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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유망주의 반문 “존중을 폭력으로 강제할 수 있나요” [엠스플 인터뷰]

  • 기사입력 2020.09.19 05:55:02   |   최종수정 2020.09.19 03: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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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투수 이준명의 반문 “때리면 선배 권위가 더 올라가나요? 폭력은 어리석은 짓”

-“내가 먼저 상대를 존중해야 그에 걸맞은 대우받는다”

-바둑 2급의 고교 유망주 “머릿속 복잡할 땐 바둑 두면서 마음 다잡죠”

-“야구는 몸으로만 배우는 게 아닙니다. 책을 통해서도 계속 배워야 합니다”

 

성남고 3학년 우완투수 이준명(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성남고 3학년 우완투수 이준명(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엠스플뉴스]

 

“운동장에 가장 먼저 나와 가장 마지막에 나가는 선수에요. 투구가 마음에 안 들면 누군가에게 화풀이하는 게 아니라 바둑을 두면서 마음을 다잡는 친구죠. 후배들이 따를 수밖에 없는 선배에요.”  

 

서울 성남고등학교 야구부 박성균 감독이 이토록 칭찬하는 선수는 성남고 3학년 우완투수 이준명이다. 

 

이준명은 올해 고교무대에서 13경기에 등판했다. 선발과 중간계투를 오가며 20이닝 17피안타 8실점 22탈삼진 평균자책 3.60을 기록했다. 이준명은 키 194cm, 몸무게 100kg의 탁월한 신체조건이 강점이다. 하지만, 정작 고교야구계가 이준명을 주목하는 건 인성과 노력이다. 

 

한 프로구단 스카우트는 "학교폭력에 연루된 학생선수들 이름이 줄줄이 거론되면서 2차 신인 지명을 앞두고 프로구단들의 고민이 많다. 지명 후, 학교폭력 연루 사실이 알려지면 학생선수와 구단 모두 힘들어질 수 있다"며 "프로구단들이 현재의 실력보다 미래 가능성이 돋보이고, 인성 좋은 선수를 뽑으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엠스플뉴스가 '학폭'에 반문을 던지는 이준명을 만났다.

 

- 이준명의 반문 “학폭? 존중을 폭력으로 강제할 수 있을까요?” -

 

성남고 야구부 박성균 감독(사진 오른쪽부터)과 이준명(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성남고 야구부 박성균 감독(사진 오른쪽부터)과 이준명(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현재 야구계의 최대 이슈, 학교 폭력입니다. 

 

매일 신문을 빼놓지 않고 읽어요. 신문 스포츠면에 보면 ‘폭력’이란 단어가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감독, 코치, 선배가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력을 행사하곤 합니다. 때론 ‘운동부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그들만의 명분으로 폭력을 정당화합니다. 그런 기사를 접할 때마다 제게 한 가지 질문을 해요. 

 

어떤 질문입니까. 

 

‘폭력으로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가’란 겁니다. 자기 내면에 쌓인 분노를 푸는 것밖에 없어요. 존중은 강제할 수 없는 겁니다. 내가 먼저 상대를 존중해야 상대도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줘요. 당연한 거죠. 야구계는 박찬호 선배를 전설로 부릅니다. 박찬호 선배의 선수 시절을 보면서 왜 사람들이 박찬호 선배를 존경하는지 알게 됐어요.

 

왜 존경한다고 봅니까.

 

박찬호 선배는 1994년 한국인 최초 MLB에 진출해 17년 동안 마운드에 섰어요. 이 기간 124승을 달성했죠. 박찬호 선배는 행동으로 보여줬어요. 야구장 안팎에서 어떻게 생활해야 정상의 자리에 설 수 있는지 말이죠. 예전 영상을 보면 국가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말보다 행동으로 후배들을 이끌었습니다. 저는 박찬호 선배야말로 '진짜 야구인'이라고 봐요.

 

진짜 야구인?

 

야구는 팀 스포츠입니다. 함께 땀 흘리고 같은 결과를 공유해요. 이기면 같이 기쁘고, 패하면 함께 아픈 게 야구입니다. 그런 야구에서 자기 권위를 폭력으로 인정받는다? 저는 아니라고 봐요. 후배들이 믿고 따를 수밖에 없도록 행동하면 누가 존중해달라고 하지 않아도 존경의 대상이 되지 않을 싶어요. 

 

성남고에서 그런 선배입니까. 

 

후배들과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게 있어요. 소통은 두 귀로 경청할 준비가 된 상태에서 시작합니다. 많이 들어줬죠(웃음). 제가 할 일을 선배란 이유로 후배에게 떠넘기지 않았고요. 후배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었습니다. 불합리한 일을 당연시하지 않도록 신경 썼어요. 

 

박성균 감독이 인성을 칭찬한 이유를 알 것 같군요. 

 

이런 생각과 행동이 칭찬받을 일인가 싶어요. 아무리 좋은 사람도 야구를 못하면 프로야구 선수의 꿈을 이룰 수 없습니다.  


- “마음 불안할 땐 바둑으로 다잡죠” -    

 

덕수중 시절 이준명(사진=엠스플뉴스)

덕수중 시절 이준명(사진=엠스플뉴스)

 

‘2021 KBO리그 2차 신인드래프트’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일주일 전부터 잠을 못 자고 있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KBO리그 마운드에 선 저를 상상하면서 땀을 흘렸어요. 신인드래프트 때 제 이름이 불렀을 때를 생각하면 설레고, 지명받지 못했을 때를 그려보면 아쉽기만 합니다. 여러 감정이 공존하고 있어요(웃음). 

 

신체조건이 좋습니다. 

