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후반기 막판 악재 겹쳐 가을야구 진출 위태

-‘가족 교통사고’로 귀국한 브룩스, 사실상 시즌 아웃

-‘아홉수’ 빠진 양현종, 4경기째 승리 얻지 못했다

-‘물음표’ 달린 전상현 복귀 시점, 구위 회복 여부도 관건

KIA 마운드 주축인 브룩스(왼쪽부터 차례대로)와 양현종, 그리고 전상현이 각자 다른 어려움에 빠져 있다(사진=KIA)
KIA 마운드 주축인 브룩스(왼쪽부터 차례대로)와 양현종, 그리고 전상현이 각자 다른 어려움에 빠져 있다(사진=KIA)

[엠스플뉴스=광주]

제대로 가을바람을 타는 듯했다가 주춤하는 분위기다. KIA 타이거즈의 가을야구 행보가 위태로워졌다. 5위 그 이상을 노릴 수 있는 분위기를 타다가 여러 악재로 주춤한 KIA의 상황이다.

KIA는 9월 22일 기준 시즌 59승 51패로 리그 6위에 올라 있다. 가을야구 마지노선인 리그 5위 두산 베어스와는 0.5경기 차로 추격권 안에 있지만, 7위 롯데 자이언츠에도 2경기 차로 쫓기는 신세가 됐다.

침통한 윌리엄스 감독 "브룩스 포함한 모두가 쉽지 않은 시간 보낼 것"

윌리엄스 감독은 침통한 표정으로 브룩스 가족의 교통사고 소식을 알렸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윌리엄스 감독은 침통한 표정으로 브룩스 가족의 교통사고 소식을 알렸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KIA가 올 시즌 선전하는 이유는 단연 마운드의 힘에 있다. 올 시즌 KIA 팀 마운드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는 17.89로 2위 NC 다이노스(16.20)에 이은 리그 1위다. 선발진과 불펜진의 탄탄한 조화가 KIA의 순위 싸움에 가장 큰 힘을 보탰다.

하지만, 9월 22일 광주 키움 히어로즈전에 앞서 KIA는 올 시즌 가장 큰 악재를 맞이했다. 팀 주축 선발 투수인 에런 브룩스가 가족 교통사고로 급히 미국 귀국을 결정한 것이었다. KIA는 이날 브룩스를 엔트리에서 말소하고, 김현수를 등록했다.

브룩스의 가족은 이날 미국에서 신호 위반 차량에 교통사고를 당했고, 차량에는 부인과 자녀 2명이 타고 있었다. KIA 관계자는 “브룩스가 미국으로 돌아가 가족 옆에 있는 것이 당연한 일이기에 특별 휴가를 주기로 했다. 브룩스 가족 모두의 건강에 이상이 없길 간절히 바란다”라고 전했다.

사령탑인 윌리엄스 감독도 이날 오전 브룩스 가족의 교통사고와 관련해 갑작스럽게 소식을 들었다. 윌리엄스 감독은 22일 경기 전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브룩스 가족들에게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했다. 심각한 사고였고, 심각한 부상이 있어 안 좋은 상황이라고 들었다. 야구보다 훨씬 중요한 요소가 있다. 팀원 모두 브룩스 가족을 향한 걱정으로 한마음이다. 최대한 빨리 출발하는 비행기 편으로 브룩스가 귀국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가족이 다친 상황과 관련해 느낀 브룩스의 슬픔에 공감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멀리 떨어진 상황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픈 상황을 버티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브룩스의 말로는 ‘본인에게 날개가 있었다면 바로 날아가고 싶었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안타까운 상황이다. 아버지와 가장으로서 아내와 자식들을 챙기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 모두가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야 할 듯싶다”라며 고갤 끄덕였다.

9월 22일, 모두가 한마음으로 웨스틴 브룩스의 건강을 기원했다

KIA 포수 김민식의 보호 장구에 브룩스의 아들 이름인 웨스틴 브룩스와 건강 회복을 응원하는 'ALL IS WELL“ 문구가 적혀 있다(사진=KIA)
KIA 포수 김민식의 보호 장구에 브룩스의 첫째 아들 이름인 웨스틴 브룩스와 건강 회복을 응원하는 'ALL IS WELL“ 문구가 적혀 있다(사진=KIA)

9월 22일 경기에서 KIA 선수단은 브룩스 가족의 무사함과 건강 회복을 기원하기 위해 모자와 헬멧에 브룩스의 첫째 아들인 웨스틴 브룩스의 이름을 새겼다. 상대팀인 키움 선수단도 이 소식을 듣고 이날 경기에서 큰 세리모니를 자제하자고 내부적으로 약속했다.

이날 경기 MVP였던 키움 투수 한현희도 “KBO리그에서 같이 뛰는 동료기에 더 안타까운 마음이다. 브룩스의 가족들이 건강하고 무사하길 기도한다”라고 전했다.

