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두산 꺾고 시즌 80승 고지…최소 4위 등극 유력

-상대 고의4구 작전에 응징한 박병호의 쐐기 3점 홈런

-박병호 “정규시즌 부진을 최종전과 가을야구 활약으로 만회하겠다.”

-최종전 승리 통해 4위 그 이상 노릴 만한 키움, ‘고척 버블’ 시나리오 꿈꾼다

키움엔 역시 '병호 형'이 필요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키움엔 역시 '병호 형'이 필요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잠실]

돌아온 ‘병호 형’이 제대로 보여줬다. 키움 히어로즈 내야수 박병호가 결정적인 홈런으로 자존심을 살렸다. 상대 벤치의 고의4구를 통한 ‘이정후 거르고 박병호’ 전략을 완전히 깨뜨린 한 방이었다.

키움은 10월 23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6대 2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시즌 80승(1무 62패) 고지에 오른 4위 키움은 5위 두산과 2경기 차로 간격을 벌렸다. 두산이 남은 4경기에서 단 1패라도 할 경우 키움은 최소 4위 자리를 확정한다. 2위 LG 트윈스와 3위 KT WIZ의 잔여 경기 결과에 따라 더 높은 순위도 노릴 수 있는 키움이다.

박병호의 한 방이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키움은 2대 1로 앞서 7회 초 1사 2루 기회에서 서건창의 1타점 적시 2루타로 달아났다. 두산 벤치는 이어진 1사 2루에서 이정후를 고의4구로 내보낸 뒤 박병호 타석에서 박치국으로 투수 교체를 결정했다.

박병호는 박치국의 2구째 131km/h 슬라이더를 통타해 비거리 110m짜리 우월 3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사실상 두산의 추격 동력을 상실하게 한 박병호의 스리런 아치였다.

키움은 이날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한 이승호의 5이닝 2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 호투와 더불어 불펜진의 안정적인 릴레이 계투로 6대 2 승리를 얻었다.

경기 뒤 만난 박병호는 “정규 편성 일정이 끝난 뒤 단 2경기만 남긴 상태였다. 중요했던 두산과의 첫 경기에서 역전승을 거둬 기분 좋은 하루가 됐다. 앞 타석에서 고의4구가 나왔는데 나는 괜찮았다(웃음). 그런데 더그아웃에서 팀 동료들이 한번 보여주라고 응원해주더라. 어렵게 승부할 거로 생각했는데 2구째 변화구 타이밍을 예상했다. 홈런으로 팬들의 환호를 들을 수 있어 기뻤다”라며 미소 지었다.

박병호는 8월 19일 사구로 왼쪽 손등 미세 골절로 오랜 기간 회복에 매진했다. 재활 초기엔 정규시즌 복귀가 불투명했지만, 박병호는 시즌 막판 복귀해 결정적인 활약을 펼쳤다. 박병호는 “의학적으로는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지만, 재활 과정에서 통증이 없어 빨리 복귀할 거로 스스로 믿고 있었다. 정규시즌 때 내가 부진했으니까 남은 1경기와 포스트시즌에서 꼭 만회해야 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고척 버블'에 미소 짓는 키움, 2위 오르면 모든 가을야구는 홈구장 경기

키움은 최대한 높은 순위로 오를수록 홈구장인 고척돔에서 대부분 포스트시즌 경기를 치르게 된다(사진=엠스플뉴스)
키움은 최대한 높은 순위로 오를수록 홈구장인 고척돔에서 더 많은 포스트시즌 경기를 치르게 된다(사진=엠스플뉴스)

키움은 이날 승리로 최소 4위 자리가 유력해졌다. 5위 두산이 남은 4경기에서 단 한 경기라도 패할 경우 키움은 최소 4위를 확정한다. 만약 키움이 4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를 경우 포스트시즌 대부분 경기를 고척돔에서 소화할 수 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1, 2차전과 준플레이오프 2차전, 그리고 포스트시즌과 한국시리즈 경기가 모두 고척돔에서 열리게 된다.

더 나아가 키움이 3위에 등극할 경우 준플레이오프 2차전 단 한 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다 고척돔에서 가을야구를 치른다. 극적인 2위 등극 시나리오가 나올 경우엔 키움은 포스트시즌 전 경기를 고척돔에서 진행한다.

NBA(미국프로농구)의 ‘올랜도 버블’을 연상케 하는 ‘고척 버블’이 나올 전망이다. 키움은 포스트시즌 동안 고척돔에선 홈과 원정 경기 상황에 상관없이 1루 쪽 더그아웃과 라커룸을 사용하는 특전을 누린다. 홈구장의 이점을 최대한 살려 유리한 조건에서 가을야구를 치를 절호의 기회다.

마침 부상 선수들도 포스트시즌에 맞춰 정상 컨디션을 점차 찾아가는 분위기다. 박병호가 시즌 막판 극적으로 돌아온 데다 최근 컨디션이 안 좋았던 투수 한현희와 이영준도 정규시즌 최종전에 맞춰 복귀할 계획이다. 게다가 올 시즌 기대 이하의 흐름인 외국인 타자 애디슨 러셀이 반등한다면 키움은 완벽한 시나리오로 가을야구를 맞이하게 된다.

키움 김창현 감독대행은 10월 30일 시즌 최종전(잠실 두산전) 승리와 함께 최대한 높은 위치에서 가을야구를 시작하는 그림을 원한다.

김창현 대행은 “만약 순위 싸움 상황에 따라 시즌 최종전 결과가 중요해진다면 그날 에릭 요키시의 선발 등판이 가능하다. 그전에 순위가 확정된다면 선발 투수가 달라질 수 있다. 러셀은 심리적인 안정을 되찾아 최근 연습 때 좋은 결과를 보여줬다. 대타와 대수비 투입으로 컨디션을 확인하고 괜찮다면 최종전 선발 명단에 들어갈 수도 있다. 다만, 최근 출전하는 선발 라인업이 현재 시점에선 최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바라봤다.

단 한 경기만 남은 상황에서 나머지 팀들의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하지만, 키움은 체력 안배를 통해 시즌 최종전뿐만 아니라 가을야구에서 보여줄 경기력도 끌어올릴 수 있단 자신감을 느낀다.

김창현 대행은 “지난 일요일 경기 뒤 이틀 동안 푹 휴식을 취하고 좋은 분위기 속에서 훈련을 이어갔다. 선수들도 최근 몇 년 동안 잔여 경기에서 실전 감각 유지의 어려움을 경험했으니까 스스로 잘 조절했을 거다. 체력적인 측면에서 더 도움이 됐을 거로 믿는다. 추운 날씨에 좋은 경기를 해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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