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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가 날 은둔에서 광장으로 이끌었다”…외톨이 청년들의 변신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 기사입력 2020.08.25 11:04:40   |   최종수정 2020.08.25 11:2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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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형 외톨이 청년들의 회복 위해 만들어진 리커버리 야구단 

-어릴 적 아픔 딛고 야구와 리커버리 구단으로 인생이 바뀐 황승정 씨

-“야구 통해 주변 누군가의 일상이 바뀌는 마법,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

-“전국에 리커버리 야구단 창단이 꿈, 이제 내가 다른 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

 

리커버리 야구단 소속 황승정 씨는 야구와 리커버리 야구단을 만나 자신의 인생이 달라졌다고 말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리커버리 야구단 소속 황승정 씨는 야구와 리커버리 야구단을 만나 자신의 인생이 달라졌다고 말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남양주]

 

8월 중순 후덥지근한 오후 날씨에도 남양주에 위치한 한 사회인 야구장의 열기는 어느 프로야구 경기 못지않았다. 전반적으로 다소 엉성한 실력에다 좀처럼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가지 않는 투구에 답답할 흐름이었지만, 그 누구도 짜증 나는 표정을 짓거나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서로를 격려하며 누구도 다치지 않고 1이닝을 마무리했을 때 그들은 환한 미소로 서로를 감쌌다. 

 

그렇게 야구로 ‘하나’의 공동체를 만든 그들의 유니폼엔 ‘리커버리’라는 단어가 쓰여 있었다. 리커버리 야구단은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은둔형 외톨이 청년 및 소외계층들에게 야구를 통해 공동체성과 대인관계 훈련, 심신 회복으로 사회성을 기르고 다시 사회에서 건강하게 살아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야구단이다. 

 

리커버리 야구단 소개와 비젼 및 미션. 소외된 청년 계층에게 자립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무대가 바로 리커버리 야구단이다(사진=리커버리 야구단) 리커버리 야구단 소개와 비젼 및 미션. 소외된 청년 계층에게 사회적 자립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무대가 바로 리커버리 야구단이다(사진=리커버리 야구단)

 

리커버리 야구단은 ‘51대 49’의 야구공동체를 표방한다. 건강한 이들과 도움이 필요한 대상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팀으로 주 1회 훈련과 51:49리그 경기를 월 2~3회 소화한다. 또 리커버리센터와 함께 회복 인문학과 자활 상담, 개별 회복 로드맵 등을 진행해 구성원들의 내·외적 회복을 지원한다. 헐크파운데이션 이만수 이사장과 유소년 야구단 HBC 소속 권혁돈, 한상훈, 김요한 등 야구선수 출신 지도자들의 재능기부도 리커버리 야구단에 큰 힘이 되고 있다.

 

리커버리 야구단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인물은 전반적인 구단 운영을 맡은 황승정 씨다. 어린 시절부터 아픈 기억이 많았던 황승정 씨는 절망으로 빠져가는 인생 흐름 속에서 야구와 리커버리 야구단을 만나 희망을 되찾았다. 게다가 황승정 씨는 야구로 자신의 일상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일상까지 바꾸는 마법 같은 일을 겪었다. 

 

사회에서 고립된 이들이 야구로 하나가 되는 법을 배우며 자립하는 상황을 보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 느껴집니다. 마법 같이 야구로 누군가의 일상이 바뀌는 거죠. 황승정 씨는 야구가 어떤 이들에게 줄 수 있는 희망을 그 누구보다도 확신하고 있었다. 엠스플뉴스가 남양주 사회인리그 야구장에서 황승정 씨의 야구 예찬과 리커버리 야구단을 향한 진한 애정을 직접 들어봤다. 

 

야구와 리커버리 야구단과의 만남으로 한 남자의 인생이 바뀌다

 

황승정 씨는 리커버리 야구단에서 투수 겸 외야수로 활약 중이다. 리커버리 야구단에서 야구를 시작하며 안 좋았던 몸도 건강해졌단 게 황승정 씨의 얘기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황승정 씨는 리커버리 야구단에서 투수 겸 외야수로 활약 중이다. 리커버리 야구단에서 야구를 시작하며 안 좋았던 몸도 건강해졌단 게 황승정 씨의 얘기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등번호 22번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리커버리 야구단을 도와주시는 이만수 감독님의 등번호를 따라 달고 싶었습니다(웃음). 조그마한 관심이라도 저희에겐 정말 큰 힘이 되는데 이만수 감독님은 자기 일처럼 발 벗고 도와주셔서 그저 감사할 뿐이에요. 