가족 병간호를 위해 미국으로 떠난 브룩스는 사실상 정규시즌 복귀가 불가능할 전망이다. 미국에서 최대한 빨리 돌아오더라도 자가 격리 2주를 보내야 하고 몸을 다시 끌어 올릴 기간도 필요한 상황이다. 만약 KIA가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다면 브룩스의 투구는 내년 시즌 재계약이 이뤄져야 KBO리그에서 다시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리그 전체 투수 WAR 1위(7.09)인 브룩스를 대체할 선발 투수는 미정이다. 갑작스러운 사고 소식과 브룩스의 귀국이 곧바로 결정돼 조금 더 논의할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기존 선발진 4명을 제외하고 9월 20일 광주 한화 이글스전에 선발 등판해 4이닝 5피안타 6탈삼진 1실점으로 가능성을 보인 김기훈이 브룩스를 대체할 선발 투수로 승격할 가능성이 있다.

'아홉수' 빠진 양현종, 4경기째 승리 얻지 못했다

양현종은 시즌 9승 달성 뒤 4경기 연속 승리 투수 달성에 실패했다(사진=KIA)
양현종은 시즌 9승 달성 뒤 4경기 연속 승리 투수 달성에 실패했다(사진=KIA)

브룩스의 부재가 확정된 날 또 다른 에이스 양현종의 ‘아홉수’도 이어졌다. 양현종은 시즌 9승 달성 뒤 9월 22일 경기를 포함해 4경기 등판 연속 승리에 실패했다.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 기록과 타이거즈 구단 통산 최다승 2위 타이기록(선동열 전 감독 146승)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양현종이 승리를 얻지 못하고 있다.

윌리엄스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양현종을 향해 “최근 등판 내용을 보면 전반적으로 괜찮았지만, 경기 초반 제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나왔다. 양현종이 승리를 챙기기 위해선 경기 초반 정교한 제구력으로 투구수 조절을 잘해야 할 듯싶다”라고 기대했다.

윌리엄스 감독의 기대대로 양현종은 경기 초반 안정적인 경기 운영 능력으로 5회까지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팀 득점 지원이 ‘0’였다. 결국, 양현종은 0대 0으로 맞선 6회 초 결정적인 팀 수비 실책과 함께 2실점으로 고갤 숙였다. 6이닝 2실점(1자책)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에도 끝내 아홉수를 깨지 못한 양현종이었다.

브룩스의 부재로 양현종 등판 경기에서 얻어야 할 팀 승리의 중요성은 더욱더 커졌다. 양현종의 ‘아홉수’가 계속 이어진다면 KIA 벤치도 계산이 서는 잔여 시즌을 운영하기 힘들 전망이다.

'길어지는 부상 공백' 전상현, 전반기 구위 되찾을까

어깨 통증으로 빠진 전상현이 복귀 뒤 자신의 구위를 완벽히 회복할 지도 관건이다(사진=KIA)
어깨 통증으로 빠진 전상현이 복귀 뒤 자신의 구위를 완벽히 회복할 지도 관건이다(사진=KIA)

이렇게 마운드 앞문이 문제지만, 마운드 뒷문도 불안한 흐름이다. 마무리 전상현의 복귀 시점이 여전히 물음표인 까닭이다. 전상현은 어깨 통증으로 9월 11일부터 1군 엔트리에서 빠져 있는 상태다. 금방 복귀할 수 있는 듯했지만, 전상현은 생각보다 더 장기 부상 흐름으로 이어졌다.

이번 주 내로도 전상현의 복귀는 힘든 분위기다. 윌리엄스 감독은 “전상현이 이번 주 내로 복귀하는 건 힘들 듯싶다. 화요일과 수요일 캐치볼 훈련 뒤에 몸 상태를 확인하고 괜찮다면 목요일 불펜 투구를 소화할 계획이다. 그리고 하루 이틀 정도 더 쉰 뒤 복귀 시점을 잡아야 한다. 지난주 캐치볼 훈련 때 통증이 없었다는 건 긍정적인 소식”이라고 설명했다.

KIA는 올 시즌 초반 ‘박(박준표)·전(전상현)·문(문경찬)’으로 이어지는 불펜 필승조 쏠쏠한 재미를 봤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시즌 시점에서 문경찬은 트레이드를 통해 NC 다이노스로 떠났고, 박준표와 전상현은 돌아가며 부상 공백을 맞이했다. 헐거워진 필승조 상황이기에 전반기만큼 강력한 불펜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하는 분위기다.


사실 전상현은 부상 말소 전부터 기복 있는 투구 내용(최근 10경기 등판 평균자책 6.30)을 보였다. 부상 복귀 뒤에도 전상현이 전반기만큼의 안정적인 투구 내용을 되찾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처럼 여러 마운드 악재가 겹친 KIA는 가을야구 참가를 장담하지 못하게 됐다. 브룩스-양현종 원투 펀치와 박준표와 전상현의 필승조는 단기전에서 분명히 큰 이변을 기대할 요소였다. 하지만, 항상 최상의 시나리오만으로 흘러갈 수 없는 게 야구다. KIA 선수단이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가을야구에 진출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또 하나의 기적이 될 전망이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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