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외국인 투수 브룩스, 8이닝 1실점 완벽투로 4연패 탈출 이끌어

-‘파이브 피치’ 모든 구종 구사가 완벽한 브룩스, 빈틈이 전혀 안 보인다

-브룩스 “전반기 동안 KBO리그 타자 파악, 더 공격적으로 대결하겠다.”

-‘탈KBO급’ 활약에 미국·일본 관심 쏟아지는 분위기 “재계약 쉽지 않을 수도”

올 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돋보이는 외국인 투스는 단연 KIA 에런 브룩스다(사진=KIA)
올 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돋보이는 외국인 투스는 단연 KIA 에런 브룩스다(사진=KIA)

[엠스플뉴스=광주]

이 선수는 정말 ‘찐’이다. KIA 타이거즈 투수 에런 브룩스에겐 ‘급이 다르다’이라는 찬사가 가장 잘 어울린다. 브룩스는 구위와 제구, 속구 구속과 이닝 소화 능력까지 모든 부분에서 완성형 투수로 평가받는다. 게다가 긴 연패에도 팀 승리를 가져다줄 특급 에이스 역할까지 도맡았다.

8월 6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 그라운드를 지배한 선수도 바로 브룩스였다. 브룩스는 이날 경기 전까지 최근 7경기 평균 팀 득점 10.71점으로 불타오르던 LG 트윈스 타선에 찬물을 제대로 뿌렸다. 브룩스는 6일 광주 LG전에서 선발 등판해 8이닝 4피안타 6탈삼진 1실점으로 팀의 13대 1 대승에 이바지했다.

적장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브룩스, 뜨거웠던 LG 타선 잠재웠다

브룩스는 8월 6일 광주 LG전에서 8이닝 1실점으로 팀의 4연패 탈출을 이끌었다(사진=KIA)
브룩스는 8월 6일 광주 LG전에서 8이닝 1실점으로 팀의 4연패 탈출을 이끌었다(사진=KIA)

8월 6일 경기 전 LG 류중일 감독은 상대 투수 브룩스에 대해 공 움직임을 보면 떨어지는 좌·우 폭이 날카롭다. 항상 유리한 카운트로 시작해 대결하더라. 그래서 상대 타자를 굉장히 쉽게 처리한다. 속구와 변화구 모두 스트라이크를 잡는 능력이 뛰어나다. 8월에 오늘 경기를 포함해 세 차례 우리와 붙을 텐데 오늘 경기 양상을 지켜봐야 할 듯싶다라며 경계심을 내비쳤다.

류 감독의 경계대로 브룩스는 이날 LG 타선을 완전히 압도했다. 브룩스는 1회 초 2사 뒤 채은성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지만, 최근 타격감이 좋은 김현수를 땅볼 처리하며 산뜻한 출발을 보였다. 이후 브룩스는 5회 초 2사까지 단 한 명의 주자도 1루로 내보내지 않았다. 게다가 5회 초 2사 뒤 안타로 출루한 장준원을 1루 견제사로 잡아 승리 투수 조건까지 충족했다.

브룩스는 7회 초 첫 실점 했다. 채은성과 김현수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한 브룩스는 1사 2, 3루에서 김민성에게 희생 뜬공을 내줬다. 하지만, 2루 주자 김현수가 중견수 김호령의 송구에 3루에서 아웃돼 이닝이 마무리됐다. 브룩스는 8회 초에도 마운드에 올라 3자 범퇴를 유도하며 총 95구로 깔끔하게 자신의 임무를 완료했다.

이날 브룩스는 포심 패스트볼 22개(최고 구속 153km/h), 투심 패스트볼 21개(최고 구속 152km/h), 슬라이더 20개(최고 구속 143km/h), 체인지업 24개, 커브 7개 등으로 LG 타자들의 타이밍을 완벽하게 빼앗았다.

브룩스의 올 시즌 구종 관련 데이터. 포심 패스트볼과 투심 패스트볼, 그리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은 비슷한 구속이면서 반대 방향으로 꺾이는 구종 조합이라 더 위력적일 수밖에 없다(표=엠스플뉴스)
브룩스의 올 시즌 구종 관련 데이터. 브룩스의 포심 패스트볼과 투심 패스트볼, 그리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은 비슷한 구속이면서 반대 방향으로 꺾이는 구종 조합이라 더 위력적일 수밖에 없다(표=엠스플뉴스)

‘파이브 피치’로 모든 구종을 완벽하게 구사하는 브룩스의 장점이 제대로 발휘된 하루였다. 이날 브룩스와 호흡을 맞췄던 포수 한승택은 브룩스와 같이 경기를 할 때마다 감탄하게 된다. 구위와 제구, 구속 모든 게 완벽하다. 지난 등판 때도 변화구 구종 하나가 잘 안 먹히자 그날 움직임이 좋았던 다른 구종으로 곧바로 바꿔 상대 타선을 쉽게 제압하더라. 모든 구종을 완벽하게 구사하는 데다 경기 중 두뇌 싸움까지 잘한다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완성형 투수'의 표본을 보여주는 브룩스의 세부 지표