 

직접 만나니 정말 표정이 밝은데 어렸을 적부터 깊은 사연이 있는 얼굴이라고는 안 믿깁니다. 

 

어렸을 적부터 부모님이 없이 자라 이런저런 편견과 오해에 시달렸습니다. 학창 시절에 축구부에도 들어갔는데 방황하다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자퇴를 했고요. 성인이 돼서도 정말 닥치는 대로 일을 했습니다.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을 정도였고, 명절 때도 혼자 있어 외로우니까 일만 계속 한 거죠. 

 

나는 혼자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겠습니다. 

 

심지어 8년 전엔 신장이 안 좋아 미세 변화 신증후군(과량의 단백질이 소변을 통해 소실되고 이로 인해 심한 부종이 생기는 사구체질환) 판정을 받았습니다. 몸이 계속 붓고 조금만 움직여도 엄청나게 피곤했어요. 몸과 정신이 모두 안 좋아진 상태라 제 인생에서 희망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고난의 순간을 견뎠습니까. 

 

2년 전 태권도장에서 같이 일했던 분이 바하밥집(홈리스 취약 계층 지원 사업체) 김현일 대표님을 소개해주셨습니다. 저는 젊은 나이에 몸이 건강하지 않다는 걸 인정하기 싫어 정신적으로 많이 흔들리는 상태였어요. 그때 대표님께서 저를 양자로 받아주셔서 함께 지내기 시작했죠. 저에게 누군가 손을 내밀어준 순간 놀랍게도 몸이 많이 좋아져 어려운 시기를 잘 버티게 됐습니다.

 

"야구로 누군가의 일상이 바뀌는 마법,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

 

리커버리 야구단은 51:49 리그에서 '49리그 본부'에 속해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리커버리 야구단은 51:49 리그에서 '49리그 본부'에 속해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리커버리 야구단까지 이어진 인연도 궁금합니다. 

 

대표님께서 시애틀에 잠시 다녀오셨는데 거기서 ‘빌리지 리그’라는 걸 보셨습니다. 마약중독자 팀, 노숙자 팀 등 취약계층들이 참여하는 사회인야구 리그였어요. 한국에서도 그런 리그를 하나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저에게 ‘우리 큰 꿈을 키워보자. 네가 운동을 좋아하니까 한 번 해보는 게 어떨까’라고 말씀하셨죠.

 

야구단 이름이 왜 리커버리 야구단으로 지어졌는지 알겠습니다.

 

2018년 9월에 창단했는데 ‘리커버리 야구단’만큼 좋은 이름이 없었습니다. 그 누구라도 이곳에서 회복할 수 있단 의미인 거죠. 저뿐만 아니라 다른 동료들의 인생과 일상이 변하는 걸 보며 이 일이 정말 좋은 순환 운동이 될 수 있단 걸 느꼈어요. ‘51:49’라는 리그 명칭도 뜻이 있고요.

 

리커버리 야구단이 속한 51:49 리그 구성원 및 소개(사진=리커버리 야구단) 리커버리 야구단이 속한 51:49 리그 구성원 및 소개(사진=리커버리 야구단)

 

‘51:49 정신’의 뜻이 궁금합니다.

 

회복과 도움이 필요한 우리 주변의 이웃이 49%라고 본다면 건강한 사람들인 51%와 단 2%밖에 차이가 안 난다는 의미입니다. 한 끗 차이라고 보는 거죠. 그 누구든지 51%로 갈 수 있지만, 중요한 건 49%든 51%든 함께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희 리그 이름이 ‘51:49 리커버리 리그’입니다. 야구가 그렇듯 모두가 한마음으로 뭉쳐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요. 야구만큼 인생에 가까운 스포츠는 없다고 봅니다(웃음).

 

리커버리 야구단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삶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겠습니다.

 

저희 팀 동료들을 보면 사회적으로 고립된 청년들이 많습니다. 전반적인 사회 시스템에서 떨어져 있기에 ‘함께’하는 걸 배워본 적이 없어요. 바깥의 시선으로는 ‘패배자’라고 바라보니까요. 

 

음.

 

하지만, 리커버리 야구단으로 주변 친구들의 일상이 바뀔 때 저는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느낍니다. 그 순간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뿌듯함이 느껴져요. 야구의 5대 정신인 희생, 배려, 협동, 인내, 예의를 중심으로 공동체성을 느끼면 어느새 심신의 회복을 이뤄가고 그 힘을 바탕으로 자신의 미래를 계획하기 시작합니다. 꿈을 꾸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공부하며 조금씩 세상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는 거죠.