 

키 194cm, 몸무게 100kg입니다. 좋은 체격은 제겐 큰 강점이에요. 부모님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프로야구 선수를 꿈꾸기 시작하면서부터 하루에 줄넘기를 2천 개씩 한 게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우유를 그렇게 마신다고 들었는데.

 

하루 2L씩 마셔어요. 아버지계서 “우리 집은 우윳값이 밥값보다 많이 나온다”고 말씀 하실 정도에요(웃음). 

 

일찍부터 착실한 몸 관리로 프로 도전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했습니다. 코로나19인데요.

 

코로나19로 대회가 하나둘 미뤄지고 훈련까지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어요. 6월 12일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에 등판한 게 올해 첫 경기였어요. 상반기엔 홈트레이닝에 집중하면서 하루하루 불안에 떨었던 것 같아요.

 

하루하루 불안에 떨었다?

 

프로 도전을 앞둔 학생선수는 모두 저와 같았을 거예요. 프로구단 관계자분들께 제 기량을 보여드려야 하는데 그 무대가 자꾸 취소됐으니까요. 특히나 전 KT 위즈 소형준 선배같은 특급 신인이 아니에요. 한 번이라도 더 가능성을 보여드려야 하는데 기회가 점점 사라지니 막막했죠. 

 

그 불안감을 어떻게 이겨냈습니까. 

 

홈트레이닝에 최대한 집중했어요.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강한 어깨와 체력을 만드는 데 힘썼습니다. 언제든 마운드에 오를 몸 상태를 유지하려고 했어요. 운동을 마치고선 독서와 바둑을 두면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해외 야구 관련 서적을 읽으면서 야구공부에 집중하는 이준명(사진=엠스플뉴스) 해외 야구 관련 서적을 읽으면서 야구공부에 집중하는 이준명(사진=엠스플뉴스)

 

주로 어떤 책을 읽습니까. 

 

아버지가 사회인 야구단에서 뛰셨어요. 주말마다 야구하러 나가셨죠. 아버지가 경기하는 걸 보면서 궁금한 게 하나둘 생겼어요. 그걸 풀기 위해 책을 읽기 시작했죠. 야구책은 아무래도 미국, 일본이 많기 때문에 해외 서적을 주로 봐요. 

 

요즘 읽는 책이?

 

요즘엔 마에다 켄의 ‘투구 메커니즘’과 ‘1등(에이스)이 될 수 있는 피칭 테크닉’이란 책을 읽고 있어요. 마에다는 야구 동작 메커니즘의 일인자로 야구선수, 트레이닝 코치, 연구자 등 경험이 풍부하죠. 저는 야구는 몸으로 익히지만, 공부를 통해서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보니까 번역서가 아닌데.

 

2005년 아버지가 일본으로 발령나셨어요. 2009년까지 일본에서 생활했어요. 유치원을 일본에서 졸업했습니다(웃음). 2009년 잠시 한국에 들어왔지만 오래 있지 않았어요. 초교 2학년 때인 2010년 일본으로 다시 건너가 3년을 더 생활했죠. 

 

일본어가 능숙할 수밖에 없겠군요. 바둑은 언제부터 뒀습니까. 

 

일본에서 초교 다닐 때 배웠어요. 기원에서 2급까지 땄어요. 아버지께서 절 프로 바둑기사로 키우려고 하셨죠(웃음). 마음이 불안하거나 머릿속이 복잡할 땐 할아버지나 아버지와 바둑을 둬요. 마음을 차분히 하고, 집중력을 강화하는 덴 바둑이 최고에요. 바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어떤 ? 

 

이창호 9단이 한 말인데요. “승리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습관’을 만들어주고, 패배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준비’를 만들어준다”는 말입니다. 바둑엔 삶이 담겨있어요. 마운드에서의 성과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고 쭉 나아갈 힘을 바둑에서 얻습니다.

 

성남고 박성균 감독은 “(이)준명이는 야구장 안팎에서의 생활이 더 뛰어난 학생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더군요. 취미 생활을 들어보니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감독님이 프로 입단을 앞둔 제게 용기를 주려고 하신 말씀인 것 같습니다(웃음). 전 제가 해야 할 일에만 집중해요. 제가 가진 재능은 다른 선수들보다 월등하지 않습니다. 마운드에서 팀에 보탬이 되려면 남들보다 더 땀 흘려야 해요. 누구보다 먼저 야구장에 도착해 훈련하고, 가장 늦게 운동을 마무리하는 이유입니다. 

 

“모든 일 중에서 가장 어려운 건 꾸준할 수 있다는 것” -

 

이준명에게 KBO리그는 꿈의 무대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이준명에게 KBO리그는 꿈의 무대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프로에 도전하는 학생선수 이준명의 강점은 무엇입니까.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고, 꾸준히 성장한다는 게 장점이라고 봐요. 앞으로 속구 구속을 늘리는데 주안점을 둘 생각입니다. 분명한 건 야구가 끝날 때까지 계속 노력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준명에게 KBO리그는 어떤 무대입니까. 

 

꿈의 무대죠. 올해 소형준, 이민호(LG 트윈스) 등 고졸 신인 선배들이 맹활약하는 걸 들뜬 마음으로 보고 있어요. 제가 그 선배들과 당장 기량을 견줄 만큼 실력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최고의 재능으로 평가받는 선배들을 따라갈 자신감과 확신이 있어요. 박찬호 선배가 “모든 일 중에서 가장 어려운 건 꾸준할 수 있다는 것”이란 말을 남기셨습니다. 그 어려운 걸 해내겠습니다. 지금처럼 꾸준히 나아가겠습니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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