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정인욱, 삼성에서 방출 뒤 새 둥지 물색

-“올 시즌 초반 팔꿈치 통증 아쉬워, 구단과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

-“이제 아픈 곳 없이 전력투구 가능, 입단 테스트 기회라도 받고 싶다.”

-“아이들에게 마운드 위에서 공 던지는 아빠 보여주고 싶다.”

삼성에서 방출된 투수 정인욱이 내년 시즌 공을 던질 수 있는 새 둥지를 기다리고 있다(사진=삼성)
삼성에서 방출된 투수 정인욱이 내년 시즌 공을 던질 수 있는 새 둥지를 기다리고 있다(사진=삼성)

[엠스플뉴스]

11월 1일 투수 정인욱은 ‘방출 통보’라는 야구 인생의 첫 쓴맛을 봤다. 대구고등학교 출신 삼성 라이온즈 유망주로서 큰 기대를 받았지만, 정인욱은 그 기대만큼 못 성장해 12년 동안 정들었던 팀을 떠나게 됐다.

방출 통보 뒤 라커룸에 있던 짐을 싸서 라이온즈 파크를 나왔을 때 정인욱은 차디찬 현실을 실감했다. 정인욱은 “어느 정도 (방출 소식을) 예감하고 있었다. 각오한 만큼 방출 소식을 들었을 때는 괜찮았는데 라커룸에서 내 짐을 싸서 나오니까 마음이 심란해졌다”라며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2009년 삼성에 입단한 정인욱은 2년 차인 2010시즌 1군 데뷔 시즌을 보낸 뒤 2011시즌 31경기(80이닝) 등판 6승 2패 평균자책 2.25 60탈삼진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2012시즌 종료 뒤 상무야구단에 입대한 정인욱은 다시 팀에 복귀한 2015시즌부터 하락세를 겪었다.

2016년 풀타임 선발 시즌(27G 4승 7패 평균자책 6.81) 기회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 정인욱은 2017시즌 이후 좀처럼 1군에 자리 잡지 못했다. 올 시즌 성적은 5경기 불펜 등판에 승패 없이 평균자책 8.44에 그쳤다.

정인욱은 “올 시즌 초반 팔꿈치 아프기 시작해 재활 기간이 점점 길어졌다. 시즌 막판 복귀했을 때는 너무 늦은 상태였다. 젊은 투수들이 1군에 많이 자리 잡으면서 기회가 더는 없을 거로 예상했다. 돌이키면 입단 초기에 많은 기회를 받았지만, 구단의 기대만큼 성장 못 해 정말 아쉽다. 기대가 컸던 삼성 팬들에게도 정말 죄송할 마음뿐”이라고 전했다.

-'두 아이 가장' 정인욱이 버티고 도전할 이유는 가족-

내년 시즌 두 아이의 가장으로서 공을 던지는 아빠의 그림을 보여줄 수 있을까(사진=삼성)
내년 시즌 두 아이의 가장으로서 공을 던지는 아빠의 그림을 보여줄 수 있을까(사진=삼성)

1990년생으로 아직 충분히 새로운 도전에 나설 나이기에 정인욱은 야구를 포기할 수 없다. 정인욱은 방출 뒤 대구 본가에서 트레이닝 센터(세진헬스)와 경북고등학교를 오가며 몸을 만드는 상황이다. 레전드 이승엽 등을 포함해 야구 선수뿐만 아니라 프로 골퍼들의 트레이닝도 담당하는 세진헬스 오창훈 관장은 올 시즌 부활에 성공한 김동엽의 몸 관리를 도와 관심을 모았다. 정인욱도 오창훈 관장의 관리 아래 부활을 꿈꾸고 있다.

정인욱은 “방출 뒤 트레이닝 센터와 경북고 운동장을 오가며 계속 훈련하고 있다. 아직 다른 구단으로부터 제의가 없어 초조한 기분이지만, 끝까지 몸을 만들며 기다려보겠다. 후반기 복귀했을 때도 아픈 곳 없이 전력투구가 가능했다. 어디든 불러주신다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공을 던져보겠다. 입단 테스트 기회라도 온다면 정말 좋겠다”라고 소망했다.

정인욱이 마지막 순간까지 야구공을 놓지 않는 이유는 ‘가족’ 때문이다. 2개월 전 둘째 아들이 태어나 정인욱은 이제 두 아이의 가장이 됐다. 내년 시즌 아이들에게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지는 아버지의 장면을 보여주고 싶은 게 정인욱의 진심이다.

정인욱은 “방출 뒤 힘든 상황에서도 아내와 아이들의 응원 덕분에 힘을 얻고 버틸 수 있었다. 가장으로서도 책임감이 크게 느껴진다. 아직 아이들이 어려 잘 모르겠지만, 아빠가 야구 선수라는 걸 알고 좋아할 때까지 야구를 하고 싶다. 내년 시즌 마운드에 서 있는 장면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정말 절박하다”라고 힘줘 말했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