148km/h 강속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로 KT 타선을 잠재웠다. 여전히 전체 투구의 60% 이상을 속구로 던지는 피칭은 여전했지만, 시즌 초반처럼 무모할 정도로 공격적이진 않았다. 스트라이크 52구에 볼 34구로 스트라이크 비율이 시즌 평균보다 낮았다. 가운데로 몰리는 공을 줄이고 신중한 승부를 펼치자, 제대로 맞은 정타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2회를 삼자범퇴로 막은 한현희는 3회초 선두 심우준에게 2루타를 맞았지만 후속 타자 셋을 차례로 잡고 위기를 넘겼다. 4회에도 삼자범퇴, 5회엔 1사 후 실책과 안타로 맞은 위기에서 조용호-황재균을 연속 삼진으로 잡고 실점 없이 막아냈다. 그 사이 키움은 4회말 김웅빈의 희생플라이와 박병호의 동점포로 2대 2 동점을, 5회말 박준태의 2루타에 이은 진루타로 3대 2 역전에 성공했다.

6회말 KT 중심타선을 삼자범퇴로 잠재운 한현희는 7회에도 올라와 세 타자를 차례로 잡은 뒤 8회부터 안우진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최종 성적은 7이닝 4피안타 5탈삼진 2실점. 키움은 8회 안우진-이영준이, 9회 조상우가 무실점으로 이어 던져 3대 2 한 점 차 승리를 거뒀다. 한현희는 시즌 6승째(5패), 주효상과 호흡을 맞춘 4경기에서 3승 1패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4경기 평균자책도 3.55로 시즌 성적(5.83)보다 월등히 좋은 기록이다.

이날 경기 전 손혁 감독은 “한현희가 주효상과 배터리를 이룬 경기에선 고개를 거의 흔들지 않는다. 효상이가 현희 공을 갖고 어떻게 하면 빨리 유리한 카운트로 끌고 갈지 잘 아는 것 같다”며 “한현희도 고민이 많은 스타일인데 주효상 얘기를 잘 듣는 편”이라 했다.

손 감독은 “좋은 볼배합을 해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데, 주효상과 배터리를 이룬 경기에서 6이닝을 꾸준히 던져주고 있다”며 만족감을 보였다. 손 감독은 경기 후에도 “오늘 한현희가 좋은 투구를 해줘서 경기를 잘 풀어갈 수 있었다. 결정구로 사용한 슬라이더의 움직임이 좋았다”며 “주효상이 투수들이 편안하게 던질 수 있도록 투수 리드를 잘 해줬다”고 ‘찰떡 배터리’를 칭찬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pc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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