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133명 중 43번째로 지명된 파주 챌린저스 김동진

-파주 양승호 감독 “실패자? 지금 실력이 부족할 뿐”

-“프로선수 올인은 안 돼. 지도자, 심판 준비도 해야”

-“경기도리그 출범하면서 선수 실력 확 늘었다”

파주 챌린저스 경기 장면(사진=파주 챌린저스)
파주 챌린저스 경기 장면(사진=파주 챌린저스)

[엠스플뉴스]

독립야구단 선수가 바늘구멍을 통과했다. 파주 챌린저스 내야수 김동진(24)을 두고 하는 소리다.

21일 열린 프로야구 2차 신인 드래프트 5라운드에서 김동진은 삼성 라이온즈의 지명을 받았다. 총 1천133명이 참여한 드래프트에서 43번째로 지명된 영광의 순간이었다. 삼성은 “김동진이 ‘어느 팀에서 뛰었냐’보단 김동진이 ‘얼마나 가능성이 높냐’를 중요하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김동진의 지명 소식을 듣고 가장 기뻐한 이가 있다. 파주 양승호 감독이다. 양 감독은 “지명 소식을 듣고 나도 모르게 환호성을 질렀다”며 “목표를 향해 자신을 잘 단련해준 김동진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양 감독과의 대화다.

- “너흰 실패한 선수가 아니라 실력이 부족한 선수들일 뿐이다. 아직 실패를 논할 때가 아니다” -

김동진이 동료 선수들과 함께 미팅하는 장면(사진=파주 챌린저스)
김동진이 동료 선수들과 함께 미팅하는 장면(사진=파주 챌린저스)

파주 챌린저스 내야수 김동진이 삼성 지명을 받았다.

그 소식 듣고 너무 좋아서 나도 모르게 환호성을 질렀다. 워낙 좋은 친구다. 혹여라도 ‘양 감독이 키운 선수’니 ‘양 감독이 도와준 선수’니 하는 말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다 김동진 선수의 실력과 삼성 스카우트팀의 안목이 뛰어난 결과라고 말하고 싶다.

김동진, 어떤 선수인가.

발이 빠르고, 어깨가 강한 친구다. 수비가 좋다. 특히나 의지의 선수다. 대학 자퇴 후, 입대했다. 보통 입대 하면 야구와의 인연을 끊는다. 하지만, 이 친구는 달랐다. 야구에 대한 집념을 불태웠다. 제대하고서 2018년부터 파주에서 뛰었는데 올해 좋은 결과가 나왔다.

김동진처럼 파주에서 뛰다가 프로 간 선수가 적지 않다. 파주의 강점,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리 같은 독립구단은 시간 구애를 받지 않는다. 아침, 점심, 저녁 언제든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다. 특히나 파주는 실내연습장, 웨이트 트레이닝장 등의 시설이 갖춰져 있다. 운동할 여건이 조성돼 있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이 아닌가 싶다.

코칭스태프의 조력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린 조연일 뿐이다. ‘선수’라는 주연 덕분에 각광받는 게 우리 같은 사람들이다. 우리가 되레 선수들로부터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선수들에게 늘 하는 조언이 있는 것으로 안다.

‘자신을 실패자로 낙인찍지 마라’는 얘길 자주 한다.

어떤 의미인가.

면담하면 선수들이 죄다 “전 실패한 야구선수입니다”라고 한다. 그럴 때마다 내가 그런다. “너흰 실패한 선수가 아니라 실력이 부족한 선수들일 뿐이다. 아직 실패를 논할 때가 아니다”라고. 실패는 내가 판단하는 게 아니라 실력이 판단하는 거다. 독립구단에서 뛰는 선수는 실력이 더 붙을 수 있는 선수들이다. 지금 실패 여부를 논하는 건 성급한 판단이다.

선수들에게 ‘지도자 공부를 하라’고 권한다고 하던데.

파주 선수가 10명 있다 치자. 그 중에서 한해 신인 지명자로, 육성선수로 프로 문을 통과하는 선수는 많아야 1, 2명이다. 나머지 8명은 하늘에 붕 뜬 상태가 된다. 최선만 꿈꿔선 안 된다. 차선도 준비해야 한다. 파주에서 선수들 상대로 지도자 자격증을 따도록 권유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선수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나.

물론이다. 지도자 자격증을 딴 뒤 현재 아마추어 야구 쪽에서 지도자로 활약하는 선수들이 꽤 된다. 심판으로 일하는 친구들도 있고. 다 특출난 재능과 전문성이 있는 야구 쪽에서 일하지 않나.

김동진이 경기도리그에서 뛰면서 실전 감각을 유지했다고 들었다.

지난해 4월부터 경기도리그가 운영되고 있다. 파주도 그 리그에서 뛴다. 일주일에 3경씩 치른다. 상금도 상금이지만, 져도 출전 수당이 나온다. 경기도 이재명 지사가 공약으로 내걸었던 리그다. 솔직히 설마 했다. 말로만 그칠 줄 알았다. 그런데 진짜 열리고 있다. 독립리그 팀들에겐 너무나 좋은 기회다.

파주시가 도움은 주나.

적극적으로 도와주려고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 “지원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파주시야구협회에서도 많이 도와주시고.

고마운 사람들이 있을 듯싶다.

김동진 선수에게 가장 고맙다. 동료 선수들에게 감사하고, 코칭스태프에게도 감사의 말씀 올린다. 도와주신 분이 정말 많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독립구단들에게 큰 힘을 주는 이재명 지사와 파주 챌린저스를 큰 관심으로 지켜봐주는 박정 의원(더불어민주당 파주을)께도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박동희, 이근승 기자 dhp1225@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