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NC의 한국시리즈 패인 “NC다운 야구 못해서 졌다”

-4년 만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NC다운 야구로 첫 승리

-2차전 불운으로 패배, 3차전엔 실책으로 결정적인 점수 내줘

-라이트 부진, 박석민 부상 등 악재 속출…4차전 송명기 어깨 무겁다

3차전 8회 항의하는 이동욱 감독. 경기 승패에 영향을 주진 않았지만, 자꾸만 꼬이는 NC의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3차전 8회 항의하는 이동욱 감독. 경기 승패에 영향을 주진 않았지만, 자꾸만 꼬이는 NC의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엠스플뉴스=고척]

“그때는 NC다운 야구를 못 해서 졌다.”

NC 다이노스 나성범이 4년 전인 2016년 한국시리즈 패배를 돌아보며 한 말이다. 당시 NC는 창단 첫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에 4전 전패로 우승을 내줬다. 1차전과 2차전에서 대등한 경기를 펼치다 아쉽게 패한 뒤, 3차전과 4차전에서 무기력하게 졌다. 당시를 떠올리며 나성범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NC다운 야구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나성범의 호언대로 NC는 1차전에서 NC다운 야구를 유감없이 선보였다. 1회부터 선취점을 냈고, 홈런으로 추가점을 냈다. 선발투수가 잘 던졌고, 불펜이 계획대로 완벽하게 이어 던졌다. 9회엔 환상적인 호수비도 나왔다. ‘NC다운 야구’로 한국시리즈 첫 승리를 만들었다.

그러나 2차전과 3차전을 두산에 내줬다. 2차전이야 병살 5개 불운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패배였다지만, 3차전에선 NC다운 야구를 전혀 펼치지 못하고 졌다. 2차전 패배보다 더 진한 아쉬움을 남긴 3차전이다.

실책 도미노, 배터리 오류, 뒷심 부족…NC다운 야구 못한 3차전

실책 이후 아쉬워하는 노진혁(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실책 이후 아쉬워하는 노진혁(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1회초 나성범의 홈런으로 선취점을 낼 때만 해도 좋았다. NC는 정규시즌 선취득점 83회로 전체 1위 팀이다. 선취점을 낸 경기 승률도 0.788로 전체 1위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선 선취점을 낸 팀이 100% 승리를 가져갔다. 하지만 이날 NC는 선취점을 내고도 졌다.

1차 원인은 팀과 감독의 기대를 배반하고 2이닝 5실점으로 무너진 선발 마이크 라이트. 이동욱 감독은 2회 한계를 드러낸 라이트가 3회 3루타 포함 안타 3개를 맞은 뒤에 김영규로 교체했다. 이 감독은 “빠르게 교체했다고 생각한다”고 했지만, 이날 경기의 중요성과 약 한 달에 가까운 라이트의 실전 공백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남는 교체 타이밍이다.

NC다운 야구는 강한 수비에서 나온다. NC는 정규시즌 팀 실책 87개로 최소실책 3위 팀이다. 인플레이 타구를 아웃 처리한 수비효율(DER) 지표는 0.698로 리그 1위다. 그런 NC가 이날은 실책 3개를 저질렀다. 실책 3개가 전부 실점으로 이어졌다. 3회 3실점 과정에선 애런 알테어의 송구 실책이 추가 실점을 불렀다. 정규시즌 알테어의 실책은 2개에 불과했다.

5회엔 선두타자 정수빈을 기습번트 안타로 내보낸 뒤, 1루 견제 악송구 실책으로 2루까지 내줬다. 그리고 2사 3루에서 평범한 내야 땅볼에 노진혁의 ‘알까기’ 실책으로 6대 6 동점을 내줬다. 글러브를 다소 빠르게 들어 올리려다 뒤로 빠뜨리는 바람에 안 줘도 될 점수를 거저 내줬다. 이번 한국시리즈 3경기 6실책. NC답지 못한 야구다.

7회엔 배터리 쪽에서 오류가 생겼다. 좌타자를 잡으라고 내보낸 임정호가 최주환을 몸에 맞는 볼로 내보냈다. 여기서 김재환이 커리어 내내 딱 하나밖에 없는 희생번트 모션을 취했다. 번트 시도를 의식했는지 임정호의 바깥쪽 공이 멀리 벗어났고, 그사이 대주자 오재원이 2루를 훔쳤다. 이어 낮게 떨어뜨린 공을 양의지가 뒤로 흘리면서 안타 하나 없이 무사 3루가 됐다.

