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4개 구단의 정규시즌 막판 순위 경쟁 시작

-창단 첫 PS 확정한 KT, 25년 만의 KS 우승 노리는 LG와 2위 다툼 예고

-치명상 줄 두 차례 잔여 맞대결, 5위만은 피하고 싶은 두산·키움

-7년 전 그날처럼 시즌 최종전 때 순위 확정? 수도권 가을전쟁 끝까지 간다

키움 김창현 감독대행(사진 왼쪽부터)과 두산 김태형 감독, 그리고 LG 류중일 감독과 KT 이강철 감독이 치열한 가을야구 순위 경쟁을 펼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키움 김창현 감독대행(사진 왼쪽부터)과 두산 김태형 감독, 그리고 LG 류중일 감독과 KT 이강철 감독이 치열한 가을야구 순위 경쟁을 펼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7년 전 수도권 가을전쟁은 치열했다. 2013년 10월 5일은 LG 트윈스, 두산 베어스, 키움 히어로즈가 2013시즌 최종전을 치른 날이다. 당시 삼성 라이온즈가 정규시즌 1위를 확정한 가운데 수도권 세 구단은 시즌 최종전 결과로 2, 3, 4위를 결정했다.

공교롭게도 시즌 최종전 당시 LG와 두산이 잠실 라이벌전을 펼쳤고, 키움(당시 넥센)은 한화 이글스 원정을 떠나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2, 3, 4위가 하루 만에 바뀔 수 있는 상황 속에서 LG는 5대 2 승리로 극적인 1경기 차 2위 확정에 성공했다. 같은 날 키움이 한화에 1대 2로 패했기에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키움은 3위, 두산은 4위로 떨어져 준플레이오프 맞대결을 펼쳐야 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나 2020년에도 수도권 가을전쟁이 다시 시작됐다. 이번엔 기존 수도권 세 구단에다 KT WIZ까지 포함한 치열한 순위 경쟁이다. 시즌 최종전까지 2, 3, 4, 5위 자리가 안개 속에 있을 전망이다. 얼마 남지 않은 경기에서 삐끗하는 순간 5위까지 추락할 수도 있는 분위기다.

2위부터 5위까지 잔여 경기 결과에 따른 승률 순위 경우의 수(표=엠스플뉴스)
2위부터 5위까지 잔여 경기 결과에 따른 승률 순위 경우의 수(표=엠스플뉴스)

-기세 탄 LG와 KT, 시즌 최종전까지 2위 다툼 예고-

LG와 KT는 시즌 최종전까지 2위와 3위 자리를 놓고 다툴 가능성이 크다(사진=엠스플뉴스)
LG와 KT는 시즌 최종전까지 2위와 3위 자리를 놓고 다툴 가능성이 크다(사진=엠스플뉴스)

10월 22일 기준으로 2위 LG와 3위 KT는 0.5경기 차로 순위가 갈라진 상태다. 최근 기세를 살펴보면 두 팀이 마지막까지 2위와 3위 자리를 놓고 다툴 가능성이 크다. 먼저 2위 매직넘버는 LG에 있다. LG는 잔여 4경기에서 모두 승리할 경우 자력으로 2위를 확정한다. KT는 남은 5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더라도 LG의 1패 추가가 필요하다.

아무래도 KT보단 LG의 2위 가능성에 더 무게가 쏠리는 건 사실이다. LG는 23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과 24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을 치른 뒤 28일 잠실 한화전과 30일 문학 SK 와이번스전을 소화한다. 해당 네 팀을 상대로 LG는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서 앞서고 있다.

23일 광주 원정에선 ‘에이스’ 케이시 켈리가 출격하는 데다 24일 창원 원정에선 이미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은 NC와 만날 가능성이 크다. NC는 23일 대전 한화전에서 ‘에이스’ 드류 루친스키를 내보내 정규시즌 우승 매직넘버 ‘1’을 지울 기세다. 이미 포스트시즌 탈락을 확정한 한화와 SK를 하루건너 만나는 일정도 LG에 유리함을 주는 요소다.

반대로 KT는 25일 수원 롯데 자이언츠전을 치른 뒤 다음 주 광주 KIA 2연전·대전 한화 2연전으로 4일 연속 원정 경기(27일~30일)를 치러야 한다. 아무리 하위 팀과 맞대결이라도 원정 4연전에서 모두 승리하는 건 매우 어려운 과제다.

