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흐름 처진 삼성, 5위와 10G 차로 8위 고착화

-9월에 치고 올라간다? ‘9치올’도 어려워지는 분위기

-시즌 초반부터 외국인 선수 3명 시너지 효과 못 본 점 가장 아쉬워

-젊은 투수들의 시즌 초반 활약상 못 이어가 “체력적인 한계 봉착”

-팀 홈런 마진 뒤바뀌어야 희망, 내년 시즌 전력 보강 방향성 주목

삼성 허삼영 감독은 쉽지 않은 부임 첫 해를 보내고 있다(사진=삼성)
삼성 허삼영 감독은 쉽지 않은 부임 첫 해를 보내고 있다(사진=삼성)

[엠스플뉴스=대구]

삼성 라이온즈는 후반기 반등을 노리며 ‘9치올(9월에 치고 올라간다)’을 꿈꿨다. 하지만, 현실은 차가웠다. 삼성은 9월 17일 기준 시즌 49승 2무 58패로 리그 8위에 머무르고 있다. 가을야구 마지노선인 5위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 차는 무려 10경기다. 35경기가 남은 가운데 10경기 차를 뒤집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물론 남은 시즌 동안 최선을 다하는 동시에 내년 시즌을 위한 준비까지 나서야 할 분위기가 형성됐다. 삼성은 현실을 냉정하게 판단하되 희망적인 미래를 바라봐야 한다.

삼성 외국인 투수 잔혹사 씻어준 뷰캐넌의 13승

삼성 외국인 투수 잔혹사를 말끔하게 씻어준 주인공은 바로 뷰캐넌이다(사진=삼성)
삼성 외국인 투수 잔혹사를 말끔하게 씻어준 주인공은 바로 뷰캐넌이다(사진=삼성)

가장 먼저 짚어야 할 점은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상이다. 올 시즌 삼성은 외국인 투수 잔혹사를 다소 떨쳤다. 데이비드 뷰캐넌은 올 시즌 22경기(143이닝)에 등판해 13승 6패 평균자책 3.59 93탈삼진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 1.28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3.90으로 리그 수준급 선발 투수 반열에 올랐다.

삼성 외국인 투수가 시즌 13승 이상을 거둔 건 2015년 알프레드 피가로(13승 7패) 이후 5년 만의 일이다. 삼성 외국인 투수 최다승 기록은 1998년 스콧 베이커의 15승이다. 뷰캐넌이 남은 3승을 추가한다면 삼성 구단 역대 외국인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을 작성하게 된다.

뷰캐넌과 반대로 벤 라이블리는 시즌 초반 긴 부상 공백으로 아쉬움을 다소 남겼다. 라이블리는 올 시즌 14경기(70이닝)에 등판해 4승 7패 평균자책 4.37 62탈삼진 31볼넷 WHIP 1.26 WAR 1.81을 기록했다. 라이블리는 최근 2경기 등판에서 2연속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로 2연승을 달리며 반등 분위기를 만들었다.

외국인 타자 쪽에선 허리 부상으로 방출된 타일러 살라디노 대신 영입된 대니얼 팔카의 적응 속도가 좀처럼 나지 않는다. 팔카는 8월 말 1군에 합류해 20경기 출전 타율 0.227/ 17안타/ 4홈런/ 11타점/ 출루율 0.310/ 장타율 0.427를 기록 중이다. 남은 35경기에서 삼성이 바라는 장타력과 홈런 생산을 얼마나 보여줄지가 관건이다.

전반적으로 외국인 선수들이 시즌 내내 조화로운 시너지 효과를 보여주지 못한 점이 삼성에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시즌 초반부터 나온 라이블리의 2개월여 부상 공백과 코로나19 사태로 늦어진 팔카의 합류 시점이 올 시즌 전체 운영에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었다.

삼성 관계자는 “지금 외국인 선수들이 시즌 초반부터 함께 잘해줬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계속 남는다. 뷰캐넌이 꾸준히 잘해주고 있지만, 라이블리의 시즌 초반 긴 부상 공백이 뼈아팠다. 팔카의 경우도 구단이 정말 최선을 다해 최대한 빨리 비자를 받아 입국하도록 도왔다. 하지만, 코로나19와 자가격리 여파로 시즌 준비 상태가 부족했던 점이 영향을 미쳤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상의 삼성 시나리오는 남은 시즌 뷰캐넌과 라이블리의 꾸준한 투구 흐름, 그리고 팔카의 완벽한 리그 적응이 이뤄지는 것이다. 검증된 외국인 선수들과 내년 시즌을 함께 보낼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젊은 투수들에게 약이 될 2020시즌, 내년 위한 자양분 될까

남은 시즌 김대우가 팀 선발진에서 얼마나 버텨줄지도 관건이다(사진=삼성)
남은 시즌 김대우가 팀 선발진에서 얼마나 버텨줄지도 관건이다(사진=삼성)

올 시즌 초반 삼성의 상승세 때 돋보인 점은 젊은 투수들의 성장이었다. 원태인과 최채흥이 선발진에서 자리 잡아 팀 상승세를 이끌었다. 하지만, 시즌 초반 라이블리의 부상 이탈 뒤 선발진 운영에 한계가 찾아왔다. 시즌 중반부터 경험이 적은 젊은 투수들의 힘이 빠지는 동시에 베테랑 선발 투수 백정현(11G 4승 4패 평균자책 5.19)과 윤성환(5G 2승 평균자책 5.79)도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다.

