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1일 비대면 방식으로 열리는 2021 KBO 신인 2차 드래프트

-1라운드 판도 예측불허…강릉고 김진욱 외엔 어느 구단이 누굴 뽑을지 예상 어렵다

-나승엽 이슈, 학교폭력 변수가 1라운드 판도 뒤흔든다

-야구인 2세 지명 여부, 코로나19 경영난 속에 10라운드 끝까지 지명할지도 관심사

올해 드래프트는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된다(사진=엠스플뉴스)
올해 드래프트는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된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2차 1라운드 지명을 받는 영광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미국행을 선언한 나승엽을 1라운드에서 뽑는 구단이 정말 나올까. ‘학교폭력’ 이슈는 지명 판도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까. 야구인 2세 가운데 대를 이어 프로구단의 선택을 받는 선수가 나올까. 코로나19 사태로 경영난을 겪는 구단들이 과연 10라운드까지 지명권을 모두 사용할까.

2021 KBO 신인 2차 지명회의가 어느새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코로나19 사태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사상 최초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될 이번 드래프트에 관한 5가지 궁금증을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풀어봤다.

1. ‘예측불허’ 2차 1라운드, 유력 후보는?

강릉고 김진욱(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강릉고 김진욱(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엠스플뉴스는 해마다 신인드래프트를 앞두고 1차지명과 2차 1라운드에서 구단별 지명 선수를 예상해 공개해 왔다. 그러나 올해만큼은 어느 구단이 누굴 뽑을지 전혀 감을 잡기 어려운 실정이다. 구단 스카우트들도 하나같이 “올해는 예측불허”라고 이야기한다.

한 지방구단 스카우트는 “작년까지는 2차 1라운드까지는 앞의 구단이 누굴 뽑을지 힌트를 줘서, 대략적인 판도를 예측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구단들끼리 전혀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른 지방구단 스카우트는 “미국행을 선언한 덕수고 나승엽, 그리고 학교폭력 가해 의혹을 받는 선수들이 변수다. 앞의 구단들이 이 선수들을 지명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전체 지명 판도에 크게 달라질 수 있어, 다양한 경우의 수를 놓고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중”이라 했다.

그래도 ‘1라운드감’이란 평가를 받는 후보군은 있다. 강릉고 특급 좌완 김진욱은 2차 1라운드 전체 1번 지명이 확실시된다. 140km/h 중후반대 강속구를 던지는 용마고 좌완 장민기와 변화구 구사 능력이 뛰어난 유신고 좌완 김기중, 묵직한 패스트볼이 장점인 서울디자인고 우완 이용준과 속구 회전수-슬라이더가 강점인 대전고 우완 이재희도 1라운드 감이라는 평가다.

그 외 고교 투수로는 올해 변화구 구사에서 큰 발전을 보여준 세광고 조병현, 속구와 커브 콤보가 일품인 인천고 한재승, 애초 서울권 1차 지명 후보였던 선린인터넷고 김동주가 거론된다. 고교 내야수로는 세광고의 만능 유격수 이영빈과 수비력 좋은 스위치 히터 유신고 김주원이 1라운드 후보로 꼽히는 선수다. 대학 선수로는 원광대 유격수 권동진이 1라운드 후보로 언급된다.

2. ‘미국행 선언’ 나승엽, 1라운드에서 뽑힐까

1라운드에서 나승엽을 뽑는 구단이 나올까(사진=엠스플뉴스)
1라운드에서 나승엽을 뽑는 구단이 나올까(사진=엠스플뉴스)

가능성이 있다. 여러 스카우트와 관계자를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최소 2개 구단이 이번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덕수고 나승엽의 지명을 검토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나승엽은 원래 1차 지명 당시 롯데 자이언츠의 유력한 지명 대상이었다. 그러나 1차 지명을 앞두고 미국 AL 중부지구 한 구단과 계약에 합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명 대상에서 제외됐다. 문제는 나승엽이 아직 미국 구단과 정식 계약서에 사인하지 않은 상태라는 점. 아직 KBO엔 국외 진출을 선언한 고교 선수의 프로 구단 지명을 금지하는 명문화된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2차 지명에서 구단들이 나승엽을 뽑아도 아무런 막을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한 수도권 구단 관계자는 “기존 코너 내야수 계약 기간이 끝나가는 지난해 하위팀과, 야수진 리빌딩이 시급한 작년 상위권 팀 하나가 나승엽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른 지방구단 관계자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물론 나승엽이 예정대로 미국 구단과 계약하면 1라운드 지명권을 날릴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한 지방구단 관계자는 “일단 1라운드에서 지명한 뒤 ‘영혼까지 끌어모아’ 설득 작업을 펼치면 유니폼을 입힐 수도 있지 않을까. 구단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하고 감독과 학교 선배들을 총동원해 설득하고, 추후 미국행 지원을 약속한다면 못할 것도 없다고 본다”는 생각을 전했다.

