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찬밥 신세였던 대학야구 선수들, 올해 신인드래프트에선 귀하신 몸?

-3라운드 이전에 최대 6명 지명 예상…최근 5년 이내 최다 인원

-투수는 대학 우완 에이스 5인조, 타자는 원광대 유격수 권동진 상위 지명 유력

-고교야구 학교폭력 이슈 불거지면서 대학 선수 상위 지명 사례 추가될 수도

원광대 유격수 권동진. 1라운드 지명도 가능하다(사진=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원광대 유격수 권동진. 1라운드 지명도 가능하다(사진=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엠스플뉴스]

“올해는 지난 몇 년에 비해 대학야구 쪽에 상위 지명 대상자가 많은 편이다. 3라운드 전에 최소 6명이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한다.”

해마다 신인드래프트 때마다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대학야구. 하지만 올해만큼은 상황이 다르다. 9월 21일 열리는 2021 KBO 신인 2차 지명회의에서 대학 선수들이 대거 상위 지명을 받을 전망이다. 즉시 전력감 투수 5명과 대학야구 최고 내야수가 대상자다.

최근 신인드래프트에서 대학야구가 거둔 성과는 절망적인 수준이었다. 해가 갈수록 고교 선수 비중이 커지고 대학 선수가 뽑히는 비중은 줄어들었다. 2015년에 열린 2016 신인 2차 지명 때만 해도 총 37명의 대학 선수가 프로의 선택을 받았다. 그러나 이듬해 열린 2017 신인 지명에선 총 23명으로 크게 줄었다.

2018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3라운드 이전에 뽑힌 선수가 2라운더 롯데 정성종(인하대) 하나뿐이었다. 그해 대학 선수는 총 18명만이 프로의 부름을 받아 대학선수 역대 최소 지명 기록을 세웠다.

2019 지명에선 아예 3라운드까지 이름이 호명된 대학 선수가 하나도 없었다. 1차 지명으로 LG가 뽑은 이정용(동아대)만이 그나마 대학야구의 체면을 세웠다. 그해 2차 지명에서 대학 선수는 단 21명만이 프로팀에 선발됐다.

지난해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2라운드 KT 천성호(단국대), 3라운드 SK 최지훈(동국대) 외엔 상위 지명 대학 선수가 나오지 않았다. 총 18명만이 프로의 선택을 받는 데 그쳐 대학야구의 하락세를 그대로 드러냈다.

대학 우완 에이스 5파전…타자는 원광대 권동진이 넘버원

영동대 에이스 이승재. 강속구가 매력적이다(사진=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영동대 에이스 이승재. 강속구가 매력적이다(사진=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여러 구단 스카우트와 구단 결정권자를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올해 신인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이전에 총 6명의 대학 선수가 지명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최근 5년 이내 신인드래프트에서 가장 많은 숫자다.

가장 앞서가는 선수는 원광대 유격수 권동진이다. 대학야구 최고 강타자로 불리는 권동진은 대학 4년간 4할대 고타율에 1.000이 넘는 OPS를 기록했다. 세광고 시절부터 정평이 난 콘택트 능력과 특유의 타격 감각, 뛰어난 배트 컨트롤로 ‘대학야구의 이용규’란 평가를 받는다. 대학 4년간 40개의 도루를 성공시킨 빠른 발도 장점. 즉시 전력감 내야수가 필요한 구단이라면 1라운드에 뽑을 수도 있다는 평가다.

대학 투수 중엔 우완투수 5명이 프로팀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강릉영동대 에이스 이승재, 중앙대 김진수, 고려대 박건우, 성균관대 한차현, 계명대 김성진이 대상이다.

영동대 이승재는 최고 151km/h, 평균 140km/h 중반대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 투수 경력이 길지 않음에도 커브, 슬라이더, 스플리터 등 다양한 구종을 던진다. 고교 시절까지는 주로 외야수로 활약해 어깨가 싱싱하고, 2년제 학교 소속이라 다른 대졸 선수보다 2살 어린 나이도 장점이다. 프로에서도 중간계투로 빠르게 활용할 수 있는 유형으로, 2차 2라운드 이내 지명이 유력하단 평가다.

