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벗으니 미소년이 등장(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안경 벗으니 미소년이 등장(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대전]

“안경을 쓰니까 공이 이전보다 잘 보이는 것 같다. 타격폼은 그렇게 달라진 게 없는데, 눈으로 보는 데서 오는 변화가 크게 느껴진다.”

야구 만화 ‘H2’의 명대사 ‘안경 쓴 포수는 조심해야 한다’를 이제 ‘안경 쓴 외야수도 조심해야 한다’로 새롭게 써야 할 것 같다. 안경 쓰고 경기에 나온 NC 다이노스 김성욱이 생애 두 번째 만루포 포함 3안타를 터뜨리며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김성욱은 9월 26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상대 시즌 14차전에서 리드오프 겸 우익수로 출전해 6타수 3안타(1홈런) 4타점 3득점 활약으로 팀의 13대 1 대승을 이끌었다. 김성욱 포함 선발 타자 6명이 멀티히트를 기록한 NC는 최근 7연승과 한화전 4연승을 달리며 2위 키움에 4.5경기 차로 멀찍이 달아났다.

김성욱의 방망이는 2회초 두 번째 타석부터 폭발했다. 1회 2점을 먼저 뽑은 NC는 2회초 노진혁의 선두타자 솔로포로 3대 0으로 앞서 나갔다. 한화 선발 김민우를 완전히 KO 시킬 수 있는 흐름. 그러나 홈런 직후 애런 알테어가 삼진, 이원재가 내야 땅볼로 물러나 순식간에 2아웃이 됐다.

여기서 김성욱의 한 방이 안정을 찾아가던 김민우를 다시 흔들었다. 김성욱은 0-2 불리한 카운트에서 끈질긴 승부로 풀카운트를 만든 뒤, 김민우의 7구째 속구를 받아쳐 좌측 펜스를 향해 날려 보냈다. 맞는 순간 홈런처럼 보였던 타구는 펜스 상단에 맞고 튀어나왔고, 그 사이 김성욱은 3루까지 내달려 여유 있게 세이프 됐다.

김성욱의 3루타 이후 김민우는 권희동에게 볼넷, 박민우에게 3루 쪽 빗맞은 내야안타를 맞고 4점째를 내줬다. 이어 양의지-나성범의 적시타가 터져 NC는 2회에만 4득점, 순식간에 6대 0으로 달아나며 승기를 잡았다.

8회초 쐐기 3득점 과정에서도 김성욱의 안타가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1사 1루에서 김성욱은 2-2에서 오동욱의 5구째 커브를 공략해 좌익수 쪽 안타를 날렸다. 2사 후 박민우의 볼넷으로 주자 만루. 여기서 양의지의 적시타에 3루 주자와 김성욱까지 홈을 밟았고, 나성범의 적시타가 이어지며 점수는 9대 1까지 벌어졌다.

9회초 마지막 타석에선 만루포까지 터뜨렸다. 무사 만루에서 좌완 김기탁과 만난 김성욱은 초구 가운데 높은 속구를 자신 있게 받아쳐 좌측 담장 너머로 날려 보냈다. 이번엔 확실하게 펜스를 넘어가는 비거리 115m짜리 홈런. 김성욱의 한 방에 점수는 13대 1로 벌어졌고, 9회를 실점 없이 막아낸 NC는 한화에 승리. 7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김성욱의 활약은 피홈런 뒤 안정을 찾아가던 김민우를 다시 흔들어 대량득점 발판을 마련하고, 꼭 필요할 때 쐐기 득점 다리를 놓고, 9회 만루홈런으로 한화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어놓았다. 이동욱 감독도 “1번 타순의 김성욱 선수가 좋은 안타와 홈런으로 팀이 많은 득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줬다”라고 칭찬했다.

안경 모드 김성욱(사진=NC)
안경 모드 김성욱(사진=NC)

경기 후 만난 김성욱은 데뷔 후 두 번째 만루홈런 소감을 묻자 “만루홈런을 쳤다고 엄청 기쁘지는 않다. 그보다는 최근에 조금씩 좋아지는 느낌이 들어서, 그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0.323에 3홈런 7타점으로 타격감이 올라오는 비결을 묻자, 최근 착용하기 시작한 안경 덕분이라고 했다. 김성욱은 “안경을 쓰니까 공이 좀 더 잘 보이는 것 같다. 타격폼에 대해서는 딱히 신경 쓴 게 없는데, 눈에 보이는 데서 느끼는 변화가 큰 것 같다”고 했다.

김성욱은 시력이 좋지 않아 1군 데뷔 첫해인 2013년 라섹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8년이 지난 최근에는 수술 효과가 줄어들어 다시 공이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했다고. 이에 김성욱은 재수술 대신 안경을 쓰는 쪽을 택했다.

“라섹 수술이 2번까지는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워낙 아파서 다시 할 생각은 없다. 공이 좀 흐리게 보이는 것 같아서 안경을 써봤는데 괜찮은 것 같다. 물론 안 쓰는 게 더 편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수술하는 것보다는 낫다. 조금씩 적응해 가고 있다.” 김성욱의 말이다.

창단 멤버로서 팀이 단독 선두를 달리는 기분은 어떨까. 김성욱은 “팀이 1위라고 해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한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이겨내고 나니 쫓기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1위가 익숙해진 모양이다”라며 “1위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하고 있는 게 맞나 싶기도 할 정도로, 순위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남은 시즌 목표를 묻자 “개인 성적을 생각하기는 좀 늦은 것 같다”며 “어차피 (입대 전) 마지막 해니까, 무조건 우승하고 (군대에) 가는 게 제일 큰 목표”라고 우승에 대한 갈망을 이야기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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