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최약체였던 NC 불펜, 트레이드 데드라인 이후 리그 최강으로 변신

-빅딜 없이 불펜 재건 성공…임창민-김진성 베테랑 부활이 원동력

-이적생 홍성민 활약으로 불펜 뎁스 탄탄해져…어린 투수들 성장에도 도움

-마무리 원종현만 살아나면…NC 우승 도전에 더욱 힘 실린다

NC 불펜의 주역 김진성과 원종현, 임창민(사진=NC)
NC 불펜의 주역 김진성과 원종현, 임창민(사진=NC)

[엠스플뉴스]

한때 NC 다이노스 불펜은 리그 최약체였다.

트레이드 데드라인인 8월 15일 전까지만 해도 분명 그랬다. 당시 NC 불펜은 평균자책 6.08로 리그 꼴찌에 그쳤고 구원패도 15패로 한화(18패), SK(16패) 다음으로 많았다.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 대업을 이루려면 반드시 트레이드로 불펜을 보강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그러나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기점으로 NC 불펜엔 극적인 변화가 생겼다. 8월 16일 이후 NC 불펜은 평균자책 3.11로 리그 1위를 기록하는 중이다. 피안타율 0.227로 10개 팀 중 1위, 피OPS도 0.675로 KT와 LG 다음으로 좋은 수치다. 가장 많은 27개 홀드를 올렸고 구원패는 제일 적은 2패 밖에 없다. 9월 이후 불펜 평균자책은 2.90으로 리그 유일한 2점대다.

리그 최악의 불펜이 리그 최강 불펜이 되는 드라마틱한 변신. 트레이드 데드라인 전에 이뤄진 대형 불펜 영입 덕분일까. 하지만 실제로는 NC의 ‘빅딜’은 없었다. 정우람을 비롯해 다른 팀 마무리 투수를 데려오려는 시도는 했지만 여러 사정으로 성사되지 않았다. 장현식과 김태진을 주고 문경찬과 박정수를 받아온 2대 2 트레이드가 전부였다. 빅딜이라고 하기엔 소박한 규모의 트레이드다.

‘라떼 마무리’ 임창민-김진성의 반등…홍성민까지 가세해 불펜 다시 세웠다

이적생 홍성민과 박정수(사진=NC)
이적생 홍성민과 박정수(사진=NC)

빅딜도 안 한 NC는 어떻게 지금처럼 강한 불펜을 만들 수 있었을까. 여기엔 ‘왕년의 마무리’ 임창민과 김진성, 두 베테랑 투수의 활약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8월 16일 이후 임창민은 17경기에서 4승 무패 6홀드에 평균자책 0.49를, 김진성은 19경기 3승 무패 평균자책 1.31을 기록 중이다. 임창민은 18.1이닝 동안 삼진 21개를 잡아냈고, 김진성은 20.2이닝 동안 잡아낸 삼진이 27개나 된다. 특히 김진성은 이 기간 피안타율 0.164에 WHIP 0.73으로 ‘김진선동열’ 소리가 절로 나오는 완벽투를 선보였다.

임창민과 김진성은 최근 2년간 힘든 시간을 보냈다. 2018시즌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대에 오른 임창민은 지난해 마운드에 복귀했지만 좀처럼 예전의 위력적인 공이 돌아오지 않았다. 김진성도 2017년까지 무리했던 여파가 구속과 구위 저하로 이어졌다.

그러나 임창민과 김진성 둘 다 시즌 중반부터 조금씩 원래 모습을 찾았다. 떨어졌던 속구 구속이 전성기 수준으로 회복됐고, 주 무기인 포크볼에도 힘이 실리면서 다시 마무리 시절처럼 위압감을 주는 투수로 돌아왔다.

임창민은 후반기 추가한 승리확률(WPA) 0.78로 리그 전체 투수 중에 13위를 기록 중이다. 김진성은 9이닝당 탈삼진 12.56개로 역대 KBO리그 투수 중에 6번째로 높은 탈삼진율(30이닝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한때 마무리 투수를 맡았던 투수들인 만큼 경기 후반 중요한 상황, 위기 상황에서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후반기 3점 이내 리드한 상황에서 임창민은 피안타율 0.118을, 김진성은 0.115를 기록 중이다.

이동욱 감독도 두 베테랑 투수의 활약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감독은 “결국 임창민이 들어오고 김진성이 살아나면서 불펜이 원래 모습을 찾았다. 불펜에 ‘라인’이 형성됐다”며 “문경찬까지 마무리를 해본 선수가 4명이나 되니까 감독으로선 좋다. 제일 급박한 상황을 경험해본 선수들이라 믿고 기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2차 드래프트로 합류한 사이드암 홍성민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홍성민은 8월 이후 19경기에 등판해 5홀드에 평균자책 1.13으로 눈부신 호투를 펼치고 있다. 속구 구속은 평균 137km/h로 수술 이전(141km/h)보다 다소 떨어졌지만 공격적인 승부와 스플리터, 체인지업 등 좋은 변화구를 잘 활용해 안정적인 피칭을 하고 있다.

