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을 시작하며 눈물을 흘린 김태균(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기자회견을 시작하며 눈물을 흘린 김태균(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대전]

“처음 은퇴를 결정했을 때는 덤덤했다. 열심히 했기 때문에 후회가 남는 것도 없었다. 그런데 막상 여기에 와서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은퇴가 현실로 다가오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런 큰 관심을 받을 일이 앞으로 없다는 생각에 북받쳤다.”

한화 이글스 프랜차이즈 스타 김태균이 뜨거운 눈물과 함께 20년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10월 21일 은퇴를 선언한 김태균은 22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리는 KIA-한화전을 앞두고 은퇴 기자회견을 열어 은퇴 배경과 지난 현역 생활의 기억,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했다.

이날 대전엔 올 시즌 들어 가장 많은 취재진이 김태균의 마지막을 보러 찾았다. 회색 수트에 노타이 차림으로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김태균은 정민철 단장, 최원호 감독대행, 주장 이용규로부터 꽃다발을 전달받고 사진을 촬영했다. 이후 자리에 앉아 취재진을 둘러본 뒤, “안녕하십니까, 한화 이글스 김태균입니다”라고 인사말을 시작했다.

하지만 김태균은 계속 말을 잇지 못했다. 감정이 북받친 듯 고개를 숙이고 한참 동안 눈물을 흘렸다. 눈물이 멈추지 않아 하늘을 보고, 손으로 닦고, 한화 관계자가 건네준 손수건으로 훔쳤다. 거의 3분 가까운 시간을 말없이 눈물만 흘린 김태균이다.

간신히 감정을 추스른 김태균은 “항상 우리 선수들에게 도전정신을 일깨워주신 한화 구단주 김승연 회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한 뒤 그동안 자신을 지도한 감독과 코치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또 “어린 시절부터 많은 걸 희생하고, 저만 바라보며 살아오신 부모님과 아내, 아이들도 그동안 고생 많았다”고 마음을 전했다.

김태균은 “충남 천안 출신이라 항상 한화 야구를 보면서 열심히 운동했다. 한화에서 잘하고 싶은 목표와 꿈을 갖고 자라왔다. 한화 선수라서 정말 행복했다. 한화는 내 자존심이자 자부심이었다. 한화 유니폼은 제게 큰 영광이었다”며 “이제 한화 유니폼을 벗는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착잡하다”고 털어놨다.

김태균은 선수 생활 동안 한번도 우승하지 못한 것에 강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매번 시즌이 시작할 때마다 팬들에게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 ‘우승의 기쁨을 나누고 싶다’는 말로 희망을 드렸다. 그런데 그 약속을 한 번도 지키지 못해 팬들께 너무 죄송하다. 평생 한이 될 것 같다”고 말하며 다시 눈물을 보였다.

잠시 말을 멈췄던 김태균은 “후배들이 그 한을 풀어줬으면 좋겠다”며 “우리 팀엔 젊고 유망한 선수가 많이 보인다. 강팀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고 한화의 밝은 미래를 예상했다. 이어 “그런 후배들을 보면서 좋은 기회를 만들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제가 이루지 못한 우승 꿈을 후배들이 이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은퇴를 결심하게 됐다”고 했다.

은퇴 기자회견을 가진 김태균(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은퇴 기자회견을 가진 김태균(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이어진 취재진과 일문일답에서 김태균은 “올해를 앞두고 1년 계약을 하면서 다짐했다. 납득하지 못하는 성적이 나오면 결단을 내리려 했다”며 “스무 살 젊을 때보다 많은 운동을 하면서 어느 해보다 열심히 준비했지만, 시즌 개막하고 얼마 안 돼 2군에 내려가면서 마음속으로 많은 생각을 했다. 8월에 다시 2군에 가면서 마음을 굳혔다. 서산의 젊고 유망한 선수들을 보면서 결심하게 됐다”고 은퇴를 결심한 계기를 밝혔다.

은퇴 경기를 치르지 않기로 하면서, 김태균의 커리어는 8월 15일 대전 삼성전이 마지막이 됐다. 아쉽지 않냐는 질문에 김태균은 “모든 선수는 처음도 중요하지만 마지막도 중요하다. 이승엽, 박용택 선배처럼 좋은 마무리를 꿈꿨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상황이란 게 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을 했다. 팀 상황도 내가 빨리 결정해야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태균은 막상 은퇴 결심을 했을 때는 덤덤한 마음이었다고 털어놨다. 기자회견 시작할 때 눈물을 흘린 이유를 묻자 “은퇴를 결정했을 때 덤덤했다. 아무렇지 않았다. 열심히 선수 생활을 해서 후회가 남는 것도 없었다. 너무 아무렇지 않은 마음이라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이곳에 와서 많은 기자분들이 제게 관심을 가져주시고, 은퇴가 현실로 다가왔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북받쳤다”고 털어놨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야구 인생을 돌아본 김태균은 ‘가장 기억에 남는 기록은 무엇인가’란 질문에 “기록을 의식하고 뛰진 않았지만 300홈런-2000안타-1000타점 기록을 만든 건 뿌듯하다. 연속 출루 기록도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안타로는 데뷔 첫 안타이자 홈런을 꼽았다. 당시 아버지가 TV로 보고 우셨다는 게 이유다.

자신을 향한 오해와 편견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김태균은 “보기엔 그냥 야구를 잘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도 있지만, 누구에게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만큼 노력을 많이 했다. 다음날 경기도 남들보다 많이 준비했다. 남들 보지 않는 데서 하는 스타일이다. 20년 선수 생활 동안 후회가 남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했고, 노력했다”고 자부했다.

김태균이 꼽은 가장 기억에 남는 지도자는 이정훈 전 2군 감독, 김인식 전 감독, 김성근 전 감독이다. 김태균은 “너무 많아서 몇 분만 꼽기 어렵다”면서도 “신인 때부터 동생처럼 아껴주신 이정훈 2군 감독님이 생각난다. 김인식 감독님과 뛰면서 야구가 많이 늘었다. 김성근 감독님은 안주하지 않고 한꺼풀을 벗도록 지도해 주셨다”고 감사를 전했다.

주장 이용규와 함께 포즈를 취한 김태균(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주장 이용규와 함께 포즈를 취한 김태균(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은퇴 후 계획을 묻자 김태균은 “어릴 때부터 야구를 하느라 못해본 게 많고, 해보고 싶은 것도 많다”며 “한화가 더 좋은 팀으로 갈 수 있게 배우고 준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앞으로 맡을 단장 보좌 어드바이저 역할에 대해선 “구단을 이끌어가는 데 조언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누가 되지 않도록 준비 잘하겠다. 제대로 할 수 있게 공부도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자신의 선수 인생에 점수를 매겨달라는 질문에는 “30, 40점밖에 안 될 것 같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김태균은 “나 스스로는 최선의 노력을 다한 만큼 점수를 매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굳이 매긴다면 팀의 주축 선수로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지 못했기 때문에, 많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고 했다.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지 묻자 김태균은 “어떤 식으로든 기억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의 강점인 ‘김별명’이 있으니까 기억에 오래 남았으면 좋겠다. 전에는 크게 못 느꼈는데, 지금은 팬들에게 언젠가 잊힐 거란 생각도 든다.”

자신의 뒤를 이을 포스트 김태균을 꼽아달라는 질문엔 “마음속에는 있지만, 한 명을 지목하지는 않겠다. 후배들이 다 포스트 김태균이 돼서 한화가 강팀이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이야기했다. 처음엔 눈물로 시작한 김태균의 기자회견은 그렇게 감사, 웃음과 희망이 교차한 가운데 끝이 났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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