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4위에 그친 LG 트윈스, 2021시즌엔 더 높이 올라가야

-외국인 선수 켈리, 라모스는 재계약 방침…윌슨 대체자 구한다

-차우찬, 김용의 FA 신청…LG 방침은 “선수 얘기 들어보고 판단”

-외부 FA 참전, 가능성은 열어뒀지만 실제 이뤄질지는 미지수

FA 자격을 신청한 차우찬과 김용의(사진=엠스플뉴스)
FA 자격을 신청한 차우찬과 김용의(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다시 단장의 시간이다.

LG 트윈스는 2시즌 연속 리그 4위에 그쳤다. 지난해의 4위와 올해의 4위는 느낌이 전혀 다르다. 지난 시즌엔 그래도 잘했다는 박수를 받았지만, 올해는 4위라는 숫자가 ‘실패’로 느껴진다. 시즌 끝까지 2위 싸움을 펼쳤고, 한때는 1위 자리까지 넘봤기에 아쉬움이 더 크다. 이유와 사정을 떠나 내년 시즌엔 반드시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야 하는 LG다.

초임 감독을 임명한 만큼 오프시즌 구단의 역할이 중요하다. 2020시즌 실패가 ‘현장 책임’으로 정리됐다면, 2021시즌 결과에 대해선 구단도 책임을 져야 한다. 더이상 실패를 현장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는 상황. 원하든 원치 않든 이제 단장과 감독은 운명 공동체다. 올겨울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앞으로 류지현호 2년의 성패가 좌우된다.

-윌슨 대체자, 차우찬 계약, 김용의 대우…LG의 당면 과제-

2020시즌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한 윌슨(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2020시즌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한 윌슨(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차명석 LG 단장도 고민이 많아 보였다. 차 단장은 특유의 화법으로 “어떻게 하는 게 좋겠나?”라고 되물었다. 외국인 선수 구성부터 내부 FA(자유계약선수) 계약, 외부 FA 영입까지 앞에 놓인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가야 한다.

일단 외국인 선수는 타일러 윌슨 한 자리만 교체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정규시즌 우승에 도전하려면 외국인 투수 2명이 모두 10승 이상을 거둬야 가능하다. 2020시즌 LG의 실패도 결국은 자가격리 이후 윌슨이 끝까지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한 데서 비롯했다.

LG는 케이시 켈리, 로베르토 라모스와 재계약을 추진하는 한편 새 외국인 투수를 데려올 예정이다. 차 단장은 “외국인 선수 리스트업은 꾸준히 해 왔다. 다만 미국 쪽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MLB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 미국 구단 중에 40인 로스터도 정리하지 못한 구단이 많다. DFA(지명할당) 되는 선수 중에 국내 구단이 영입할 만한 선수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어, LG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지켜본 뒤 새 외국인 투수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는 LG뿐만 아니라 다른 구단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LG 차명석 단장(사진=엠스플뉴스)
LG 차명석 단장(사진=엠스플뉴스)

LG 내부 FA로는 좌완투수 차우찬, 유틸리티 플레이어 김용의가 있다. 차우찬은 어깨 부상으로 2020시즌 13경기 등판에 그쳤지만 FA 권리를 행사했고, 주전 선수와는 거리가 있는 김용의도 생애 첫 FA 자격을 당당하게 행사했다. 차 단장은 김용의를 향해 “열심히 노력해 FA 자격을 얻었으니 축하해줄 일이다”라고 말했다.

일단 LG는 차우찬, 김용의 두 선수와 모두 만날 예정이다. 차 단장은 “이미 운영팀장이 한 차례씩 만났고 나도 만나봐야 한다. 조만간 선수 측에서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무슨 얘기를 하는지 들어봐야 한다”며 선수 측이 생각하는 조건을 들어본 뒤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차우찬은 건강이 관건이다. 건강할 땐 매년 30경기-170이닝 이상이 보장된 좌완 선발투수.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으로 팀 선발진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투수다. 다만 최근 3년간 성적은 차우찬이란 이름값에 크게 못 미쳤다. 3년간 WAR 합계가 1.63승으로 임찬규의 2020시즌 WAR(1.49승)과 비슷한 수준이다.

2020시즌엔 어깨 부상으로 대부분 시간을 재활로 보냈고,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했다. LG 입단 당시 평균 142km/h 대였던 구속은 올 시즌 140.3km/h까지 하락했다. 차우찬의 어깨 부상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어느새 30대 중반에 접어드는 나이다 보니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앞서 차우찬은 2017시즌을 앞두고 LG와 4년 보장 95억 원의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옵션까지 더하면 최대 110억 원에 달하는 파격 계약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지난 FA 때처럼 거액을 안겨주긴 어려운 상황이다. 차 단장은 “구단 예산 안에서 해야 하는데, 예산이 많지 않은 실정”이라고 밝혔다. 차우찬과 협상을 진행하긴 하겠지만, 무리는 하지 않겠단 뉘앙스가 묻어난다.