만약 소문대로 나승엽을 1라운드에서 지명하는 팀이 나올 경우, 드래프트 1라운드 판도가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한 구단 스카우트는 “우리 구단은 기본적으로 투수를 염두에 두고 있다. 하지만 나승엽 변수로 우리 차례까지 야수가 돌아올 경우, 야수 지명도 생각해볼 수 있다”는 생각을 전했다.

3. ‘학교폭력’ 태풍이 지명 판도 뒤흔든다

NC가 지명철회한 김유성(사진=NC)
NC가 지명철회한 김유성(사진=NC)

나승엽과 함께 이번 드래프트 판을 뒤흔들 또 하나의 변수는 ‘학교폭력’ 이슈다. 이미 NC의 김유성 지명철회 사태로 학교폭력 이슈의 폭발력은 충분히 확인됐다. 자칫 아까운 지명권을 날리고, 구단과 그룹 이미지에 먹칠할 수 있는 사안이라 구단들로선 신중할 수밖에 없다.

한 수도권 구단 스카우트는 “김유성 사건이 터진 뒤 자체 조사를 통해 몇몇 상위 지명 대상 선수의 학교폭력 의혹을 확인했다. 의혹이 불거진 몇몇 선수의 부모는 피해자와 합의서, 학교폭력과 무관하다는 학교 측 확인서를 작성해 10개 구단에 제출했다”고 전했다. 의혹이 제기된 선수 중엔 이번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이 유력한 선수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구단 스카우트는 “의혹이 나온 선수 중에는 실제 폭력 사실이 확인된 선수도 있고, 폭력에 가담하지 않았는데 억울하게 엮여 들어갔다고 주장하는 사례도 있다. 구단으로서는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답답하다”라며 “의혹이 나온 선수 중에는 우리 구단에 꼭 필요한 포지션인 선수, 원래 뽑을 생각이었던 선수도 있는데 막상 뽑았다가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서 걱정”이라 했다.

수도권 구단 스카우트는 “선수 쪽 해명을 믿고 뽑았는데 나중에 해명과 전혀 다른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거나, 숨어있던 피해자가 나타나면 그때는 걷잡을 수 없다. 그렇다고 아직 물증도 없는데 심증만으로 좋은 선수를 뽑지 않을 수도 없다는 게 딜레마”라며 “우리 구단이 안 뽑아서 뒤로 밀린 선수가 다른 구단에 가서 아무 문제 없이 잘 활동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판단하기 쉽지 않은 문제”라고 했다.

다른 지방구단 관계자는 “스카우트 선에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구단 윗선에서 결정할 문제”라며 “구단 보고용 리포트에 ‘학교폭력’ 의혹이 있는 선수는 이름에 빨간 펜으로 따로 표시했다. 어떤 의혹이 제기되는지도 보고를 올렸다. 사장, 단장님 선에서 판단해서 결정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여러 이야기를 종합하면, 학교폭력 의혹이 나온 선수 중에서도 적지 않은 선수가 이번 드래프트에서 구단의 선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유성처럼 이미 학교폭력 사실이 공개된 선수일 경우엔 지명받기 쉽지 않겠지만, 아직 실명이 드러나지 않은 선수들은 예상보다 다소 낮은 순위에서 지명될 가능성이 있다.

한 아마야구 관계자는 “이미 학교폭력 문제로 홍역을 치른 구단 두세 곳은 이번 드래프트에서 학교폭력 의혹이 제기된 선수를 뽑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 경우 의혹이 나온 선수를 해당 구단이 ‘패스’하면, 다음 순번 구단 간에 치열한 눈치 게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에 따라선 올해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애초 예상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을 전했다.