KT에 희망적인 요소가 하나 있다면 숙원이었던 창단 첫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한 것이다. KT는 22일 잠실 두산전 17대 5 대승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알게 모르게 가을야구 진출 확정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지만, KT 선수단은 이제 그 부담감을 털어버리고 순위 싸움에만 집중할 수 있다.

KT 이강철 감독은 “이제 가을야구 진출의 짐을 벗어놓고 순위 싸움도 하고 싶다. 최대 2위까지 노릴 수 있는 상황이다. 경기 수가 많이 남아 우리도 자력으로 순위를 확정할 수 있다. 가을야구 진출이 확정됐더라도 더 높은 단계에 올라가고 싶은 마음은 선수들도 다 똑같을 거다. 디테일이 강한 팀이 단기전에서 강하기에 더 집중하겠다”라고 치열한 2위 경쟁을 예고했다.

-5위만은 피하자, 키움·두산 외나무 다리 혈투 펼친다-

두산과 키움은 5위 자리를 피하기 위한 외나무 다리 혈투를 펼칠 전망이다(사진=엠스플뉴스)
두산과 키움은 5위 자리를 피하기 위한 외나무 다리 혈투를 펼칠 전망이다(사진=엠스플뉴스)

두산과 키움도 여전히 2위 등극 가능성이 남았지만, 희박한 수준이다. LG와 KT가 남은 경기에서 각각 무조건 2패 이상을 기록한다는 조건 아래 잔여 경기에서 전승해야 2위 뒤집기가 가능한 난이도다. 두산은 5경기, 키움은 2경기가 남은 가운데 공교롭게도 서로 두 차례 맞대결을 펼쳐야 하는 점도 2위 싸움에서 악재다.

물론 두산 김태형 감독은 최근 “2위부터 5위까지 경기 차가 적다. 순위가 순식간에 뒤바뀔 수 있다. 연패를 조심하는 동시에 시즌 끝까지 가봐야 한다”라며 시즌 막판 극적인 순위 반등을 기대했다.

하지만, 두 차례 맞대결을 펼쳐야 하는 두산과 키움은 4위와 5위 자리를 놓고 외나무 다리 승부를 펼칠 가능성이 크다. 이 맞대결에서 두산이 2패를 할 경우 키움은 자동으로 2패를 안는 두산을 앞서게 된다. 서로 1승 1패로 승패를 나눠 가질 경우 두산이 나머지 3경기에서 전승을 거둬야 키움에 앞설 수 있다. 두산이 맞대결에서 2승을 한다면 나머지 3경기 가운데 최소 1승만 거두면 키움보다 높은 순위가 확정된다.

당장 두 팀의 맞대결이 펼쳐지는 10월 23일 경기에선 키움 제이크 브리검과 두산 최원준이 선발 마운드에 오른다. 최소 4위 수성을 위해선 이날 경기를 반드시 이겨야 하는 두 팀의 처지다. 키움 김창현 감독대행은 브리검과 더불어 에릭 요키시를 1+1 등판으로 활용할 수 있단 구상도 꺼냈다. 그만큼 일주일에 한 경기만 치르는 키움은 선발 투수까지 포함한 마운드 총력전을 펼칠 전망이다.

두산도 22일 잠실 KT전에서 패했기에 23일 키움전 승리가 더 절실해진 분위기다. 선발 최원준의 호투와 더불어 뒤를 받쳐줄 불펜진의 활약상이 필요하다. 최근 흐름이 좋지 않은 이승진과 홍건희보단 롱릴리프 역할이 가능한 김민규와 박치국, 그리고 마무리 이영하를 최대한 활용하는 선택이 필요하다.

공교롭게도 시즌 최종전인 30일에 다시 양 팀이 맞대결을 펼쳐야 한다. 만약 두 팀이 4위와 5위 자리를 두고 이날 승부를 가려야 한다면 사실상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한 차례 더 치르는 것과 같은 그림이 나온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이틀 앞두고 에이스 외국인 선발 투수를 포함해 마운드 총력전을 펼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나올 전망이다. 만약 그런 대결에서 패한다면 5위로 떨어진 팀은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게 된다.

7년 전 그날처럼 이번 수도권 가을전쟁도 시즌 최종전 때 결론이 날 분위기다. LG는 문학 SK 원정, KT는 대전 한화 원정을 떠나 홈 최종전 승리를 팬들에게 선물해주고 싶은 상대 구단들과 치열한 승부를 펼쳐야 한다. 두산과 키움은 아예 시즌 최종전에서 맞붙는다. 과연 어떤 팀이 수도권 가을전쟁에서 웃는 마지막 주인공으로 등극할지 궁금해진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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