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자랑한 ‘국대급’ 타선, 110경기 이상 치른 지금은 약점

-롯데 3~5번 성적이 NC 6~9번 성적보다 못했다…작년 3~5번보다도 저조

-34세 전준우가 리그 최다 타석 6위, 38세 이대호가 최다 타석 11위

-이대호에게 다가오는 세월의 그림자…롯데 타선에 미래가 있을까

올 시즌 데뷔 이후 가장 부진한 시즌을 보내는 중인 이대호(사진=롯데)
올 시즌 데뷔 이후 가장 부진한 시즌을 보내는 중인 이대호(사진=롯데)

[엠스플뉴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롯데 자이언츠 타선은 리그 최강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롯데는 시범경기 대신 열린 연습경기에서 6경기 46득점, 경기당 7.7득점을 올리는 무서운 화력을 선보였다. 개막 5연승 기간에도 36득점, 경기당 7.2득점을 뽑아내며 활화산처럼 타올랐다.

확실히 이름값만 보면 ‘국가대표급’ 라인업이다. 이대호, 손아섭, 전준우, 민병헌, 안치홍까지 거액의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맺은 리그 최고 스타들로 구성됐다. 누굴 중심타선에 넣어도 이상하지 않은 초호화 라인업에 롯데 팬들의 가을야구를 향한 기대감도 커졌다.

하지만 110경기 이상을 치르고 D-데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지금, 롯데가 자랑했던 상위타선은 강점이 아닌 약점으로 드러났다. 특히 3번타자부터 5번타자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의 부실한 화력이 ‘음치올(음력 9월부터 치고 올라간다)’을 노리는 롯데의 발목을 잡고 있다. 24일 대전 경기에서도 중심타자 셋이서 도합 단타 1개를 때리는 데 그쳤고, 팀은 최하위 한화에 4대 7로 졌다.

롯데 3~5번 중심타선, NC 6~9번 하위타순보다 약했다

시즌 초반 5번타자로 나섰지만, 안치홍의 성적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사진=롯데)
시즌 초반 5번타자로 나섰지만, 안치홍의 성적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사진=롯데)

9월 25일 현재 롯데 3~5번 중심타선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롯데는 3~5번 타순 OPS 0.797로 리그 9위, 홈런 38개로 리그 9위에 그치고 있다. 이 타순에서 롯데보다 나쁜 성적을 남긴 팀은 3~5번이 OPS 0.594, 홈런 26개로 내셔널리그 투수급 성적을 내고 있는 한화뿐이다. 3~5번의 타점도 220점으로 전체 8위, 그러면서 병살타는 43개로 가장 많다.

참고로 지역 라이벌 NC 다이노스의 경우 OPS 0.825에 60홈런 297타점의 아주 좋은 성적표를 기록 중이다. 이 기록은 3~5번 중심타선이 아닌 NC 6~9번 하위타순이 낸 성적이다. 이름값 화려한 롯데 중심타선이 NC 하위타순보다도 못한 성적을 내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도 정훈-손아섭이 주로 나서는 테이블세터 성적은 나쁘지 않다. 롯데 1~2번 타순은 OPS 0.810(4위)으로 두산-KIA-키움 다음으로 좋은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3~5번이 좀처럼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지 못하다 보니, 기껏 찬스를 만들어도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는 답답한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 올 시즌 롯데의 빅이닝 횟수는 총 66회로 10개 구단 중에 8번째다. 롯데보다 밑에 있는 팀은 SK, 한화 둘 뿐이다.

롯데 중심타선의 부진은 개인 성적으로 봐도 잘 나타난다. 리그 OPS 20위권에 이름을 올린 롯데 타자는 2번타자 손아섭(15위, 0.880) 하나뿐. 그 뒤로는 톱타자로 주로 나서는 정훈(0.852)이 2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롯데 중심타자의 이름은 24위에 가서야 등장하고(전준우 0.846), 4번타자의 이름은 30위 안에서 찾아볼 길이 없다.

