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 포지션과 팀 배팅 한계 느낀 삼성, 2021년 거포 군단 구축 목표

-홈구장 라팍 홈런 마진 ‘마이너스’, ‘플러스’로 뒤집어야 한다

-후반기 막판 3번 구자욱·4번 김동엽 고정, 거포 군단 초석 다지기

-재계약 어려워진 팔카의 부진, 중심 타선 받칠 코너 내야 외국인 거포 절실

삼성은 2021년 홈구장인 라이온즈파크를 상대 투수들에게 공포의 존재로 만들어야 한다(사진=엠스플뉴스)
삼성은 2021년 홈구장인 라이온즈파크를 상대 투수들에게 공포의 존재로 만들어야 한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문학]

당연히 홈구장 홈런 마진이 플러스가 됐으면 합니다. 내년 시즌엔 달라질 겁니다.

삼성 라이온즈 허삼영 감독은 2021시즌 홈구장인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홈런에 환호하는 순간이 홈런에 침묵하는 순간보다 많아지길 기대했다.

삼성은 10월 21일 기준으로 시즌 62승 4무 74패로 리그 8위에 머무르고 있다.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가운데 삼성 선수단은 잔여 경기에서 팬들에게 내년 시즌 희망을 주기 위한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

20일 문학 SK 와이번스전에서 거둔 12대 2 대승이야말로 삼성 팬들을 조금이나마 달래준 승리였다. 올 시즌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 중인 최채흥이 7.1이닝 2실점으로 데뷔 첫 10승을 거둔 데다 팀 타선은 장단 16안타 12득점으로 폭발적인 타격감을 선보였다. 특히 상대 타자들의 초반 연타석 홈런에 대응한 김동엽과 대니얼 팔카의 홈런은 2021년 삼성이 가야 할 길을 잠시 맛본 장면이었다.

-2021년 바라보는 허삼영 감독 "3번 구자욱·4번 김동엽 안착은 긍정적인 성과"-

삼성 허삼영 감독은 3번 구자욱-4번 김동엽의 중심 타선 고정이 후반기 막판 긍정적인 성과라고 바라봤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삼성 허삼영 감독은 3번 구자욱-4번 김동엽의 중심 타선 고정이 후반기 막판 긍정적인 성과라고 바라봤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삼성이 올 시즌 전 내세운 야구 콘셉트는 내·외야를 오가는 멀티 포지션과 득점권 상황에서 팀 배팅 강조였다.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평가받는 야수 전력을 다른 방향으로 상쇄해 운영하겠단 전략이었다. 하지만, 선수들의 멀티 포지션 적응과 더불어 팀 배팅과 뛰는 야구를 시즌 내내 효율적으로 운영하기는 쉽지 않았다.

10월 20일 기준 올 시즌 삼성 팀 타선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는 리그 8위(14.66)다. 팀 OPS(출루율+장타율) 역시 리그 8위(0.732)다. 무엇보다 시즌 일정 절반을 치르는 홈구장에서 홈런을 쏘아 올린 개수(78개)보다 홈런을 맞은 개수(91개)가 더 맞은 점이 뼈아프다. 이 홈런 마진을 뒤집어야 삼성도 홈구장의 이점을 살릴 수 있다.

허삼영 감독은 “내야와 외야를 오가는 멀티 포지션 소화가 쉽지 않다는 걸 느꼈다. 더 장기적으로 볼 문제인 듯싶다. 팀 타선에 대해 시즌 막판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건 3번 구자욱·4번 김동엽으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이 어느 정도 자리 잡았단 점이다. 구자욱은 하체 타격 메커니즘을 수정해 타구 비거리를 늘렸다. 김동엽도 장타력과 더불어 최근 외야 수비까지 잘 소화해주고 있다. 내년 시즌 지명타자 자리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연습이다. 여기에 강민호까지 꾸준히 장타력을 보여준다면 내년 시즌 팀 타선의 뼈대가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무엇보다 김동엽의 후반기 놀라운 성적(타율 0.367/ 80안타/ 14홈런/ 46타점)은 내년 시즌 거포 군단 삼성을 향한 큰 희망을 보여준다. 파격적인 삼각 트레이드의 주인공이었던 김동엽이 계속 4번 타자로 자리 잡는다면 결국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는 분위기다.

