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장마 여파로 8월부터 더블헤더 일정 편성 발표

-‘144G’ 사수 위한 KBO의 결정 “이제 예비일 여유 없다.”

-경기 수 축소 필요하단 시선도…“현실적인 이해관계 얽혀 어려운 부분”

-“144G 무사 완주가 먼저, 리그 구성원의 양보와 배려 필요”

KBO가 늘어지는 장마로 8월 더블헤더 카드까지 꺼냈다(사진=엠스플뉴스)
KBO가 늘어지는 장마로 8월 더블헤더 카드까지 꺼냈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늘어지는 장마에 결국 KBO(한국야구위원회)도 손을 들었다. 더블헤더 조기 시행과 더불어 기존 취소 경기 가운데 일부 경기를 2연전 일정에 배치한다. ‘144경기’를 사수하기 위한 강한 조치다. 야구팬들은 8월부터 더블헤더 경기를 볼 수 있게 됐다.

정규시즌 구단 별 경기 취소 현황. 8월 11일 사직 NC-롯데전 우천 취소로 9월 더블헤더 편성이 추가됐다(표=KBO)
정규시즌 구단 별 경기 취소 현황. 8월 11일 사직 NC-롯데전 우천 취소로 9월 더블헤더 편성이 더 추가됐다(표=KBO)

KBO 실행위원회는 올 시즌 유례없이 길어진 장마로 우천 취소 경기가 증가함에 따라 9월 1일부터 시행예정이었던 더블헤더 편성을 일주일 앞당겨 8월 25일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5일 경기부터 우천 취소 시 다음날 더블헤더(특별 서스펜디드 경기 포함)를 우선 시행하고, 이동일인 경우 동일 대진 둘째 날에 더블헤더로 편성된다.

또 기존에 취소된 일부 경기와 8월 11일부터 취소되는 경기를 9월 1일 이후 동일 대진 둘째 날에 더블헤더로 편성하기로 했다. 기존 취소 경기의 더블헤더 편성 일정은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주중 더블헤더를 치렀거나 다음 주 더블헤더가 예정되어 있더라도 토·일요일 경기가 노게임으로 선언될 경우 월요일 경기 편성이 가능하도록 했다. 단, 경기는 종전과 같이 최대 8연전까지만 편성할 수 있다.

144G 체제 축소 필요? "다양한 이해관계 고려하면 축소는 어렵다."

KBO는 11월 말까지 고척돔을 대관한 상태다. 11월 말에 포스트시즌 일정을 마무리해야 하는 까닭이다(사진=엠스플뉴스)
KBO는 11월 말까지 고척돔을 대관한 상태다. 11월 말에 포스트시즌 일정을 마무리해야 하는 까닭이다(사진=엠스플뉴스)

8월부터 ‘더블헤더 폭탄’이 쏟아지는 건 11월 말 안으로 144경기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까지 모두 마치려는 KBO의 몸부림이다. 기존 정규시즌 일정이 10월 18일까지 진행되는 가운데 예비일은 10월 19일부터 11월 2일까지 편성된 상태다. 11월 15일 이후 포스트시즌 일정은 모두 고척돔에서 열리기에 11월 말까지 고척돔 대관이 가능한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물론 현장에선 더블헤더 일정 확대에 따른 불만이 쏟아진다. 롯데 자이언츠 허문회 감독은 혹서기에 더블헤더를 시행하면 경기의 질이 나빠지고 선수들의 부상 위험이 커진다. 장마가 끝나면 폭염이 찾아온다. 매우 더운 날씨에 더블헤더를 하면 선수들이 경기 중 쓰러질 수도 있다라며 큰 우려를 내비쳤다.

KBO 관계자는 더블헤더 일정이 힘들단 현장의 불만에 대해선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11월 말까지만 고척돔 대관이 이뤄진 상태라 더는 정규시즌 일정이 미뤄지면 안 된다. 예비일 여유도 얼마 남지 않았다. 8월부터라도 더블헤더 경기를 편성해야 예비일 일정이 밀리지 않는다. 10개 구단 모두 공감대를 형성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144경기 체제를 고수한 점이 무리였단 지적이 나온다. 다가오는 2연전 일정을 없애자는 극단적인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144경기는 굳건하게 사수해야 할 숫자다. 시즌 도중 갑작스럽게 경기 수를 줄이는 것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방법이다.

KBO 관계자는 144경기 숫자엔 중계권과 구단들의 광고권, 그리고 관중 수입과 선수단 연봉 등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단순하게 시즌 일정을 축소하자고 그냥 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그것도 시즌 도중에 일정을 갑자기 줄이는 건 더 현실성이 없는 얘기다. 줄어든 경기 수에 따라 선수들이 연봉을 자진해 삭감할 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선수단 연봉 이슈와도 연관된 144G, 선수협 "말씀 드릴 부분이 없다."

144경기 체제 유지를 위해 더블헤더 조기 시행은 필수가 됐다(사진=엠스플뉴스)
144경기 체제 유지를 위해 더블헤더 조기 시행은 필수가 됐다(사진=엠스플뉴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144경기 체제 유지와 8월 더블헤더 강행, 선수단 연봉 이슈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침묵을 지키고 있다. 올 시즌 리그 운영 방안과 연봉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명하고 사무국과 논의하는 메이저리그 선수노동조합(MLBPA)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선수협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관련 내용을 논의한 적이 없어 말씀 드릴 부분이 없다라고 전했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현재 구단 재정에서 가장 많은 지출이 나가는 건 선수단 인건비다. 기존 연봉 협상도 결국 144경기를 기준으로 이뤄졌다. 경기 수 축소는 곧 선수단 연봉 삭감 이슈로 이어진다. 구단과 선수 양 측 모두 144경기 체제 축소를 쉽게 말할 수 없는 이유라고 바라봤다.

KBO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144경기를 무사 완주하는 것도 큰 성과라고 바라보고 있다. 최근 잠실구장 경기(8월 4일)를 관람한 한 관중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처럼 언제 갑자기 리그 운영에 문제가 생길지 모르는 상황인 까닭이다. 모든 이의 의견을 만족하게 할 선택지는 없기에 감수해야 할 부분은 감수하며 서로 양보할 줄 아는 태도가 필요하다.

KBO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의 리그 운영 상황을 보면 선수단 코로나19 감염으로 큰 문제가 생기지 않나. KBO리그는 그래도 선수단이 방역 수칙을 잘 지킨 덕분에 중단 없이 잘 운영 중이다. 결국, 144경기를 무사 완주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모든 이의 바람을 만족할 수 없고, 최근 관중 확진 사례처럼 코로나19를 100% 막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서로 양보할 부분은 양보하고 감수할 부분은 감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144경기’는 프로야구 생태계를 유지하게 하는 마지노선이다. KBO와 구단, 그리고 선수의 현실적인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혔기에 144경기를 지키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다. 또 내년 시즌 ‘뉴 노멀’ 체제로 가기 위한 과도기일 수도 있다. 확실한 건 144경기 무사 완주를 위해선 모든 리그 구성원의 양보와 배려가 필요하단 점이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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