이 감독은 홍성민에 대해 “2차 드래프트로 데려올 때 팔 상태만 괜찮아지면 충분히 중간에서 요긴하게 쓸 수 있는 투수라고 봤다”며 “작년 박진우처럼 중간에서 사이드암으로 던지는 투수로서 역할을 충분히 해주고 있다. 우리 불펜에서 쏠쏠한 역할, 소금 같은 역할을 해주는 투수”라고 칭찬했다.

베테랑들이 살아나고 홍성민이 부상에서 회복하면서 전체적인 불펜 뎁스가 두꺼워졌다. 이 감독은 “임창민과 김진성이 연투, 혹은 투구 수가 많아 못 나올 때는 홍성민과 문경찬이 올라와 막아준다. 좌완투수 임정호도 있고 추격조로 올라오는 김건태도 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문경찬은 트레이드 합류 이후 17경기 평균자책 4.96으로 성적 자체는 그렇게 인상적이진 않다. 하지만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종종 지난 시즌을 떠올리게 하는 인상적 투구를 보여줄 때가 있다. 27일 대전 한화전에서도 위기 상황에서 올라와 2이닝을 피안타-볼넷 없이 완벽하게 막는 호투를 펼쳤다.

김건태도 후반기 9경기 13.1이닝 평균자책 0.00으로 보직은 추격조지만 승리조 못지않은 기록을 내고 있고, 문경찬과 함께 가세한 박정수도 후반기 10경기 13.1이닝 평균자책 1.35로 투구내용이 좋다. 이 감독은 “(불펜의) 약점이 채워지면서 팀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건, 이런 성과가 특급 유망주나 핵심 주전 선수를 내주는 출혈 없이 가능했다는 점이다. 빅딜의 유혹을 참아낸 NC의 판단이 결과적으로 옳았다.

베테랑 불펜투수 활약, 강속구 영건 성장에도 도움 된다

트레이드로 이적한 장현식과 김태진(사진=NC)
트레이드로 이적한 장현식과 김태진(사진=NC)

베테랑 불펜 투수들의 활약은 젊은 투수들의 성장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베테랑 투수들이 1군에 없을 땐 나이 어린 투수들이 팀의 승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상황에 등판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긴박한 상황은 선배들이 책임지고, 경험이 부족한 어린 투수들은 좀 더 여유 있는 점수 차에 올라와 1군 경험치를 쌓을 수 있다.

이동욱 감독은 “베테랑들을 보면서 배민서, 소이현, 김영규처럼 어린 투수들이 느끼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 했다. 소이현은 NC 불펜에서 원종현, 배재환과 함께 가장 빠른 볼을 던지는 투수. 150km/h에 가까운 살벌한 강속구를 던지지만 아직 1군 경험은 많지 않다. 배민서도 평균구속 144.2km/h로 리그 사이드암 투수 중에선 한현희(144.6km/h) 다음가는 강속구 투수다.

이 감독은 “소이현도 그렇고 배민서도 처음에는 편한 상황에 기용하려고 한다. 2군에 있는 투수 중에도 류진욱 등 앞으로 올라와 던질 수 있는 피처를 보고 있다”고 했다. 강속구 유망주들을 부담이 적은 상황에 올려 1군 경험을 쌓게 하다가, 점차 중요한 상황에 기용하면서 승리조 투수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NC는 올 시즌은 물론 내년 시즌 이후에도 지속해서 강한 뒷문을 유지할 수 있다.

빅딜 없이 강한 불펜을 구축하는 데 성공한 NC 불펜에서 이제 남은 고민은 딱 하나. 9회를 책임지는 마무리 원종현의 부진이 고민거리다. 6월까지 12세이브에 평균자책 2.01로 철벽 마무리였던 원종현은 7월 이후 26경기에서 평균자책 7.01로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27일 대전 한화전에선 5대 2로 앞선 9회 올라와 1이닝 2피안타 1볼넷 2실점으로 진땀을 흘린 끝에 간신히 세이브를 챙겼다. 9월 10경기에서 평균자책 6.10으로 기록이 좋지 않다.

최근 구위가 좋은 임창민, 김진성으로 마무리를 바꾸는 편이 낫지 않을까. 그러나 이동욱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이 감독은 “임창민, 김진성이 앞에서 잘 막아줌으로써 팀이 승리를 거두는 상황이 많다”며 9회만큼이나 7, 8회 셋업맨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임창민, 김진성의 투구내용이 더 좋지만 당분간 현재 불펜 보직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의중이 읽힌다.

이어 이 감독은 “팀이 110경기 이상 치른 시점에 마무리 투수로서 느끼는 피로도가 있을 것이고, 압박감도 있을 것”이라며 “원종현이 불안해 보일 수 있지만 충분히 쉬고 다시 준비하면 좋아질 것”이란 말로 원종현에게 강한 신뢰를 보냈다. 이 감독의 기대대로 마무리 원종현이 살아나서, 마무리 출신 투수 4인조(임창민-김진성-문경찬-원종현)가 지키는 뒷문으로 우승까지 차지하는 게 NC로선 최상의 시나리오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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