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 우승 사흘 뒤 전격 트레이드 단행…윤형준 영입해 장타력 보강

-나성범 미국 진출 이후 대비해야…장타력 갖춘 중심타자, 외야수 공백 준비

-젊은 야수진 성장, 20대 불펜투수 강화도 과제

-한 번 우승보다 훨씬 어려운 2년, 3년 연속 우승…NC는 공룡시대 열 수 있을까

환희의 순간(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환희의 순간(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엠스플뉴스]

“우승해서 좋은 기분, 그거 딱 이틀 가더라고요.” NC 다이노스 관계자에게 ‘우승 축하한다’는 문자를 보냈더니 돌아온 답이다.

확실히 NC는 우승 샴페인 숙취에서 빠르게 깨어난 것으로 보인다. 우승 사흘 뒤인 27일, NC는 LG 트윈스와 깜짝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창단 멤버인 내야수 이상호를 보내고 한때 팀에서 거포 유망주로 기대했던 윤형준(윤대영)을 다시 데려왔다. 우승 분위기에 계속 취해있는 대신 일찌감치 다음 시즌 준비를 시작했다.

-‘간판스타+외야수+거포’ 나성범 공백, 어떻게 메울까-

경찰야구단 시절 퓨처스에서 24홈런을 날린 윤형준(사진=엠스플뉴스)
경찰야구단 시절 퓨처스에서 24홈런을 날린 윤형준(사진=엠스플뉴스)

우선 미국 진출을 노리는 나성범의 공백을 메우는 게 NC의 당면과제다.

현지 소식과 MLB 구단 스카우트들의 평가를 종합하면, 나성범은 어떤 식으로든 MLB 구단 유니폼을 입게 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나성범이 미국 무대로 떠나면 NC는 유니폼 판매 1위 간판스타이자 34홈런 112타점을 기록한 주전 외야수-좌타 거포를 잃게 된다.

NC가 비난 여론을 감수하고 윤형준을 다시 데려온 것도 나성범 미국 진출에 따른 근손실에 대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2017년 퓨처스에서 93경기 24홈런을 날린 윤형준은 한번 긁어볼 만한 복권이다. NC 관계자는 “다른 포지션에 비해 다소 헐거운 1루 뎁스를 강화하는 차원도 있다”고 설명했다.

중심타선과 장타력 보강을 위해 FA(자유계약선수) 영입전에 참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NC는 이전처럼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자세다. 마침 이번 FA 시장엔 NC가 원하는 조건에 딱 맞는 신상도 나와 있다. 추가 트레이드를 통해 장타력을 보강하는 것도 가능한 선택지 중 하나다.

나성범 공백은 외국인 선수 구성과도 맞물려 있다. 기존 NC 외국인 세 명 중에 재계약이 확실한 선수는 드류 루친스키 하나다. 애런 알테어는 일단 재계약 대상이라고 공표하긴 했지만, 구단 내부적으로는 고민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NC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는 “NC는 올해 시즌 내내 알테어를 8번 타자로 기용했다. 이는 나성범-양의지라는 확실한 국내 중심타선이 있어 가능했다. 만약 나성범이 빠지면 그 자리를 누군가 대체해야 하는데, 알테어가 그 자리를 채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반면 다른 구단 관계자는 “나성범이 빠지고 김성욱까지 군에 입대하면 NC는 주전 외야수 두 명이 한꺼번에 빠져나간다. 이명기, 권희동, 김준완으로 1군 외야진을 꾸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수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알테어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만약 알테어를 교체한다면, 그에 버금가는 수비력을 갖춘 외야수 영입이 반드시 함께 이뤄져야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20대 초반 젊은 야수 유망주 중에 1군 주전급으로 올라서는 선수가 내년 시즌엔 한두 명은 나와야 한다. 기존 NC 주전 야수진은 창단 초기부터 계속 손발을 맞춰온 30대 선수가 주축이다. 내야수 박준영, 김찬형, 김민수, 최정원과 외야수 김범준 등 20대 초반 유망주 중에 1군의 높은 벽을 허무는 선수가 이제는 나올 때가 됐다.

세대교체가 필요한 건 불펜도 마찬가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NC 불펜은 사실상 김진성, 원종현 둘로 버텼다. 시즌 후반 불펜 운영도 30대 중반에 접어든 ‘원조 단디 4’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비록 결과는 NC 승리였지만, 20대 강속구 투수 이승진, 홍건희, 이영하가 주축을 이룬 두산 불펜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내년 시즌엔 배재환, 소이현, 류진욱 등 젊은 강속구 투수 중에 1군 승리조에 진입하는 선수가 나와야 한다. 올해 첫 등판에서 150km/h 강속구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안인산이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그래야 올해 우승만이 아니라 내년에도, 그 이후에도 계속 강팀의 자리를 지킬 수 있다.

한 번 우승도 어렵지만 2년 연속, 3년 연속 우승하긴 훨씬 더 어렵다. KBO리그 역사상 연속 우승에 성공한 프랜차이즈는 NC 포함 딱 6개(해태, 현대, 삼성, SK, 두산) 팀 뿐이다. 가장 최근엔 두산이 2015·2016 연속 우승과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로 왕조를 세웠다. 반면 2017년 KIA, 2018년 SK는 한 시즌 반짝한 뒤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NC가 KIA, SK의 길이 아닌 두산의 길을 가야 한다는 건 분명하다. 삼성 왕조를 무너뜨리고 새 왕조를 세운 두산처럼, 두산을 이긴 NC도 KBO리그에 ‘공룡시대’를 열어갈 수 있을까. 양의지는 “우리 선수들이 우승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기량이 늘었을 거다. 어떻게 하면 성적이 나고 1등을 하는지 느꼈을 거다. 지금부터가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올겨울 NC의 스토브리그가 그 어느 해보다 중요한 이유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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