결국 임정호는 김재환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교체됐다. 이어 올라온 김진성이 내야뜬공과 삼진 2개 위력투로 아웃 3개를 잡았지만, 중간에 낀 김재호의 적시타로 결승점을 허용했다(6대 7). NC 포수가 다른 선수도 아닌 ‘양의지’란 걸 생각하면 아쉬운 장면이다. NC답지 않았고, 양의지답지 않았다.

NC다운 야구는 뒷심이 강한 야구다. NC는 정규시즌 7~9회 최다득점(304점)을 올린 팀이다. 7~9회 빅이닝 횟수도 40회로 리그 최다. 그러나 이날은 두산 불펜 상대로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4회까지 6점을 뽑아낸 뒤 5회부터 9회까지 무득점. 강속구 대신 포크볼을 집중적으로 던진 김강률에게 막혔고, 최고 148km/h를 던진 박치국과 150km/h대 공을 뿌린 이승진을 공략하지 못했다. 끝내 1점 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6대 7 패배로 3차전을 내준 NC다.

고장 난 라이트, 실책 전염병, 박석민 부상…NC의 우승 플랜, 격랑 속으로

마이크 라이트는 2이닝 5실점하고 물러났다(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마이크 라이트는 2이닝 5실점하고 물러났다(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3차전이 패배로 끝나면서, 남은 NC의 한국시리즈 계획에도 적지 않은 차질이 예상된다. 우선 외국인 투수 라이트의 향후 활용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1회부터 불안감을 보인 라이트는 2회 홈런과 볼넷, 장타로 쉽게 역전을 내줬다. 3회 나성범의 희생타, 박민우의 놀라운 홈 슬라이딩으로 팀이 재역전에 성공했지만, 3회에 또 두들겨 맞고 내려갔다.

속구 구속은 최고 155km/h를 기록했지만, 복판에 몰리는 공이 많다 보니 두산 타자들의 손쉬운 먹잇감이 됐다. 무릎 부상 이후 27일 만의 실전 등판이라 NC로서도 반신반의하며 내보냈지만 결과는 실망으로 돌아왔다. 이대로라면 시리즈가 6, 7차전까지 가도 다시 내보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야수진의 실책 도미노도 문제다. 단순한 실책이 아니라 결정적인 실점으로 이어지는 클러치 실책이 매 경기 나오고 있다. 한국시리즈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박석민과 시즌 때 실책이 거의 없던 야수들이 실책을 범하고 있어 더 아쉽다. 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고척돔 적응을 마친 두산 야수들과 달리 고척 내야 특성에 적응하지 못해서 나오는 실수도 보인다.

이동욱 감독은 “야구하다 보면 나올 수 있는 부분이 실책”이라면서도 “기전에서 선수들이 잘 신경 써야 할 부분”이라고 실책을 경계했다. 단기전에서 실책은 전염성이 강하다. 실책이 자꾸 나오면 투수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팀 전체가 흔들린다. 남은 시리즈에서도 실책을 최소화하는 게 NC의 과제가 됐다.

베테랑 박석민의 부상도 악재다. 박석민은 3차전 3회초 무리하게 2루까지 뛰다 왼손 중지가 꺾이는 부상을 당했다. 이동욱 감독은 “자고 일어난 뒤 상태를 체크해야 한다”고 했다. 만약 박석민의 경기 출전이 어려울 경우, NC 공격력엔 큰 손실이다. 3차전에서 박석민 대신 교체 출전한 지석훈은 2타석 2삼진에 그쳤다. 특히 7회 1사 1, 2루에서 박치국 상대로 헛스윙 삼진당한 장면이 아쉬웠다.

지석훈 타석에서 대타를 쓰지 못한 건 3루 수비 때문이다. 지석훈은 박석민 다음으로 많은 경기에 3루 수비를 소화한 선수. 그 외엔 노진혁, 김찬형이 있지만 둘 다 전문 3루수가 아니다 보니 3루 수비 안정감이 떨어진다. 이동욱 감독은 3루 수비가 좋은 도태훈 대신 유격수, 2루 수비까지 가능한 김찬형을 엔트리에 포함했다. 박석민이 출전하지 못하면, NC는 공격력 손실을 감수하고 지석훈을 선발로 기용해야 한다. 남은 한국시리즈에 변수가 될 수 있다.

3차전 패배로 NC 우완 영건 송명기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만약 NC가 4차전까지 내주면 5차전 라울 알칸타라, 6차전 크리스 플렉센을 앞세워 두산이 그대로 시리즈를 끝낼 가능성이 커진다. 20살 어린 투수에겐 너무 큰 부담이다. 치밀하게 세운 NC의 우승 플랜이 격랑과 혼돈으로 빠져드는 흐름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