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롯데, 사직구장 누더기 잔디로 골머리 앓아

-해마다 반복되는 잔디 문제 “한반도 기후 변화도 큰 원인”

-롯데 구단 내야 인조 잔디 교체 제안, 부산시는 거절 “잔디 교체한 지 얼마 안 됐다.”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새구장 건설? 내년 4월 재·보궐 선거에 시선 쏠릴 전망

올 시즌 태풍과 긴 장마로 사직구장 잔디가 크게 훼손됐다(사진=롯데)
올 시즌 태풍과 긴 장마로 사직구장 내·외야 잔디가 크게 훼손됐다(사진=롯데)

[엠스플뉴스]

올 여름 롯데 자이언츠는 누더기 잔디로 꽤 어려움을 겪었다. 강력한 태풍과 긴 장마를 거친 사직구장 잔디가 크게 훼손된 까닭이었다. 내야와 외야를 가리지 않은 잔디 악몽이었다.

단순히 외관상 보기 안 좋은 걸 떠나 선수들의 경기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게 큰 문제였다. 한 현장 지도자는 “불규칙 바운드로 경기에 큰 변수가 될 뿐만 아니라 선수들이 크게 다칠 수도 있는 게 가장 큰 걱정”이라며 사직구장 잔디 문제를 바라봤다.

한반도 날씨 버티지 못한 사직구장 잔디, "선수들의 경기력과 부상 위험에 악영향"

내야 그라운드 컨디션은 팀 경기력에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사진=롯데)
내야 그라운드 컨디션은 팀 경기력에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사진=롯데)

유독 올 시즌만 잔디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사직구장 잔디 훼손 문제가 이어졌다. 다른 구장과 비교해도 사직구장 잔디 문제가 심했고, 팬들 사이에서도 연이은 지적이 나왔다.

8월과 9월을 거쳐 잔디 상태가 심각해졌음을 느낀 롯데 구단은 최근 1군 선수단이 원정 경기를 떠난 사이 망가진 잔디 부위를 부분 보식하는 작업에 나섰다. 현재 사직구장 잔디는 가장 안 좋았을 때와 비교해 확연히 상태가 좋아졌다.

해마다 반복되는 사직구장 잔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근본적인 원인을 짚어봐야 한다. 한 롯데 관계자는 “사실 올 시즌엔 날씨 문제가 가장 컸다고 생각한다. 올 시즌 큰 태풍과 긴 장마가 여러 차례 찾아온 뒤 폭염까지 겪어 천연 잔디가 버티질 못했다. 해마다 이런 문제가 반복된다면 선수들의 경기력과 부상 위험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잔디 품종이 켄터키 블루그래스라는 점도 고온다습에 버티지 못하는 요인이 됐다. 켄터키 블루그래스는 겨울 추위에 강하고, 잎 폭이 얇고, 진한 녹색을 자랑하나 고온에 약하다는 게 단점이다. 병해 발생률도 다소 높은 편이다.

앞선 관계자는 “한반도 여름 날씨가 점점 고온다습으로 변화하고 있단 점도 고려해야 한다. 올 시즌 전 한반도 겨울 날씨는 비교적 따뜻했다. 켄터키 블루그래스의 강점을 발휘하긴 어려운 기후였다”라고 말했다.

롯데의 내야 인조 잔디 교체 제안, 부산시 "전면 교체한 지 얼마 안 됐다."

부산시와 롯데는 2006년 사직구장 인조 잔디를 천연 잔디로 전면 교체했다(사진=롯데)
부산시와 롯데는 2006년 사직구장 인조 잔디를 천연 잔디로 전면 교체했다(사진=롯데)

롯데는 해마다 반복되는 잔디 문제 때문에 지난해 겨울 부산체육시설관리사업소에 내야 잔디를 인조 잔디로 바꾸자는 제안을 건넸다. 팀 경기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야 그라운드 환경을 관리가 비교적 편한 인조 잔디로 바꾸자는 뜻이었다. 하지만, 부산체육시설관리사업소는 롯데의 제안을 거부했다. 2018시즌 종료 뒤 구장 잔디를 전면 교체했기에 다시 그라운드 환경을 바꾸는 건 시기상조라는 의미였다.

부산체육시설관리사업소 관계자는 “2006년 인조 잔디에서 천연 잔디로 전면 교체한 뒤 2018시즌 종료 뒤 12년 만에 잔디를 전면 교체했다. 교체 뒤 2년여밖에 안 지난 시점에서 다시 그라운드 잔디를 대규모 교체하는 건 혈세 낭비라고 생각한다. 롯데 구단의 관리 문제도 있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롯데 구단의 내야 인조 잔디 교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사실 잔디 문제를 ‘누구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사직구장 자체가 처음부터 인조 잔디용 야구장으로 만들어졌기에 천연 잔디가 자리 잡기에 힘든 근본적인 원인도 있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처음부터 인조 잔디로 만들어진 야구장 그라운드를 천연 잔디로 교체하는 건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처음부터 천연 잔디로 만들어진 다른 야구장과 비교해 배수 시설 등 천연 잔디를 관리하기 어려운 환경인 건 사실”이라고 바라봤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새구장 건설? "내년 4월 재·보궐 선거에 시선 집중"

전국 야구장 가운데 가장 낙후된 시설로 꼽히는 사직구장을 대체할 새구장 건설이 언제 이뤄질 수 있을까(사진=롯데)
전국 야구장 가운데 가장 낙후된 시설로 꼽히는 사직구장을 대체할 새구장 건설이 언제 이뤄질 수 있을까(사진=롯데)

결국, 새구장 건설만이 잔디 문제 해결의 근본적인 해결책일 수밖에 없단 목소리도 나온다. 롯데 구단과 롯데 팬들의 숙원인 새구장 건설은 오랜 기간 선거철 공수표에 그쳤다. 1986년 개장한 사직구장은 대전구장(1964년 개장), 잠실구장(1982년 개장) 다음으로 오래된 야구장이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으로 물러나 그의 공약이었던 ‘북항 새구장 건설’도 불투명해졌다. 내년 4월로 예정된 재·보궐 선거에 나올 후보들이 새구장과 관련해 어떤 공약을 내세울지에 야구계 시선이 쏠리는 분위기다.

롯데 관계자는 “현재 부산시장 자리가 공석이라 새구장 건설 등 굵직한 안건들이 진행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내년 재·보궐선거 이후에나 시와 구단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움직이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새구장 문제가 단기간 내 해결이 어려운 만큼 롯데는 장기적 시선으로 인프라 문제 해결에 나서고자 한다. 사직구장 위탁 기간을 1년이 아닌 3년 혹은 5년 이상의 장기 위탁으로 늘리겠다는 방향이다.

롯데 관계자는 “단기적인 지원도 좋지만, 중장기적으로 사직구장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게 필요하다. 3년이든 5년이든 당장 내년부터 장기위탁 계약을 맺는다면 사직구장을 장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영업 환경을 보장받게 된다. 구단이 적극적으로 야구장 환경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는 것이다. 지금은 1년 단위로 위탁 계약을 맺다 보니까 야구장에 중장기적인 투자를 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롯데 구단과 부산시가 긍정적인 자세로 협력해야 낙후된 야구 인프라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사직구장 잔디 문제도 마찬가지다. 누구를 탓하기보단 함께 부산 야구 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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