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있는 선수 많은 팀 NC, 팬들 사이에서 ‘사연 다이노스’로 불려

-이동욱 감독 “사연 있는 선수들이 팀의 주축…NC 안 생겼으면 다들 지금 어디서 뭐할까”

-방출 시련 이겨낸 원종현과 김진성, 무명 설움 극복한 강진성과 권희동

-부상 극복 나성범, 입스 극복 박민우, 미지명 설움 루친스키까지…사연 다이노스 행렬 끝이 없네

창단 첫 우승을 이룬 NC 다이노스(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창단 첫 우승을 이룬 NC 다이노스(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엠스플뉴스]

NC 다이노스는 팬들 사이에서 ‘사연 다이노스’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하도 사연 있는 선수가 많다고 해서 어느 순간 생긴 별명이다.

창단 때부터 코치로 함께한 이동욱 감독도 비슷한 얘길 했다. 이동욱은 매직넘버 1을 남겨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가 누구냐’는 질문에 “우리 팀은 다 사연이 있는 선수들이 모인 팀”이라고 말했다.

“사연 있는 선수들이 팀의 주축이 돼 있고 간판이 돼 있다. 타 팀에서 방출된 선수들이 NC에서 두 번째 기회를 받고, 지금까지 커오는 과정을 지켜본 입장에서 그런 선수들이 생각난다.” 이 감독의 말이다.

2011년 창단 당시 NC는 신인드래프트는 물론 입단 테스트를 통해 선수를 모았다. 다른 구단에서 방출된 선수,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한 선수들이 NC에 찾아와 테스트를 받고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

이 감독은 “9구단이 창단되지 않았다면 그들은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없었다. 야구를 그만둘 수도 있었던 선수들이 오늘 여기까지 와있다고 생각하면, 기억이 많이 남는다”고 했다.

원종현, 김진성, 임창민까지 “야구 그만둘 수도 있었던 선수들이 오늘까지”

NC의 창단 원년인 2011년 강진에서 열린 캠프 장면. 이상호와 박민우 등 현재 1군 멤버들이 보인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NC의 창단 원년인 2011년 강진에서 열린 캠프 장면. 이상호와 박민우 등 현재 1군 멤버들이 보인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마무리투수 원종현이 대표적 예다. 2006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에서 LG의 지명을 받고 입단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당시 원종현을 지켜본 LG 관계자는 “공만 빨랐지 전혀 제구가 되지 않았다. 스티브 블래스 병에 걸렸다는 소리까지 들었다”고 했다. 여기에 팔꿈치 부상까지 겹쳐 결국 LG에서 방출.

하지만 NC에 와서 김경문 감독-최일언 투수코치와 만나 승리조 투수로 거듭났다. 대장암이란 큰 병으로 1년간 투병하기도 했지만 이겨내고 돌아왔다. 2019시즌부터 마무리 역할을 맡았고 올 시즌 30세이브를 올렸다. 우승이 확정된 24일 LG전에서도 2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왕년의 마무리 김진성과 임창민도 사연 하면 빠지지 않는다. 김진성은 프로 입단 2년 만에 방출선수 신세가 됐다. 군 복무를 마치고 신고선수로 넥센에 입단했지만 부상으로 또 방출. 야구를 그만둘까 고민하다 입단 테스트에 합격해 NC 선수가 됐다. NC의 1군 진입 첫 시즌 마무리투수로 활약했고, 구원투수로는 드문 한 시즌 10승을 거두며 승리조 역할을 했다.

다년간 많은 공을 던진 여파로 한동안 부진을 겪기도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올 시즌 다시 든든한 불펜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김진성은 어릴 적 가정사 탓에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 자랐다. 그런 그에게 올해 초 겪은 조부상은 큰 아픔이자 충격이었다. 그래도 자신이 책임져야 할 가족을 떠올리며 이겨냈고, 팀을 우승까지 이끌었다. NC 관계자는 “김진성이 없었다면 후반기 팀이 1위 자리를 지키기 어려웠을 것”이라 했다.

임창민은 넥센 시절만 해도 평범한 불펜 투수였다. 2013년 트레이드로 NC에 온 뒤 등판 기회가 많아졌고, 경험과 개인적 노력을 바탕으로 승리조 투수로 올라섰다. 3년 연속 팀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고 국가대표로도 발탁됐다.

팔꿈치 부상과 수술, 재활을 거쳐 지난해 돌아왔지만 구위가 예전 같지 않았다. 올 시즌에도 제구 난조와 밸런스 문제로 고전하다 2군에 내려갔다. 그러나 다시 올라온 뒤 예전 모습을 되찾았다. 전성기 수준의 구위와 강력한 포크볼을 선보이며 팀의 연승에 큰 힘을 보탰다. 역시 드라마틱한 사연이다.

2011년 제주 캠프 당시 강진성(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2011년 제주 캠프 당시 강진성(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입단 9년 만인 올해 주전 1루수로 도약한 강진성도 사연 다이노스의 일원이다. 경기고 시절 특급 유망주였던 강진성은 프로 입단 뒤 포지션 문제로 좀처럼 1군에 자리 잡지 못했다. 포수 전향도 해보고 외야수도 해봤지만 기존 주전들을 밀어내기엔 부족했다. 올해는 마지막이란 각오로 1루수 전향을 준비했다. 마침 모창민의 부상으로 자리가 났고, 기회를 놓치지 않고 ‘1일 1깡’ 활약으로 주전을 꿰찼다. 창단 멤버 강진성의 선수 인생은 9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을 달성한 NC의 여정과도 겹치는 부분이 많다.

