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의 1번 지명은 악몽…창단 첫해부터 올해 김유성까지 흑역사

-고교 최고 윤형배도, 지역 연고 지명도 모두 결과는 실패

-두 차례 수술 딛고 1군 데뷔한 이호중, 최근 3G 연속 무실점 희망

-투수로 데뷔한 박준영, 군 복무 마치고 돌아와 유격수로 빠른 성장세

NC 투수 이호중과 유격수 박준영(사진=NC)
NC 투수 이호중과 유격수 박준영(사진=NC)

[엠스플뉴스=창원]

지금까지 NC 다이노스 구단 역사에서 ‘1번 지명’은 흑역사였다. 창단 이후 매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제일 먼저 뽑은 선수 가운데 아직까지 성공 사례가 나오질 않아서다.

창단 첫해인 2012 드래프트부터 실패로 끝났다. 그해 NC는 신생팀 우선지명 혜택에 따라 대학 최고 투수 노성호와 고교 최고 투수 이민호를 선택했다. 둘 다 150km/h 대 강속구를 던지고 메이저리그의 러브콜까지 받은 대어급 유망주라 당연히 프로에서도 잘할 거란 기대가 컸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노성호는 끝내 제구 불안을 해소하지 못했고 NC 1군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올 시즌 삼성 유니폼을 입고 1군 불펜투수로 올라섰지만, ‘류현진급’이란 데뷔 초 기대치에 비하면 차이가 크다. 1군에서 마무리와 선발로 활약한 이민호도 입단 당시 높은 기대를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 성적이다.

창단 2년째는 더 끔찍한 결과가 NC를 기다렸다. 2013 신인드래프트에서 NC는 역시 고교 최고라는 찬사를 받은 윤형배(현 윤호솔)와 대학 최고 투수 이성민을 우선지명으로 선발했다. 특히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일본의 오타니 쇼헤이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윤형배를 향한 기대가 컸다.

결과는 대실패. 윤형배는 1군에서 2경기만 등판하고 수술대에 올랐다. 그게 NC에서 윤형배의 마지막 1군 등판이었다. 윤호솔로 이름을 바꾼 지금은 고향팀 한화 유니폼을 입고 있다. KT를 거쳐 롯데로 이적한 이성민은 NC 시절 승부 조작 연루 사실이 드러나 ‘금지어’가 됐다.

우선지명 혜택이 사라진 2014 드래프트 이후로는 ‘1차지명’ 흑역사가 전개됐다. 2014 신인 1차지명 강민국은 대학 최고 내야수로 큰 기대 속에 입단했지만 NC에선 1군에 자리 잡지 못했다. KT 이적 이후엔 NC 시절 음주운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파문을 빚었다.

2015, 2016 신인 1차 지명에선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2015 신인 1차지명 이호중은 입단 직후 수술대에 올랐고, 2016 1차 박준영도 데뷔 초 투수로 잘 나가다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신생팀 혜택이 완전히 사라져 연고지 우선지명을 하게 된 2017 드래프트부터는 빈약한 창원·경남권 유망주 자원이 문제가 됐다. 2017 김태현, 2018 김시훈, 2019 박수현, 2020 김태경까지. NC가 지난 4년간 1차 지명에서 뽑은 선수 중에 아직 1군에 자리 잡은 선수가 없다.

같은 기간 서울팀인 LG는 1차 지명에서 뽑은 고우석과 이민호, 이정용이 1군 주력 투수로 자릴 잡았고 두산도 이영하와 최원준을 손에 넣었다. 키움 역시 이정후와 안우진이란 대어를 발굴했다. NC보다 늦게 창단한 KT도 1차 지명에서 김민, 소형준을 얻었다.

하지만 이제껏 NC에게 ‘1차지명 대박’은 허락되지 않았다. 스카우트 사이에선 그간 NC가 1차 지명으로 뽑은 선수들은 전면드래프트 제도였다면 1라운드에서 뽑히기 어려웠을 거란 평가가 많다.