차우찬도 LG뿐만 아니라 다른 구단의 제안까지 들어본 뒤 행선지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엔 FA B등급이라 영입하는 구단 입장에선 부담도 덜하다. 한 구단 관계자는 “올 시즌 부상과 재활로 FA를 신청하기가 애매했던 투수들이 예상을 깨고 신청한 건 그만큼 수요가 있다는 걸 인지한 게 아니겠느냐”라고 내다봤다. 합리적인 금액에 계약이 이뤄지고, 차우찬이 계약기간 내에 건강을 되찾는다면 성공적인 영입이 될 수 있다. 몸 상태에 대한 확신을 주는 게 관건이다.

김용의의 행보도 관심을 모은다. 김용의는 2008년 데뷔시즌 두산에서 LG로 이적한 뒤 올해까지 13년간 LG에서만 뛴 선수다. 1루와 3루는 물론 외야까지 여러 포지션 수비가 가능하고 통산 도루 수만 100개에 달할 정도로 스피드와 주루 센스가 좋다. 백업 요원으로는 분명 가치 있고 매력적인 선수. 하지만 주전이 아니다 보니 FA로 계약하기는 고민이 되는 대상이다. 그렇다고 요즘 같은 시대에 프랜차이즈 선수란 이유로 시장 가치와 동떨어진 계약, ‘의리 계약’을 하기도 어렵다.

LG는 이미 NC에서 이상호를 영입해 대수비, 대주자 요원을 보강한 상황이다. 이상호도 김용의처럼 내야 전 포지션과 중견수 수비가 가능하고 도루 능력이 뛰어난 선수. 김용의의 역할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는 자원이다. 이상호 영입으로 김용의와 협상 테이블에서 LG는 더 유리한 위치를 점했다.

-LG 외부 FA 영입? 가능성은 열어뒀지만…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류지현 감독과 김동수 수석코치(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류지현 감독과 김동수 수석코치(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한편 LG가 외부 FA 영입전에 뛰어들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차명석 단장은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다만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LG가 선발, 불펜, 내외야 야수진 등 대부분 포지션에 확실한 주전 선수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발진은 차우찬을 제외해도 임찬규, 이민호, 정찬헌, 김윤식, 남호 등 자원이 풍부하다. 이민호와 정찬헌이 내년에 5일 로테이션을 소화하면 다른 구단에 결코 밀리지 않는 국내 선발진을 보유했다.

불펜도 정우영, 고우석에 이정용, 송은범, 최동환, 진해수, 이상규 등 기존 자원이 있다. 부상 복귀 2년 차를 맞는 김지용도 있고 대졸 신인 김진수와 이믿음도 입단 첫해부터 바로 1군 활약이 가능하다. 오히려 불펜 쪽은 올해보다 더 막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포수 유강남, 1루수 라모스, 3루수 김민성, 유격수 오지환 등 내야도 주전 멤버가 확실하다. 1루와 3루를 모두 소화하는 양석환도 있다. 외야도 김현수, 이형종, 홍창기, 이천웅, 채은성 등 주전급 선수만 5명이다. 정주현이 주전으로 나서는 2루 자리만 강화하면 올해보다 더 강한 수비와 공격력을 기대할 수 있다. 일각에서 LG가 FA 영입을 통해 2루수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시장에 나온 2루수 FA 자원은 최주환과 김성현 정도다. 이 가운데 김성현은 A등급인 데다 정주현 등 기존 LG 내부 자원에 비해 크게 경쟁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최주환의 경우 A등급에 벌써부터 수도권 구단, 남부지방 상위권 팀이 군침을 흘리는 중이라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예정이다. ‘오버페이는 안 한다’는 기조의 LG가 과연 최주환 영입에 뛰어들지는 미지수다.

신임 류지현 감독도 취임식에서 기존 팀 내 2루수 자원에 무게를 실었다. 류 감독은 “2루를 취약 포지션이라 말씀하시는데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충분히 지금까지 우리 선수들이 플레이하면서 좋은 점을 많이 보여줬다. 저는 선수들을 믿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물론 “그 외 전력 보강 등에 대해서는 구단과 잘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덧붙이긴 했지만, 크게 외부 FA 선물을 기대하지는 않는 눈치였다. LG가 경력직이나 마찬가지인 류 감독을 선임한 것도 기존 전력을 극대화해 성과를 내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평가가 많다. 결국 LG 2루는 기존 정주현과 이주형, 손호영, 장준원 등에 신인인 이영빈 등이 스프링캠프부터 치열한 경쟁을 통해 주전을 차지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