조정 득점 생산력(wRC+) 지표로 봐도 마찬가지. 20위권에 이름을 올린 타자는 13위 손아섭(133.7), 20위 정훈(126.5) 둘 뿐이다. 전준우는 118.2로 전체 30위, 이대호는 101.4로 40위에 턱걸이했다. 보통 3번타자와 4번타자는 팀 내 최고의 강타자를 배치하는 자리다. 그런 점에서 롯데 3~5번이 거두고 있는 성적표는 아쉽다.

롯데 중심타선의 성적은 리그 최하위에 그친 지난 시즌보다 오히려 하락했다. 지난해 롯데 중심타선은 OPS 0.783으로 리그 7위, 홈런도 54개로 10개 팀 중에 5위를 기록한 바 있다. 체감상으론 작년이 역대 최약체인데 성적은 오히려 올해가 더 좋지 않다. 기이한 현상이다.

38세 이대호에게 다가오는 세월의 그림자

지난해에 이어 올 시즌도 고군분투하는 전준우(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 시즌도 고군분투하는 전준우(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롯데 중심타선 부진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민병헌과 안치홍의 부진이 예상보다 훨씬 길어지면서, 허문회 감독이 생각했던 라인업 구상이 깨졌다. 특히 시즌 초반 주로 5번 타자로 나왔던 안치홍의 부진에 롯데는 6월까지 매 경기 3번과 5번 자리가 바뀌는 혼란을 겪었다.

허 감독은 부진한 선수도 믿고 계속 기회를 주는 스타일이다. 특히 주전 선수에게는 절대적인 신뢰를 보낸다. 주전 선수가 부진에 빠져도, 상대전적에서 약점을 보여도 웬만하면 그대로 라인업에 내보낸다. 이는 다른 각도에서 보면 쓰는 선수만 계속 쓰고, 라인업에 변화를 거의 주지 않는다는 의미도 된다. 롯데는 1-2군 선수 이동이 가장 적은 구단이다. 2군에서 불방망이를 휘두르다 올라온 선수도 1군 적응을 위해 벤치에서 대기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 롯데 중심타자들은 좌완투수 상대로 이상할 만큼 약점을 보였다. 좌투수 킬러였던 전준우는 좌완 상대 타율 0.235에 OPS 0.725에 그쳤고 이대호도 타율 0.257에 OPS 0.716으로 좋지 않았다. 하지만 롯데에서 좌투수 상대 최다타석 2위는 전준우, 3위는 이대호였다. 변화 없는 롯데 타선의 한 단면이다.

나오는 선수만 나오는 라인업은 시즌 후반 체력적 부담으로 돌아온다. 전준우는 25일 현재 498타석으로 리그 최다 타석수 6위다. 이 부문 10위권 안에 전준우보다 나이 많은 선수는 아무도 없다.

올해 38세가 된 이대호도 479타석(11위)으로 20대 젊은 선수들만큼 많은 타석에 나오고 있다. 이대호는 이 페이스대로라면 시즌을 610타석으로 마치게 되는데, 이 경우 이대호는 2016년 이승엽(40세, 623타석) 이후 역대 두 번째로 38세 이상-600타석 이상 출전 타자가 된다.

올 시즌 이대호는 더이상 전성기만큼의 생산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15홈런 OPS 0.792 WAR 0.49승의 기록은 이대호답지 못한 성적표다. 물론 동년배 타자들에 비하면 그래도 나은 성적이지만, 5강을 노리는 팀의 4번타자로는 무게감이 떨어진다. 이제는 하루빨리 후계자를 찾아야 할 시점이다. 그런데 최근 롯데는 이대호보다 한 살 어린 1983년생 작은 이병규를 중심타선에 쓰고 있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세월의 그림자가 롯데 타선을 향해 다가온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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