여기에 올해는 1차지명 김유성의 과거 학교폭력 연루 사실이 드러나 ‘지명철회’하는 초유의 사태로 흑역사에 정점을 찍었다. 간만에 1차지명다운 1차지명 유망주를 뽑나 했던 NC의 부푼 꿈은 한순간에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3G 연속 무실점 이호중, 1군 유격수로 급성장 박준영…NC 1번 지명 악연 끝?

2015 드래프트 당시 이호중과 구창모, 류재인이 포즈를 취했다(사진=NC)
2015 드래프트 당시 이호중과 구창모, 류재인이 포즈를 취했다(사진=NC)

지긋지긋한 NC의 1번 지명 악몽은 언제쯤 끝이 날까. NC로서는 최근 1군에 올라온 1차지명 출신 선수들의 활약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2015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우완투수 이호중과 2016년 입단한 내야수 박준영이 1군 합류 이후 조금씩 자릴 잡아가는 모습으로 위안을 주고 있다.

8월 29일 1군에 올라온 이호중은 최근 3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펼쳤다. 콜업 당일 치른 SK 상대 데뷔전에선 0.1이닝 5피안타 3실점으로 부진했지만, 이후 키움과 삼성 상대로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고 8일 롯데전에선 데뷔 최다인 2이닝을 던지며 무실점으로 잘 막았다.

이호중은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는 아니다. 경희대 에이스 시절에도 속구 구속은 140km/h 초반대로 평범했다. 대신 공 끝의 움직임이 좋고 제구가 안정적이며, 다양한 구종을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1군 등판에서도 평균 140.8km/h 속구를 중심으로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스플리터 등 다양한 구종을 던져 타자를 요리하고 있다.

입단 이후 줄곧 문제가 됐던 팔꿈치 부상에서 완벽하게 회복했다는 게 고무적이다. 이호중은 8일 경기 후 구단과 인터뷰에서 “그간 팔꿈치 수술만 2번 받았다. 첫 수술 뒤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마쳤고, 이후 다시 팔꿈치 문제가 생겨 재활이 길어졌다”라며 “주변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아서 건강하게 돌아왔다. 지금은 100% 좋아져서 던질 때 아프지 않다”라고 했다.

이호중은 “내 장점은 제구력이고, 지금도 제구력에 신경 쓰려 한다”라며 “1군에 한 번이라도 올라오는 게 목표였는데 이뤘다. 앞으로 더 많은 경기에 출전하고, 더 안정적인 투수가 되고 싶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NC 관계자는 “스터프보다는 제구와 완급조절이 좋은 투수라 장기적으로 선발 혹은 롱릴리프 역할이 기대된다”라고 했다.

한편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치고 올 시즌 돌아온 박준영도 기대를 모으는 선수다. 올해 퓨처스에서 47경기 타율 0.304에 4홈런 30타점으로 좋은 활약을 펼친 박준영은 8월 4일 두 번째 콜업 이후 붙박이 1군 멤버가 됐다. 최근 10경기 타율 0.313에 9월 타율 0.571로 빠르게 1군에 적응하는 모습이다.

고교 시절 내야수와 투수를 겸했던 박준영은 NC 데뷔 초 불펜투수로 활약했다. 이후 팔꿈치 수술을 받으며 원래 포지션인 내야수로 돌아갔고, 재활과 군 복무로 약 3년의 공백기를 가졌다.

NC 관계자는 “박준영이 프로에서 본격적으로 야수로 뛰는 건 사실상 올해가 처음이다. 게다가 군 복무로 인한 실전 공백까지 있는데, 퓨처스에서 3할을 칠 때도 놀랐지만 1군에 이렇게 빠르게 적응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라며 “야구 센스가 정말 뛰어난 선수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NC는 유망주 김찬형이 군 미필이라 노진혁의 뒤를 받칠 유격수 자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박준영이 지금처럼 공수에서 빠른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도태훈과 함께 탄탄한 유격수 뎁스를 구축할 전망이다. NC가 이호중, 박준영의 활약으로 창단 이후 계속된 1번 지명과의 오랜 악연을 끊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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