브룩스의 세부 지표는 파고 들수록 더 빈틈이 보이지 않는다(사진=KIA)
브룩스의 세부 지표는 파고 들수록 더 빈틈이 보이지 않는다(사진=KIA)

브룩스는 올 시즌 16경기(104.2이닝)에 등판해 7승 3패 평균자책 2.32 82탈삼진 20볼넷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 1.07의 호성적을 기록했다.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11차례에다 경기당 평균 이닝 소화는 6.54이닝이다. 포심 패스트볼은 평균 구속 150km/h, 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8.5km/h다. 땅볼(155개)/뜬공(54개) 비율 2.87과 내야(63.8%)/외야(36.2%) 타구 비율까지 뜯어봐도 도저히 빈틈이 보이지 않는 세부 지표 수준이다.

올 시즌 투구 전체 스트라이크 비율 68.4%를 기록한 브룩스는 올 시즌 전반기 동안 KBO리그 타자들의 특성을 파악하는 과정을 보냈다. 공격적인 성향의 타자들이 많은데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려고 하는 내 투구 스타일이 잘 먹히고 있다. 앞으로도 내 공을 믿고 자신 있게 대결하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브룩스는 올 시즌 투수 부문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1위(4.94)에 올라 있다. 롯데 자이언츠 투수 댄 스트레일리(WAR 4.58)와 더불어 올 시즌 가장 압도적인 투구를 보여주는 외국인 에이스로 손꼽히는 분위기다. 지난해 외국인 투수들의 부진에 어려움을 겪었던 KIA의 상황을 생각하면 올 시즌 브룩스를 포함한 KIA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상은 기대 그 이상이다.

벌써 미·일 큰 관심받는 브룩스 "재계약 쉽지 않을 수도"

2021시즌에도 브룩스(가운데)가 포함된 선발진을 볼 수 있을까(사진=KIA)
2021시즌에도 브룩스(가운데)가 포함된 선발진을 볼 수 있을까(사진=KIA)

만약 KIA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면 ‘특급 에이스’ 브룩스의 존재감은 더 빛날 거로 예상된다. 물론 ‘탈KBO급’ 활약을 보여주는 브룩스의 미래에 대해 벌써 불안한 시선이 분명히 있다. KBO리그 외국인 투수들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친다면 분명히 미국과 일본 무대의 레이더망에 포착되는 까닭이다. 이미 외국인 시장 업계에선 올 시즌 KIA와 단년 계약을 체결한 브룩스를 향한 미국과 일본 프로구단들의 강한 관심이 포착된 거로 확인됐다.

외국인 시장에 밝은 한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의 큰 관심이 계속 이어진다면 분명히 KIA와 브룩스의 재계약이 쉽지 않을 거로 보인다.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미국 마이너리그 경기가 제대로 열리지 않는 상황에서 국외 구단들이 KBO리그 선수 시장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특히 자금 동원력이 좋은 일본 구단에서 거액을 제시하면 그 계약을 거절하긴 어렵다고 본다라고 귀띔했다.

올 시즌 마이너리그 일정 소화 불발로 실전 경기 검증이 가장 수월한 KBO리그가 국외 구단들의 대안이 될 수 있단 뜻이다. 특히 미국 방송사 ESPN의 KBO리그 중계도 외국인 선수들의 관찰을 용이하게 만들었다. 8월 6일 브룩스의 등판 경기도 ESPN을 통해 미국에서 TV로 중계됐다.

앞선 관계자는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복귀한 메릴 켈리나 조시 린드블럼의 사례가 있고, 일본프로야구 무대로 건너간 앙헬 산체스나 제리 샌즈의 사례도 있다. 현재 흐름이 유지된다면 브룩스 측이 ‘갑’의 위치에 오를 듯싶다. 에이전시에서 이런 상황을 파악하고 몸값을 더 높게 부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게 된다면 KIA와의 재계약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만약 내년 시즌 준비 과정에서 브룩스와의 재계약이 불발된다면 KIA는 또 한 번 더 윌리엄스 감독의 인맥을 활용해야 한다. 브룩스 영입 과정에서 윌리엄스 감독의 존재가 큰 힘을 발휘한 만큼 ‘탈KBO급’ 투수를 데려오는 과정이 비교적 수월할 전망이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미국, 일본 구단들과 경쟁이 붙으면 KIA가 이기는 게 현실적으로 힘들단 점이다. 브룩스와의 재계약이 절대 쉬운 과제가 아니라는 점은 확실하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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