 

야구가 누군가의 일상을 바꿀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인 듯합니다. 

 

사실 누가 옆에서 봐주는 것도 아니잖아요. 전혀 살아가는 것에 의욕이 없었던 친구들이 야구를 통해 일상의 의미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송구를 더 잘 던질까, 타격에서 잘 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걸 옆에서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와요. 이들에게 필요했던 건 작은 관심과 사회적 배려 및 기다림이었던 거죠. 안 풀릴 때 모두가 함께 위로하고 고민해주는 걸 보면 야구 자체가 곧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인 듯합니다. 

 

"10년 째 두산 팬, 선수들과 리커버리 야구단이 만나는 날이 오길 소망"

 

리커버리 야구단 선수들이 경기에 임하는 장면(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리커버리 야구단 선수들이 경기에 임하는 장면(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얘길 듣다 보니 황승정 씨가 직접 야구장에서 뛰며 보여주는 실력도 궁금합니다(웃음).

 

직접 해보니까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함부로 욕하면 안 된다는 걸 느낍니다(웃음). 누구 하나만 잘해서 이길 수 없는 게 야구더라고요. 다 함께 잘해야 하고 다 함께 책임져야 하는 게 야구죠.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의 중요성도 느꼈고요. 특히 타격은 정말 실패가 더 많은 운동이잖아요. 부담 없이 즐겨보자는 생각으로 타석에 임하려고 멘탈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가장 자신 있는 포지션이 어디인가요.

 

가장 재밌고 자신 있는 자리는 중견수입니다. 슬라이딩 캐치로 상대 안타를 훔치는 맛에 중견수로 뛰는 거죠. 강한 송구로 홈 보살을 하는 맛도 있고요. 그래서 두산 베어스 정수빈 선수를 정말 좋아합니다(웃음). 

 

두산을 응원하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웃음).

 

(두 눈을 크게 뜨며) 2010년부터 두산을 응원한 팬입니다(웃음). 주전 선수들이 계속 빠져나가도 어떻게든 좋은 성적을 내는 걸 보면 대단합니다. ‘그래서 두산은 어떻게든 잘할 거야’라는 생각이 들게 하죠. 새롭게 올라온 어린 선수들이 떨지 않고 잘하는 걸 보면 대단해요. 향후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진다면 언젠가 두산 선수들과 리커버리 야구단이 함께 만나는 날도 고대하고 있습니다(웃음). 

 

"전국에 리커버리 야구단 창단이 꿈, 누군가에게 내가 희망이 될 수 있길"

 

사회적으로 소외됐던 사람들이 하나로 뭉쳐 자립할 기회를 준다는 것. 리커버리 야구단의 가장 큰 존재 가치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사회적으로 소외됐던 사람들이 하나로 뭉쳐 자립할 기회를 준다는 것. 리커버리 야구단의 가장 큰 존재 가치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리커버리 야구단을 통해 이루고 싶은 가치가 궁금합니다.

 

전국 지부별로 리커버리 야구단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전국대회도 열고요. 모두 다 똑같은 사람이라는 의미를 담고 싶어요. 사회적 기업처럼 야구를 통해 자립을 배우고 일을 배우기도 하는 그림을 원합니다. 하나 더 있다면 리커버리 야구단 전용구장은 너무 거창한 꿈일까요(웃음). 

 

야구로 인생 방향이 뒤바뀐 황승정 씨의 얘기야말로 리커버리 야구단의 존재 가치를 보여주는 롤 모델인 듯싶습니다. 어떤 이닝이든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야구와 가장 잘 어울려 보입니다. 

 

이미 벌어진 저의 아픈 상처의 과거는 1~2회에 나온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경기 초반 나온 실점과 실책 몇 개에 남은 이닝을 그대로 망칠 이유가 없잖아요. 현재 제 인생이 3~4회 정도라면 남은 이닝 동안 동료들과 함께 더 열심히 뛰어서 9회 말 끝내기 홈런을 날려봐야죠. 

 

그 끝내기 홈런을 꼭 볼 수 있길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웃음). 현재 상황에서 이기고 있다고 자만할 필요도, 지고 있다고 침울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당장 눈앞에 있는 이닝에 집중해 의미 있는 삶을 살려고 합니다. 저를 보고 또 다른 손길이 필요한 누군가가 용기를 얻을 수 있다면 저는 행복할 거예요. 야구와 리커버리 야구단을 통해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더 공감하며 의미 있는 일을 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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