허삼영 감독은 “원태인의 경우 16일 KT전 등판에서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며 버텼는데 한 바퀴를 도니까 결국 상대 타선을 못 막았다. 투구의 기본은 결국 속구다. 7월 말부터 기록을 보면 속구 피안타율이 계속 안 좋아졌다. 속구 제구와 구위 모두 나빠지며 피해 다니는 투구로 이어진다. 지난해에도 후반기 때 흔들렸는데 올 시즌도 같은 흐름이 나오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선발 투수가 긴 이닝을 소화하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불펜진에도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허 감독은 “선발 투수가 이닝을 길게 끌고 가지 못하면 불펜 투수들을 당겨 써야 한다. 최소한 5회까진 끌고 가려고 생각한다”라며 고갤 끄덕였다.

허 감독은 남은 시즌 김대우가 선발진에서 잘 버텨주길 기대했다. 허 감독은 “더 잘 던지는 투수가 있으면 모르겠지만, 현재 상황에선 김대우가 남은 시즌 선발 역할을 맡아줘야 한다. 양창섭은 2군 등판 내용이 아직 1군에 올라올 정도가 아니다. 향후 더블헤더 일정이 있으면 2군 선발 투수 콜업을 고려하겠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9월 17일 대구 KIA 타이거즈전에서 선발 등판한 김대우는 3.2이닝 9피안타 8실점으로 5이닝을 채 못 버티고 무너졌다. 국내 선발진을 향한 허 감독의 고민이 더 깊어지는 하루였다.

강점을 꼽혔던 삼성 불펜진도 최근 무언가 흔들리는 모양새다. 시즌 전반적으로 가용 불펜 뎁스가 두터워졌지만, 후반기 들어 불펜진 안정화가 좀처럼 이뤄지지 않았다. 삼성의 리그 팀 불펜 WAR은 4.09로 리그 8위에 그친 상태다. 특히 새로운 불펜 핵심으로 떠올랐던 ‘파이어볼러’ 김윤수도 최근 기복 있는 투구로 흔들리는 분위기다.

삼성 허삼영 감독은 “김윤수도 그렇고 불펜진에서 어린 투수들이 체력적인 한계를 겪는 분위기다. 올 시즌 경험을 계기로 더 성숙해져야 한다. 아직 젊기에 부침을 겪을 수 있는 시기”라고 바라봤다. 젊은 투수들이 올 시즌 겪은 부침의 경험이 내년 시즌 한 단계 더 성장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홈런 마진 뒤집어야 할 삼성, 김동엽 반등세가 더 반갑다

김동엽의 최근 반등세는 삼성에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다(사진=삼성)
김동엽의 최근 반등세는 삼성에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다(사진=삼성)

삼성 팀 타선의 베스트 라인업은 다른 팀과 견줘도 밀리지 않는 전력이다. 하지만, 올 시즌 내내 유독 야수 파트에서 부상자들이 번갈아가며 쏟아졌다. 현재도 유격수 이학주가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갔기에 완전한 베스트 라인업이라고 볼 수 없다. 단기간 보여주는 타선 폭발력이 돋보일 때도 있었지만, 시즌 전체로 봤을 땐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삼성 리그 팀 타선 WAR(12.63) 순위가 리그 8위에 머무르는 까닭이기도 하다.

그나마 최근 팀 타선에 위안거리는 김동엽의 반등이다. 최근 10경기 타율 0.450을 기록한 김동엽은 시즌 타율을 0.310(284타수 88안타)까지 끌어올렸다. 허 감독은 “최근 김동엽에게 바라는 장면이 계속 나오고 있다. 편안한 마음으로 야구하는 듯싶은데 계속 좋은 활약을 보여줬으면 한다. 수비에서도 보탬이 된다면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올 시즌뿐만 아니라 내년 시즌을 위해서라도 김동엽의 꾸준한 타격 흐름이 필요하다. 구자욱·팔카·김동엽·이원석·강민호 등으로 이어지는 거포들이 홈런 마진을 ‘플러스’로 만들어줘야 한다. 올 시즌 삼성은 팀 홈런(96개)보다 팀 피홈런(111개) 숫자가 더 많다. 홈런이 많이 나오는 홈구장의 특성을 고려하면 삼성에 뼈아픈 수치다. 외부 전력 보강 등을 통해 이 홈런 마진을 뒤집어야 삼성에 희망이 보일 수 있다.

삼성이 희망한 ‘9치올’ 반격 시나리오는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 하지만, 올 시즌 시행착오와 아쉬웠던 점을 정밀하게 보완한다면 내년 시즌 삼성은 한층 더 성장한 젊은 선수들과 함께 더 무서운 팀이 될 수 있다. 다가올 비시즌 삼성의 전력 보강 방향성이 궁금해진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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