4. 트라이아웃 참가자, 야구인 2세, 소설가…화제의 지명 선수 나올까

야구인 2세 김건형과 심종원(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야구인 2세 김건형과 심종원(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트라이아웃 참가 선수 중에 가장 지명권에 가까운 선수는 파주 챌린저스 내야수 김동진이다. 우투좌타인 김동진은 9월 9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1 KBO 신인 드래프트 트라이아웃에서 단연 눈에 띄는 기량을 보여줬다. 타석에서는 정확한 컨택트 능력을, 수비에선 부드러운 수비 동작과 정확한 송구를 선보였다. 스카우트 사이에선 “5라운드 전후로 이름이 불릴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반면 ‘야구인 2세’ 김건형(김기태 전 KIA 감독 아들), 심종원(심정수 선수 아들)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한 지방구단 스카우트는 “과거 하재훈, 이학주 등 트라이아웃 참가 선수들과 비교해 눈에 확 띄는 장점이 없다”며 “상위 라운드에서 선택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를 내놨다. 반면 “김건형의 경우 드래프트 중후반 정도에는 이름이 불릴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야구인 2세’ 출신으로 가장 주목받는 지명 대상은 세광고 유격수 이영빈이다. 이영민은 한화 이글스 선수 출신 이민호 대전 중구 리틀야구단 감독의 아들로 좋은 신체조건과 강한 어깨, 압도적인 손목 힘과 배트 스피드를 자랑한다. 고교 야수 가운데선 가장 1라운드 지명에 가까운 후보로 꼽히며, 최소 3개 구단이 이영빈을 지명 후보로 검토하고 있다. 다만 실제 1라운드에서 지명이 이뤄질지는 드래프트 당일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최근 화제가 된 ‘소설가’ 야구선수 강인규(고려대 4학년)의 지명 여부도 관심을 모은다. 한 스카우트는 “공격력은 수준급인데 포지션이 1루수인 게 다소 아쉽다. 대학 1루수는 정말로 ‘무시무시한’ 공격력을 보여주지 않으면 프로 구단에서 우선순위로 고려하지 않는다”면서도 “색다른 배경과 스토리가 있는 선수들이 많이 지명돼서 우리 프로야구를 보다 풍성하게 만들어줬으면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5. 재정난 겪는 구단들, 10라운드까지 다 뽑을까

원광대 유격수 권동진(사진=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원광대 유격수 권동진(사진=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일각에선 이번 드래프트에서 몇몇 구단이 지명권을 10라운드까지 전부 사용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구단 재정난이 이유다.

한 지방구단 핵심 관계자는 “8, 9, 10라운드 선수에 들어가는 돈이 얼마나 되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선수 한 명당 계약금 3천만 원에 연봉 3천만 원을 합하면 6천만 원이다. 8, 9, 10라운드에 셋을 뽑으면 1억 8천만 원이란 돈을 투자해야 한다. 또 신인 선수를 뽑으면 그만큼 기존 선수 중에 나가야 하는 선수가 생긴다”고 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아무리 재정적으로 어렵다고 해도, 하위라운드 지명을 포기하는 구단이 실제로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위 지명을 포기하는 구단은 아마야구와 상생을 저버리는 구단으로 큰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몇천만 원 아끼려고 지명권 행사를 포기하는 구단이 실제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 했다.

한 스몰마켓 구단 관계자는 “우리 구단 역시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정적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같은 구단도 신인 지명권은 10라운드까지 전부 사용할 방침”이라며 “우리 구단이 10라운드까지 전부 지명하는데, 사정이 훨씬 나은 구단이 7라운드쯤에서 지명을 끝낸다면 어떤 평가를 받을지 뻔하지 않은가”라고 했다.

물론 다른 구단 사정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수도권 구단 스카우트 책임자는 “올해는 구단들이 정말 어려운 상황이다. 어떤 구단이든 9, 10번 지명을 패스한 뒤 ‘코로나19로 어려워서 어쩔 수 없다’는 논리를 펴면, 비난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야구 발전을 위해서라도 그런 상황이 실제로는 생기지 않길 바란다”는 생각을 전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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