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외야수 정수빈(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두산 외야수 정수빈(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고척]

두산 베어스 외야수 정수빈에겐 ‘PS 번티스트’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정수빈의 통산 포스트시즌 번트 안타 개수는 9개다. 이 부문 2위인 박종호(은퇴-3개)와의 격차가 상당하다. 결정적인 순간 팀으로 경기 흐름을 가져오는 정수빈의 기습 번트 능력이 빛나는 분위기다.

정수빈은 11월 20일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5회 말 선두 타자로 나와 상대 투수 김영규를 상대로 기습 번트를 시도했다. 투수와 1루수 사이로 절묘하게 구른 정수빈의 번트 타구는 송구 시도조차 못한 세이프 결과로 이어졌다.

두산은 5대 6으로 뒤진 5회 말 무사 1루 기회를 2사 3루 상황까지 만들었다. 이후 상대 유격수 포구 실책에 3루 주자 정수빈이 동점 득점을 만들었다. 정수빈의 기습 번트가 없었다면 나오지 않을 상황이었다. 두산은 7회 말 김재호의 역전 적시타와 불펜진의 연이은 호투로 7대 6 한 점 차 리드를 지키고 시리즈 전적 2승 1패에 성공했다.

21일 4차전을 앞두고 만난 정수빈은 “어제 경기에선 초반부터 타격전 흐름이 나왔다. 서로 잘 쳤는데 경기 중반 상대 실책이 나와 분위기가 다시 넘어왔다. 어제 같이 엎치락뒤치락 반복한 경기를 이긴 게 정말 중요했다”라고 전했다.

정수빈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알면서도 당하는 기습 번트를 선보였다. 정수빈은 “기습 번트는 타석에 들어가기 전에 구상하는데 타석에 들어간 뒤에도 수비 위치나 상황에 따라 갑자기 결정할 때도 있다. 대부분 미리 계획하고 들어가니까 성공률이 높지 않나 싶다. 특히 상대 투수가 좌투수일 때는 1루 송구가 쉽지 않은 점을 노리는 부분이 있다”라며 고갤 끄덕였다.

두산은 1차전 패배 뒤 2, 3차전을 내리 잡으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5년 전 2015년 한국시리즈 업셋 우승 흐름과 비슷한 분위기다. 당시 두산은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1차전 패배 뒤 2~5차전을 내리 잡고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정수빈도 5년 전 한국시리즈에서 시리즈 MVP를 수상한 좋은 추억이 있다.

정수빈은 “2015년에도 정규시즌 3위로 세 차례 시리즈를 거쳐 우승했다. 그때와 비슷한 분위기라는 걸 선수단도 느낀다. 2015년 우승의 좋았던 기억이 우리 선수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나 싶다. 나도 한국시리즈에서 항상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더 집중력 있게 임한다. 더 큰 경기에서 자신 있게 플레이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듯싶다”라며 남은 시리즈 활약을 다짐했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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