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경기에서 투 트랙으로 나선 김진욱(사진=한화)
14일 경기에서 투 트랙으로 나선 김진욱(사진=한화)

[엠스플뉴스=대전]

“치고 싶으면 한번 쳐보라고 했다. 타석에서 타자의 체감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투수가 느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화 이글스 영건 김진욱은 14일 대전 삼성전에서 ‘투트랙’을 경험했다. 마운드에선 4이닝을 1실점으로 잘 막아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진 경기에서 투수 소모를 최소화하는 역할을 했다. 1대 10으로 뒤진 9회말 2아웃에선 타석에도 나섰다. 이날 한화가 6회 주전 야수를 대거 교체한 가운데, 정은원까지 몸에 맞는 볼로 교체되면서 야수진이 동난 한화의 고육지책이었다.

보통 투수가 타석에 나올 경우 홈플레이트에서 멀리 떨어져서 가만히 공을 바라보다 그냥 물러나는 경우가 많다. 몸에 맞는 볼이나 스윙 과정에서 오는 부상으로 본업인 투구에 악영향이 올 수 있기 때문. 하지만 김진욱은 달랐다. 초구와 2구에 모두 크게 방망이를 돌려 헛스윙했다. 3구째 바깥쪽 높은 속구는 그냥 지켜봐 3구 삼진.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

15일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최원호 감독대행은 당시 상황에 대해 “치고 싶으면 한번 쳐보라고 했다”고 밝혔다. “고교를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선수다. 타석에서 무서우면 안 쳐도 되지만, 치고 싶은 건 쳐보라고 주문했다. 물론 몸에 맞는 볼이나 타격하다가 다칠 우려도 있지만, 한번 시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최 대행의 말이다.

최 대행은 빠른 볼에 대한 자신감 회복을 이유로 들었다. “투수들은 타석에서 공의 체감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느껴볼 필요가 있다. 자기가 던지는 빠른 볼에 자신감이 부족한 때도 있다. 내 공이 타자 입장에서 이 정도구나 느껴볼 필요도 있어서, 쳐보고 싶으면 한번 쳐 보라고 했다.” 최 대행의 말이다.

최 대행의 말은 과거 1986년 올스타전에서 드와이트 구든의 빠른 볼을 타석에서 경험한 뒤, 자신의 빠른 볼이 얼마나 위력적인지 깨닫고 각성한 로저 클레멘스의 일화를 연상케 한다. 물론 김진욱은 로켓이 아니고 홍정우도 구든이 아니다. 최 대행은 “홍정우 공이 144km/h 정도 나왔는데 김진욱은 147, 8km/h를 던진다. 경기 끝나고 어땠냐 물어보니 ‘엄청 빠르다’고 하길래, ‘네 공이 더 빠르다, 자신 있게 던지라’고 했다”고 전했다.

한편 최 대행은 전날 경기 김진욱이 마운드에서 해준 역할에 대해서도 칭찬했다. 김진욱은 팀이 0대 9로 크게 뒤진 6회부터 올라와 9회까지 4이닝을 책임졌다. 최 대행은 “만약 어제처럼 점수가 크게 벌어진 경기에서 다른 투수를 잘못 소모했다간 오늘과 내일 경기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며 “최대 60구를 생각했는데, 다행히 60구 안으로 막아줬다”고 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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