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 양의지, 5차전 홈런 뒤 이례적으로 크게 기뻐하는 모습 화제

-경기후 기자회견에선 비장한 표정과 목소리로 ‘6차전 승리’ 다짐

-6차전에서 반드시 끝내야 하는 NC, 총력전 예고

-선발 드류 루친스키, 마이크 라이트도 불펜 대기…6차전에서 끝낸다

홈런을 친 뒤 크게 기뻐하는 양의지(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홈런을 친 뒤 크게 기뻐하는 양의지(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엠스플뉴스]

“마지막까지 잘해서 6차전을 이길 수 있도록 잘 하겠다. 6차전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전력으로 다 쏟아부을 예정이다.”

홈런을 친 뒤 펄쩍 뛰며 기뻐하던 그 선수와 같은 사람이 맞나 싶었다. 23일 한국시리즈 5차전 승리후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NC 다이노스 포수 양의지는 웃음기를 쏙 뺀 진지한 표정이었다. 4차전 승리후 인터뷰에서 미소를 지으면서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던 모습과도 전혀 딴판이었다. 시종 덤덤한 표정과 말투로 5차전 승리의 의미와 6차전 승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NC는 두산을 5대 0으로 꺾고 시리즈 3승 2패로 우위를 되찾았다. 이제 왕좌 등극까지는 단 1승만 남았다. 양의지의 존재감이 5차전을 지배했다. 포수로 선발 출전, 선발투수 구창모와 완벽한 호흡으로 최고의 호투를 이끌었다. 타석에선 6회 쐐기 2점 홈런 포함 2안타 2타점 활약으로 팀 공격을 이끌었다.

4차전 20살 선발 송명기의 포스트시즌 데뷔전 무실점 승리를 이끌었던 양의지는 이날도 변화무쌍한 리드로 23살 구창모의 가을야구 첫 승리를 도왔다. 5일 만의 선발 등판임에도 이날 구창모의 컨디션은 앞선 2차전보다 훨씬 좋았다. 속구 구속이 2~3km/h 가까이 빨랐고 공에 힘이 있었다. 오랜 포스트시즌 일정에 지친 두산 타자들이 힘으로 맞서기는 쉽지 않았다.

양의지는 이를 빠르게 캐치해 경기 초반부터 속구 위주로 두산 타자들을 밀어붙였다. 몸쪽 높은 속구를 과감하게 붙이는 구창모의 투구에 지친 두산 타자들은 제대로 된 타구를 거의 날리지 못했다. 2스트라이트 0볼에서 바로 속구 승부를 들어가는 과감성도 돋보였다. 슬라이더, 포크볼 등을 초구에 던지면서 타이밍을 뺏는 장면도 돋보였다.

타석에서도 빛났다. 이날 경기 초반 NC 타자들은 두산 선발 크리스 플렉센의 강력한 구위에 눌려 3이닝을 퍼펙트로 끌려갔다. 4회말 2사 후 나온 나성범의 빗맞은 안타가 이날 NC의 첫 안타. 여기서 양의지는 3유간을 꿰뚫는 총알 같은 타구로 팀의 이날 경기 첫 클린 히트를 기록했다. 플렉센을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안타다.

양의지의 방망이는 6회말 다시 폭발했다. 1사 후 나온 나성범의 우전안타로 만든 주자 1루 찬스. 타석에 나온 양의지는 볼카운트 1-2에서 플렉센의 4구째 속구를 커트해 파울로 만든 뒤, 5구째 바깥쪽 낮은 커브를 정확하게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1대 0 살얼음판 리드를 3대 0으로 만드는 투런 홈런. 유인구로 던진 커브가 존 안으로 들어온 것을 놓치지 않고 받아쳐 홈런으로 연결했다.

승리의 주먹 인사(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승리의 주먹 인사(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타구가 담장을 넘어간 순간, 양의지는 오른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포효했다. 3루 베이스를 돌며 활짝 웃었고, 홈을 밟은 뒤엔 어퍼컷 세레머니를 선보였다. 경기 중에 웬만해선 감정을 드러내는 법이 없는 양의지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에 관해 양의지는 “선취점 난 뒤 도망가는 점수가 필요했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가장 잘 던지는 투수인 플렉센을 무너뜨리고 싶었는데, 그 투수에게 점수를 뽑아낸 게 의미가 컸다. 그래서 많이 흥분했던 것 같다”고 특유의 뚱한 표정으로 말했다. 양의지의 말대로 5회 홈런은 시리즈의 방향을 완전히 NC 쪽으로 돌려놓는 중요한 홈런이었다. 어쩌면 홈런을 친 순간 양의지는 본능적으로 ‘우승’을 직감한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만약 6차전에서 끝내지 못하면, 7차전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는 게 야구다. 5차전까지 19이닝 연속 무득점으로 침체한 두산 타선이 6차전부터 살아날지도 모를 일이다. 기세를 잡은 NC는 반드시 6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내야 한다. 양의지도 이를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에, 5차전 승리 후 비장한 각오로 6차전 승리를 다짐했을 것이다. 양의지는 “내일이 마지막이라고 전력으로 다 쏟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 쏟아부을 예정”이라고 힘줘 말했다.

NC는 6차전 선발로 드류 루친스키를 예고했다. 4차전 구원등판 뒤 이틀 휴식 후 선발등판이다. 여기에 마이크 라이트와 불펜 투수를 총동원해 6차전에서 끝내는 게 NC의 목표다. 두산의 기세가 다시 살아날 조금의 빌미도 주지 않는 게 NC의 목표다. 웃음기 쏙 뺀 양의지는 6차전 총력전을 선언했다. 6차전이 끝나고 나면, 다시 양의지의 환한 미소를 볼 수 있을까.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