중앙대 김진수는 안정감이 돋보이는 투수. 최고 145km/h, 평균 140km/h대로 속구 구속이 아주 빠르지는 않지만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변화구 구사 능력이 뛰어나다. 인터벌 없이 빠른 템포로 공을 던지고, 팔 스윙이 짧아 타자 입장에서 구종 파악이 쉽지 않다는 것도 장점. NC가 한때 1차지명 후보로 고려했던 투수로, 늦어도 2라운드 이내에는 이름이 호명될 가능성이 크다.

고려대 박건우도 두산의 1차지명 후보였던 선수. 전 쌍방울 선수 박노준의 친조카로 ‘야구인 가족’이다. 키 193cm의 뛰어난 신체조건에서 나오는 최고 140km/h 후반대 강속구가 장점. 투구폼이 부드럽고 릴리스 포인트가 높은 곳에서 형성돼 공략하기 까다로운 공을 던진다. 커브와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구종도 다양하고 경기 운영 능력도 뛰어나다. 3라운드 이내 지명이 예상된다는 평가다.

성균관대 마운드의 투 펀치 한차현(사진=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성균관대 마운드의 투 펀치 한차현(사진=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성균관대 마운드에서 주승우와 함께 원투펀치를 맡았던 한차현도 주목해야 할 선수다. 1학년 때까지는 타자로 활약하다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투수로 전향해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최고 150km/h의 강력한 속구와 포크볼,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 다양한 변화구 레퍼토리가 장점이다. 수도권 구단 스카우트는 “상체 회전력이 좋고 하체를 잘 이용하는 투구폼이다. 폼이 부드럽고 팔스윙이 빠른 편으로 좋은 투구 메커니즘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역시 3라운드 이내 지명이 예상된다.

계명대 강속구 투수 김성진도 빼놓을 수 없다. 고교 시절엔 평범한 투수였다가 계명대에 입학한 뒤 구속이 크게 향상되면서 대학 에이스로 떠올랐다. 지난해 최고 151km/h를 던졌고 현재도 꾸준히 140km/h 후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커터성 빠른 슬라이더와 커브 같은 느린 슬라이더 두 가지를 구사하는 것도 장점. 빠른 투구 템포, 좋은 슬라이드 스텝, 많은 이닝을 던져도 구속이 떨어지지 않는 스태미너도 좋은 평가를 받는 장점이다. 대학 투수 5인조 중에선 가장 완성도가 높은 투수로 즉시 전력감이란 평가가 많다.

학교폭력 이슈로 일부 고교 선수 지명 대상 제외…대학 선수 더 뽑힐 수도

고려대의 장신 에이스 박건우(사진=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고려대의 장신 에이스 박건우(사진=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이외에도 한일장신대 투수 배동현, 동강대 좌완투수 김지석, 영동대 사이드암 이믿음, 동강대 파이어볼러 조정호, 영동대 유격수 이창용 등도 대학 선수 중에 높은 평가를 받는 기대주다.

한 지방구단 관계자는 “올해는 ‘학교폭력’이란 이슈가 있어, 대학 선수 중에 예상보다 높은 순번에 지명받는 선수가 추가로 나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2차 1, 2라운드 지명 대상자로 알려진 몇몇 선수가 과거 학교폭력 가해자라는 사실이 알려진 뒤 구단들이 지명을 망설이고 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앞서 NC 김유성 사태를 보고 난 뒤라 구단들로서는 지명권을 행사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들 선수가 지명 대상에서 제외되면, 같은 포지션 대학 선수 중에 예상보다 일찍 호명되는 선수가 나올 수도 있지 않겠느냐”라고 내다봤다. 브레이크 없이 내리막을 달리던 대학야구가 올해만큼은 오랜만에 활짝 웃는 드래프트가 될 전망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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