신인드래프트 9라운드 지명으로 입단해 주전 외야수가 된 권희동의 사연도 있다. 권희동은 경남대 시절 대학야구 강타자로 통했지만 프로 스카우트들의 주목을 받진 못했다. 파워는 있지만 체격도, 수비력도, 타격 능력도, 기동력도 평범해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평가를 들었다.

하지만 프로 입단 뒤 권희동의 약점인 ‘평범함’은 강점이 됐다. NC 코칭스태프 눈에 권희동은 나쁘지 않은 수비와 주력에 일발 장타력을 겸비한 선수였다. 입단 첫해 15홈런을 때려내며 주전 선수가 됐고, 이후 약점인 컨택트 능력을 보완해 풀타임 1군 선수로 자리 잡았다. 올해도 118경기에 출전해 12홈런을 기록하며 준수한 활약을 이어갔다.

이동욱 감독은 “NC가 창단하지 않았다면 신인드래프트에서 그렇게 많은 선수가 지명받을 수 없었다. 9구단, 10구단 창단된 게 힘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실제 권희동을 비롯해 2012 신인 9라운드 한동민(SK), 김태훈(키움) 10라운더 황윤호(NC-KIA) 등은 NC가 창단하지 않았다면 순번상 드래프트에서 지명받기 어려웠을 선수들이다. 하지만 NC 창단으로 기회가 주어졌고, 치열한 경쟁을 뚫고 지금까지 프로에서 활약하고 있다.

큰 부상 이겨낸 나성범, 입스 극복한 박민우까지…모두가 사연 다이노스

까까머리 시절의 박민우(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까까머리 시절의 박민우(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NC 간판스타 듀오 나성범과 박민우도 나름 사연이 있다. 나성범은 한때 메이저리그에서도 탐내는 좌완투수였지만 프로에 입단해 타자로 전향했다. NC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꾸준히 활약하다 지난해 무릎 십자인대 파열이란 시련을 겪었다.

대수술과 오랜 재활을 이겨내고 올 시즌 복귀, 30홈런-100타점을 돌파하는 엄청난 활약으로 제2의 전성기를 열어가는 중이다. NC 관계자는 “솔직히 나성범이 지금처럼 대단한 퍼포먼스를 보여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NL 구단 스카우트는 “나성범의 올 시즌 활약상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김하성과 함께 올 시즌 뒤 빅리그에 진출할 유력한 후보로도 거론된다.

박민우는 휘문고 시절 ‘이영민 타격상’을 받을 정도로 빼어난 타격 재능을 자랑했다. 그러나 NC에 입단한 뒤 오랫동안 수비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1군 선수로 자리 잡은 뒤에도 악송구 실책 후유증에 한 차례 2군에 내려가는 아픔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수비 못 하는 선수’라는 선입견마저 생겼다.

박민우가 흔들릴 때 가장 큰 도움을 준 사람이 바로 현재 NC 사령탑 이동욱 감독이다. 이 감독은 수비코치 시절 박민우의 수비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밤낮으로 함께 훈련하고 고민했다. 미국 애리조나 캠프에서는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박민우만 붙들고 펑고를 치기도. 박민우가 서럽고 분한 마음에 울면 함께 울고, 좋은 수비를 보여주면 박수치면서 몸과 마음을 다해 제자의 성장을 도왔다.

이제 박민우는 국가대표 2루수이자 골든글러브 2루수로 성장했다. 매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을 만들어 내는 좋은 수비수가 됐다. 이동욱 감독도 팀을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까지 이끌며 ‘명장’의 대열에 올랐다.

코치 시절 이동욱 감독과 포즈를 취한 박민우(사진=박민우 SNS)
코치 시절 이동욱 감독과 포즈를 취한 박민우(사진=박민우 SNS)

NC의 사연 퍼레이드는 외국인 선수라고 예외가 아니다. 올 시즌 18승으로 특급 활약을 펼친 드류 루친스키는 고교 졸업반 때 메이저리그 지명을 받지 못했다. 대학에 진학해서도 3학년, 4학년까지 다녔지만 불러주는 구단이 없었다. 결국 독립리그 구단을 전전하다 만 23살 나이에 마이너리그 계약에 성공했고 어렵게 빅리그 데뷔까지 이뤘다.

이후 방출과 마이너 계약, 다시 방출과 마이너 계약하는 과정이 영화 ‘사랑의 블랙홀’처럼 되풀이됐다. 그러다 2018시즌 마이애미 말린스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고, 시즌 뒤 NC와 계약해 KBO리그로 무대를 옮겼다. 그리고 이제는 팀을 우승으로 이끈 에이스 투수로 올라섰다. 빅리그 특급 유망주였던 애런 브룩스, 댄 스트레일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투수가 됐다.

그뿐인가. 은퇴 위기를 이겨내고 선수 생활을 연장해 마침내 우승 멤버가 된 지석훈, 비록 선수 시절엔 우승을 못 했지만 코치로 우승을 함께한 이종욱-손시헌, 3개월 부상 공백을 딛고 돌아와 팀의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 짓는 경기에 큰 힘을 보탠 구창모…사연 다이노스의 행렬은 끝이 없다.

이동욱 감독은 “강진에 모여서 같이 훈련했던 기억이 난다. NC가 창단되지 않았다면 지금 이 친구들 어디에 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9구단, 10구단이 생기지 않았다면 이 선수들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었겠나”라고 말했다. 그 많은 사연이 쌓이고 쌓여, 지금의 ‘사연 다이노스’를 완성했다. NC 다이노스의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을 만들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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