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슨 빙 딕슨. 롯데의 복덩이 마차도(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딕슨 빙 딕슨. 롯데의 복덩이 마차도(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엠스플뉴스=잠실]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유격수 매니 마차도는 MLB를 대표하는 ‘철인’이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5시즌 연속 156경기 이상 출전에,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 연속 600타석 이상 나선 강철 체력을 자랑한다. 수비에서도 최근 5년간 연평균 1382.4이닝을 소화했다. ‘매니 빙 매니’란 찬사를 받는 이유다.

강철 체력은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에 합류한 외국인 타자 딕슨 마차도도 만만치 않다. ‘롯차도’는 8월 7일까지 팀이 치른 73경기 중에 한 경기도 빠지지 않고 전부 출전했다. 개막전부터 6월 14일 경기까진 35경기 연속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고, 개막전부터 7월 9일 경기까지는 54경기 연속 스타팅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벤치에서 대기하다 교체 출전한 경기는 7월 10일 경기 딱 한 차례뿐. 이후 다시 8월 7일 잠실 두산전까지 18경기 연속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경기 후반 대수비로 교체되는 경우도 거의 없다.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진 경기 후반에도 끝까지 자릴 지킬 때가 많다.

8월 8일 현재까지 마차도가 소화한 유격수 수비이닝은 630이닝. 같은 기간 KT 외야수 배정대(631.1이닝)에 이은 최다 수비이닝 2위이자 내야수 중에선 최다이닝 기록이다. 마차도를 제외한 나머지 롯데 유격수 3명(신본기, 배성근, 김동한)의 수비이닝은 23.2이닝에 불과하다.

마차도가 이 페이스 그대로 144경기를 소화할 경우 1242.2이닝으로 시즌을 마치게 된다. 이는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가 수비 스탯 집계를 시작한 2014년 이후 한 시즌 개인 최다 수비이닝에 해당한다(기존 1위 2017년 구자욱 1242.2이닝). 종전까지 내야수로는 2016년 두산 허경민의 1227.1이닝이 한 시즌 최다 수비이닝 기록이었다.

어지간한 선수라면 벌써 지쳐 쓰러졌을 법한 강행군이다. 특히 무더위가 시작된 여름에는 페이스가 확 떨어져도 이상할 게 없다. 하지만 마차도는 지치지 않는다. 오히려 여름이 되자 더 뜨겁게 활활 타오르는 중이다.

7월 이후 성적만 보면 타율 0.362에 출루율 0.440 장타율 0.532로 매니인지 딕슨인지 헷갈릴 정도로 타격 페이스가 좋다. 같은 기간 리그에서 이보다 좋은 타율을 올린 타자는 허경민(0.434), 멜 로하스(0.424), 김현수(0.378), 구자욱(0.370), 이정후(0.364)까지 5명뿐. 시즌 타율도 0.307에 OPS 0.828로 ‘수비형 선수’란 애초의 평가가 무색한 활약이다.

리그 최정상급 수비력도 여전하다. 6일 SK전에선 6회말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서커스 플레이를 선보였다. 1사 1, 2루에서 한동민 타석. 시프트에 따라 2루수 자리에 서 있던 마차도는 한동민의 땅볼 타구를 잡은 뒤 먼 거리를 달려가 2루 베이스를 밟고, 거의 동시에 역동작으로 1루에 던져 더블 플레이를 완성했다. SK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어놓은, ‘딕슨 빙 딕슨’ 소리가 절로 나오는 호수비였다.

7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마차도의 공수 활약이 빛났다. 타석에선 안타 2개를 때려내며 매서운 여름 타격감을 이어갔다. 4회초 최주환의 호수비에 걸린 타구까지 안타가 됐으면 3안타 경기도 가능할 뻔했다. 최근 11경기 연속 안타 행진에 최근 11경기 타율이 무려 0.447에 달한다. 롯데가 7점을 뽑아내며 대역전극을 펼친 8회 공격은 마차도에서 시작해(2루수 오재원 실책) 마차도에서 끝났다(3루수 실책).

수비에서도 안정적인 플레이로 투수진의 호투를 뒷받침했다. 4회말 1사 1루에선 2루수 안치홍과 호흡을 맞춰 환상적인 호수비를 선보였다. 2루 베이스쪽 타구를 잡아 글러브 채로 토스한 공을, 안치홍이 맨손으로 받아 곧장 1루로 던졌다. 이닝을 끝내는 더블플레이. 육성 응원이 금지된 상황이지만, 관중석에서 터져 나오는 탄성까지 막을 순 없었다.

마차도의 종횡무진 활약에 힘입은 롯데는 8대 4로 두산을 꺾고 8월 5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8월부터 치고 올라간다”는 허문회 감독의 예언이 조금씩 현실로 이뤄지는 분위기. 그 선봉엔 공·수·주 다 되는 ‘딕슨 빙 딕슨’ 마차도가 있다.

쉬지 않고 열심히 달려온 마차도에게 8월부터는 휴식도 주어질 예정이다. 허문회 감독은 (마차도를) 8월부터는 경기에서 빼주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허 감독은 “그전에도 지명타자로 낸 적도 있고, 경기에서 뺀 적도 있다. 최근엔 장마철이다 보니 일주일 내내 경기를 치른 적이 거의 없다”며 “체력을 봐가면서 조절하고 있다”고 했다.

허 감독은 8월 이후에도 상황에 따라 마차도에게 휴식일을 제공할 생각이다. 허 감독은 “타이밍을 봐서 한번 쉬어주려고 한다. 체력적으로 필요할 때 한 게임 정도 휴식을 줄 것”이라며 “시기는 확장 엔트리가 시행될 때로 잡고 있다. 상황에 따라 그보다 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고 했다. 롯데 상승세 원동력이 된 관리야구를 8월 이후에도 이어가는 게 허 감독의 구상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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