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 김정국 심판과 신경전을 벌이는 핀토(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5회 김정국 심판과 신경전을 벌이는 핀토(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엠스플뉴스=인천]

“지난 경기에서 핀토의 변화된 모습을 봤다. 그간 안 좋다가 좋은 모습을 찾았으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SK 와이번스의 ‘미운 오리’ 리카르토 핀토가 2경기 연속 호투를 펼쳤다. 박경완 감독대행의 기대대로 이전과 확 달라진 구종 배합으로 개인 한 경기 최다 삼진과 함께 6이닝을 소화했다. 하지만 심판의 볼 판정에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불필요한 신경전을 펼치는 등 핀토스러운 모습도 여전했다.

핀토는 9월 19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 시즌 12차전 경기에 선발등판해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지난 13일 롯데전에 이은 2경기 연속 6이닝 1실점 피칭. 핀토의 연속경기 퀄리티 스타트는 지난 6월 16일 KT전(5경기 연속 QS) 이후 약 석 달 만이다.

투구패턴 변화가 적중했다. 최근 구사율을 높인 포크볼과 커터를 집중적으로 구사한 게 호투의 발판이 됐다. 이날 경기전 박경완 대행은 “핀토가 전에는 투심과 커브 비율이 높았다. 이제는 본인이 몸으로 많이 느낀 것 같다. 여러 가지 유형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걸 깨달은 것 같다”고 언급한 바 있다.

3회까지는 안타 없이 볼넷만 하나 내주고 무실점. 특히 3회초 배정대를 상대로 결정구 포크볼을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빠른 속구와 예리하게 꺾이는 커터, 낙차 큰 포크볼 조합으로 한창 물오른 KT 방망이를 효과적으로 막았다.

5회 무사 만루 위기도 포크볼을 앞세워 벗어났다. 볼넷 2개와 안타로 허용한 무사 만루 대량실점 위기. 여기서 심우준 상대로 포크볼을 떨어뜨려 헛스윙 삼진, 1아웃을 잡고 한숨을 돌렸다. 이어 배정대 타석에서도 포크볼-투심-속구를 차례로 던져 3구 만에 삼진아웃. 순식간에 2아웃을 잡았다.

황재균 타석이 아쉬웠다. 빠른볼과 커터를 존 근처로 계속 던져봤지만 조금씩 벗어나면서 밀어내기 볼넷이 됐다. 멜 로하스 타석에서도 3구 연속 볼 판정이 나오자 핀토의 짜증이 극에 달했고, 4구와 5구째 스트라이크 판정에 손뼉을 치면서 구심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핀토 입장에선 운이 좋았다. 김정국 구심은 퇴장 대신 통역과 함께 마운드에 올라가 주의를 주는 선에서 끝냈다. 6구와 7구째 존에서 벗어난 공에는 로하스의 방망이가 나오면서 연속 파울, 밀어내기 볼넷 위기를 면했다. 그리고 8구째 낮게 떨어뜨린 포크볼에 로하스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 핀토는 추가 실점 없이 5회를 마무리했다.

6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온 핀토는 2아웃 이후 박경수와 허도환을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 처리해 개인 한 경기 최다인 9개째 삼진을 잡았다. 종전 한 경기 최다는 8월 22일 두산전에서 기록한 7탈삼진. 7회부터 김택형에게 마운드를 넘긴 핀토는 이날 투구를 6이닝 2피안타 5볼넷 9탈삼진 1실점으로 마쳤다. 8회 1점, 9회 3점을 추가로 내준 SK는 0대 5로 패배, 6연승 뒤 3연패로 다시 연패 모드에 들어갔다.

유격수 박성한을 격려하는 핀토(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유격수 박성한을 격려하는 핀토(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이날 핀토는 총 투구수 105구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포크볼이 20구로, 전체 투구수 가운데 19%를 포크볼로 던졌다. 이는 KBO리그에 온 뒤 핀토의 한 경기 최고 포크볼 구사율이다. 8월 4일 롯데전까지 포크볼을 전혀 던지지 않았던 핀토는 22일 두산전에서 처음 10% 이상 포크볼 구사율을 기록한 뒤 이날 경기에서 정점을 찍었다. 삼진 9개 가운데 5개가 포크볼로 잡아낸 삼진이었다.

투심을 줄이고 커터 구사율을 높인 점도 눈에 띄었다. 이날 핀토는 투심 13구를 던져 구사율 12.4%를 기록했고, 커터는 40구를 던져 38.1%의 구사율을 보였다. 핀토의 시즌 투심 구사율은 31.7%, 커터 구사율은 25.4%였다. 시즌 평균 7.2%를 던진 커브는 이날 단 3구만 던져 2.8%에 그쳤다.

이처럼 투구패턴에선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 핀토지만, 경기 운영과 메이크업 면에선 여전히 아쉬움도 남겼다. 특히 5회에 심판 판정에 과도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스스로 위기를 자초한 대목이 아쉬웠다. 볼 판정에 불만을 표하다 스트라이크를 잡아주자 박수를 치면서 심판을 조롱하는 듯한 행동은 프로답지 못했다.

핀토의 행동에 김정국 구심은 즉각 마운드에 올라가 주의를 시켰다. 이닝이 종료된 뒤엔 박경완 감독대행이 불필요한 행동을 하지 말라고 지적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모름지기 외국인 에이스라면 듬직하고 안정감이 느껴져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핀토의 모습은 갓 프로에 데뷔한 신인보다도 불안하고 위태롭다. SK 코칭스태프가 어르고 달래면서 지금까지 끌고 왔지만, 좀처럼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 게 아쉽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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