김동엽은 시즌 중반 타격 자세를 기존의 클로즈드 스탠스가 아니라 오픈 스탠스로 변화를 줬다. 그 결과 자신에게 딱 알맞은 타격 어프로치를 찾은 분위기다. 김동엽은 “시즌 중반 타격 자세를 한번 바꿔보자고 결심했다. 그동안 꾸준히 연습해온 타격 자세가 내 몸에 맞는 느낌이다. 그 결과 기복 없는 타격감이 나오는 듯싶다”라며 만족감을 내비쳤다.

정확도를 잡자 장타력도 향상됐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김동엽의 변화였다. 김동엽은 “바뀐 타격 자세가 콘택트 향상에 더 좋은 느낌이다. 타석에서 공도 더 잘 보인다. 가볍게 공을 때리려고 하는데 뻗어나가는 타구 질도 좋아졌다. 또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열심히 한 결과 타구 속도가 빨라진 듯싶다”라고 바라봤다.

김동엽은 올 시즌 후반기 기세를 내년 시즌까지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김동엽은 “이적 첫 해 야구를 너무 못했으니까 올 시즌이라도 정말 잘하고 싶었다. 올 시즌 마무리를 잘한 다음 내년 시즌 준비에 바로 들어가야 한다. 다가오는 비시즌이 더 바빠질 듯싶다. 올 시즌은 더 잘할 수 있는 내년 시즌을 위한 초석을 다지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내년 시즌 팀 타선에서 박해민·김상수·구자욱·김동엽으로 이어지는 상위 타순이 고정된다면 5번과 6번에서 또 장타력에 힘을 보탤 자원이 있어야 한다. 강민호의 경우 체력 소모가 심한 포지션인 포수기에 시즌 내내 상위 타순에 넣긴 쉽지 않다. 결국, 외국인 타자 혹은 외부 FA 영입 자원이 거포로서 그 뒤를 받쳐주는 게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코로나19 변수에 예측 어려웠던 팔카의 부진, 새 외국인 거포 물색 나선다-

올 시즌 중반 교체 외국인 선수로 팔카를 데려왔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몸 상태 미흡이라는 변수가 있었다(사진=삼성)
올 시즌 중반 교체 외국인 선수로 팔카를 데려왔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몸 상태 미흡이라는 변수가 있었다(사진=삼성)

물론 외부 FA를 통한 거포 영입보단 외국인 타자 거포 영입이 더 현실성 있는 선택이다. 올 시즌 중반 영입한 팔카가 좀처럼 KBO리그에 적응하는 흐름을 보여주지 못한 점이 뼈아프다. 팔카는 올 시즌 46경기에 출전해 타율 0.216/ 38안타/ 7홈런/ 18타점/ 출루율 0.277/ 장타율 0.375에 그쳤다. 자주 타격 자세에 변화를 주며 반등을 노렸지만, 시즌 막판까지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한 팔카다.

삼성 구단도 팔카를 향한 기대가 컸지만, 결국 코로나19 사태로 준비되지 않은 대체 외국인 선수 영입의 위험성을 더 뼈저리게 느꼈다. 팔카보다 이름값이 더 좋았던 키움 히어로즈 애디슨 러셀(타율 0.250/ 출루율 0.312/ 장타율 0.333)도 극심한 부진에 빠져 최근 선발 라인업에서 연속으로 제외되기도 했다.

한 외국인 시장 관계자는 “팔카 선수 스타일 자체는 정말 삼성 구단에 딱 맞는 영입이라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 선수들이 시즌 준비를 제대로 못 한 상황에서 대체 외국인 선수로 들어와 뛰는 건 정말 큰 위험성이 있단 걸 느꼈을 거다. 삼성 구단도 최대한 빨리 팔카를 국내로 데려와 적응 기간을 주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쉬운 결과를 얻지 않았나. 처음 겪는 코로나19 사태로 구단들이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었던 시행착오”라고 전했다.

삼성은 내년 시즌 새 외국인 타자 영입에 전력을 쏟아부을 전망이다. 이미 시즌 15승을 기록하고 자체 시즌 아웃을 선언한 외국인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은 재계약이 유력한 상태다. 후반기 들어 좋은 투구를 보여주는 벤 라이블리는 향후 외국인 시장 상황에 따라 신중하게 재계약을 판단할 계획이다.

결국, 재계약이 어려워진 팔카 대신 어떤 외국인 타자 자원을 데려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코너 내야수 거포 자원이 삼성에 딱 알맞은 퍼즐이라는 현장의 시선이 나오는 가운데 삼성에 필요한 건 과거 다린 러프와 같은 유형의 외국인 타자 영입이다. 2021년 거포 군단 구축을 노리는 삼성의 비시즌 외국인 선수 구성 전략이 궁금해진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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