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8승을 거둔 배제성(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시즌 8승을 거둔 배제성(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인천]

“오늘은 투수의 날이다.”

KT 위즈가 마운드의 힘을 앞세워 SK 와이번스를 잡고 4연승을 달렸다. 배제성을 시작으로 주권-하준호-조현우-전유수로 이어지는 마운드의 무실점 계투가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고구마처럼 답답한 공격을 이어가던 타선도 8회와 9회 추가점을 뽑아내 승리조를 아끼는 데 힘을 보탰다.

9월 19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KT와 SK의 시즌 12차전. 이날 경기를 앞두고 이강철 KT 감독은 전날 수원 두산전에서 초반 4대 0 앞선 상황에 추가점을 내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이 감독은 “도망갈 때는 확실히 달아나야 한다는 걸 느꼈다. 4대 0에서 희생번트를 대서 달아났어야 했다. 달아날 때 추가점을 못 낸 게 잔상으로 계속 남았는데, 아니나다를까 다음 이닝에 바로 실점을 내주고 쫓기는 경기가 됐다”고 돌아봤다. KT는 이날 연장 11회까지 가는 혈투 끝에 두산에 5대 4로 승리를 거뒀다.

이날 SK전에서도 공격에서 답답한 흐름이 이어졌다. KT는 SK 선발 리카르토 핀토 상대로 3회까지 노히트로 꽁꽁 묶였다. 5회초엔 볼넷 2개와 안타 1개로 잡은 무사 만루 찬스에서 두 타자가 연속 삼진으로 물러났고, 황재균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간신히 1점을 뽑아내는 데 그쳤다. 이어진 2사 만루에선 멜 로하스가 3-2에서 나쁜 볼을 계속 건드리다가 8구째 유인구에 속아 헛스윙 삼진. 추가득점 없이 공격을 마쳤다.

KT로서는 크게 아쉬움이 남는 공격. 그러나 자칫 SK 쪽으로 넘어갈 수도 있는 흐름에서 KT 투수들이 힘을 냈다. 배제성은 5회말도 삼자범퇴로 막고 노히트 행진을 이어갔다. 속구 구속은 최고 143km/h로 평소보다 크게 떨어졌지만, 오히려 속구 위주(60%) 공격적인 승부로 SK 타자들의 범타를 이끌어 냈다.

6회말 1사 1, 2루 위기에선 주권이 올라와 채태인을 병살타로 잡고 한 점 리드를 지켰다. 7회말 1사후엔 조현우가 올라와 0.2이닝 무실점, 8회말 1사 1루에선 노장 이보근이 올라와 삼진 2개로 이닝을 정리했다. 9회 올라온 전유수도 이틀 연속 1이닝 무실점으로 마지막 이닝을 책임졌다.

투수들이 버티는 사이 타선도 경기 후반 힘을 냈다. KT는 1대 0으로 앞선 8회초 1사 1, 3루에서 베테랑 유한준이 천금같은 적시타를 날려 2대 0으로 달아났다. 9회초 공격에선 배정대의 희생플라이와 황재균-강백호의 적시타로 3점을 더해 승부에 쐐기를 박고 지친 승리조에게 휴식을 부였다.

경기는 5대 0 KT의 팀 완봉승으로 끝났다. 5.1이닝 무실점으로 잘 던진 배제성은 시즌 8승째, 1이닝을 틀어막은 주권은 시즌 25홀드로 이 부문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타선에선 결승 밀어내기 볼넷 포함 2안타 2볼넷을 기록한 황재균과 쐐기 타점을 올린 유한준의 활약이 빛났다.

4연승을 달린 KT는 이날 승리한 LG와 공동 3위를 유지했다. 또 이날 패한 선두 NC와 3경기차로 승차를 좁혔다. 이제는 5강 진출을 넘어 선두까지도 내다볼 수 있는 자리로 올라선 KT다. 경인 라이벌 SK와 상대전적도 10승 2패로 압도적인 우세를 지켰다.

호투한 배제성(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호투한 배제성(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경기후 이강철 감독은 “오늘은 투수의 날”이라며 “선발 배제성이 5이닝 이상을 투구하며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이어 나온 주권, 하준호, 조현우, 전유수 등 불펜 투수들이 실점 없이 잘 막아줬다”고 투수진을 칭찬했다.

이어 “타선에서는 유한준, 황재균 등 고참 선수들이 찬스에서 필요한 타점을 기록하며 승리할 수 있었다. 어제 연장 경기 후, 주말 원정 경기를 하느라 피곤했을텐데 끝까지 집중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선수단을 격려했다.

승리투수가 된 배제성은 “타이트한 경기였는데 불펜이 잘 막아줘서 감사하다.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향하는 등 운이 따른 경기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배제성은 시즌 후반 들어 팔 각도가 내려가고 속구 구속이 줄어드는 추세가 뚜렷하다. 이날 경기에서도 속구 평균 139.8km/h로 140km/h를 밑도는 구속을 기록했다. 하지만 속구 구사율은 61.4%로 앞선 경기보다 속구 위주의 공격적인 투구를 펼쳤다. 경기전 “속구 힘은 나쁘지 않다. 속구가 별로 안 맞고 있는데 변화구를 많이 쓰는 경향이 있다. 차라리 속구를 쓰는 게 낫다”는 이강철 감독의 조언에 충실한 투구였다.

배제성은 “그동안 직구 스피드가 떨어져서 변화구에 의존했는데 가면갈수록 기록이 안 좋아졌다. 감독님이 직구 위주로 던져보라고 하셔서 많이 던졌는데 결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내려간 팔 각도에 대해선 “팔 각도가 내려간 걸 인지하고 있지만 억지로 올리려고 해도 안 올라가더라. 팔이 안 올라가서 팔 스윙을 뒤로 많이 빼서 던지다 보니 제구도 안나오고 스피드도 안 나온다”며 “스피드가 안 나온다고 맞으면 어떡하지 생각하는 순간 타자에게 지는 것이다. 구속은 떨어져도 정신은 지면 안 된다. 무조건 자신있게 던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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