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재정절벽 내몰린 KBO리그 구단들…지방구단 위기 심각

-고액 구장사용료에 골머리…사용료 감면 말도 못 꺼낸다

-사용료 때문에 대출까지, 일부 지자체 사용료 인상 움직임도

-서울과 수도권은 사용료 감면 혹은 면제…지자체 인식 변화 촉구

KBO리그 구단들이 구장사용료 문제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KBO리그 구단들이 구장사용료 문제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지금 KBO리그 구단들은 벼랑 끝에 서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텅 빈 관중석과 불 꺼진 경기장 복도, 마이너스가 된 구단 살림에 한숨만 나온다. 1위 팀이나 꼴찌 팀이나, 인기 팀이나 비인기 팀이나 어려움은 매한가지. 시즌 내내 이어진 무관중 경기로 구단마다 적게는 수십억에서 많게는 100억 원대 손해를 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 그나마 서울을 연고지로 쓰는 구단들은 사정이 낫다.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는 서울시의회가 손실액 일부를 보전해 주기로 의결하면서 숨통이 트였다. 키움 히어로즈도 고척돔 임대료 감면 가능성이 커 당장 급한 불은 끄게 됐다.

반면 다른 지자체에선 아직 이렇다 할 지원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사용료 감면은 말도 못 꺼낸 채 대출까지 받아가며 돈을 내는 구단이 있는가 하면, 되레 구장 사용료를 올려받으려는 지자체 움직임에 바짝 긴장한 구단도 있다. 하지만 자칫 지자체 심기를 거스를까 말은 못 하고 냉가슴만 앓는 중이다.

거액 사용료에, 사용료 인상 움직임에…지방 구단들 ‘냉가슴’

부산 사직야구장(사진=엠스플뉴스)
부산 사직야구장(사진=엠스플뉴스)

최근 엠스플뉴스가 만난 지방 A 구단 마케팅 담당자는 “코로나19 긴급사태에도 구장사용료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자체로부터 사용료 관련 아무런 이야기가 없었다. 구단에서도 현재로선 지자체에 사용료 감면을 요구할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이 구단은 해마다 구장사용료로 10억 원 이상을 지자체에 납부한다. 코로나19로 관중 입장 수입이 ‘0’에 가까운 상황에서 10억 이상 사용료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그러나 자칫 지자체와 불필요한 마찰을 빚을까 하는 우려에 사용료 감면의 ‘사’ 자도 못 꺼내는 실정이다. 야구단에 비우호적인 시의회 반발을 우려하는 측면도 있다.

야구단과 같은 계열사에서 일하는 인사는 “구단에서 구장 사용료를 마련하기 위해 대출까지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해는 입장 수익으로 구장 사용료를 충당했지만 올해는 유료 관중을 받지 못하면서 다른 방법이 없었을 것”이라 전했다. 이는 고스란히 구단의 적자로 쌓이고, 앞으로 구단 운영에 큰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구단 사정을 잘 아는 야구인은 “처음 구장 사용료 계약을 맺을 당시, 지자체에선 일정 수준 이상의 유료 관람객과 수익을 산정 기준으로 삼아 거액의 사용료를 요구했다”며 “코로나19 사태로 당시 산정 기준이 무의미해진 만큼, 처음에 책정한 구장 사용료를 그대로 받아가는 건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지방 B 구단도 구장 사용료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중이다. 이 구단은 전국에서 가장 노후한 야구장을 홈으로 쓰고 있지만, 매년 위탁료 명목으로 20억 가까운 거액을 낸다. 조만간 지자체와 구장 장기 임대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사용료 감면은커녕 오히려 인상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소문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B 구단 지역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지자체와 시의회에선 사용료를 지금보다 많이 올려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KBO 관계자도 “사용료 감면이 쉽지 않은 분위기인 것은 맞다. 지역사회와 정치권이 해당 구단과 모기업에 이상할 정도로 비협조적”이라고 얼어붙은 분위기를 전했다. 자칫 전국에서 가장 나쁜 야구장을 지금보다 더 비싼 금액에 장기간 사용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가능성도 있다.

일부 구단 중엔 구장 신축 당시 이미 구장 사용료를 건립비 명목으로 선납한 예도 있다. 지방 C 구단은 25년 장기임대료로 수백억 원을 지자체에 낸 상태다. C 구단 관계자는 “이미 납부가 끝난 상태라서 우리 구단은 사용료 감면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시즌 뒤 지자체에서 일정 부분 손실을 보전해 줄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서울과 수도권 구단은 사용료 부담 적어…“지자체 전향적 판단 기대”

올시즌 프로야구의 주요 관중은 인형들이었다(사진=엠스플뉴스)
올시즌 프로야구의 주요 관중은 인형들이었다(사진=엠스플뉴스)

지방 구단들의 절박한 상황은 서울, 수도권을 연고지로 쓰는 구단들의 상황과 대비된다.

서울을 홈으로 쓰는 두산과 LG는 지난 6월 30일 서울시의회의 ‘제3차 추가경정예산안’ 통과로 총 7억 5700만 원을 서울시로부터 지원받게 됐다. 연 20억 원에 가까운 키움의 고척돔 사무실, 트레이닝 시설 임대료도 감면 논의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SK 와이번스도 사정이 나쁘지 않다. SK는 2014년 인천SK행복드림구장을 25년간 장기임대했다. 입장료 등 구장 수익 일부를 시즌 뒤 사후 정산해 인천시와 나누는 방식. 코로나19 사태로 입장 수익이 사라진 만큼, 시즌 뒤 일정 부분 감면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한편 KT 위즈와 한화 이글스는 별도로 구장 사용료를 내지 않는다. KT는 1군 진입 첫해부터 수원시와 25년 무상 사용 계약을 맺었고, 5년마다 계약 조건을 갱신한다. 한화는 사용료 대신 경기장 보수 비용을 구단이 부담하는 조건이다.

한 야구계 인사는 “최근 ‘코로나 블루’란 말이 나올 정도로 코로나19로 전 국민이 고통을 받는 상황에서, 매일 열리는 프로야구 경기만큼 야구팬들과 국민에게 즐거움을 주는 행사가 어디 있나. 프로야구단을 바라보는 일부 지자체의 의식 변화가 절실하다. 재정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구단을 지자체가 상생의 대상이자 동반자로 바라봐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KBO 관계자는 “일부 지자체와 정치권에서는 ‘대기업 소속인 야구단을 도와줄 이유가 없다’는 인식이 여전하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구단들 형편이 정말 어렵고, 과거와 같은 모기업 지원을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지자체에서 사용료 감면, 손실 보전 문제를 전향적으로 생각해 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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