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협 이대호 회장, '판공비' 논란 관련 기자회견 개최

-“이사회 판공비 인상 제안 당시 회장 되고 싶은 생각 없었다.”

-“판공비 현금 지급은 관행이라 문제 될지 몰랐다, 차기 회장부터 시정 조치할 계획”

-“사무총장 판공비 논란 며칠 전 인지, 영입 인사 문제 나와 죄송하다.”

선수협 이대호 회장이 판공비 논란 기자회견에 앞서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선수협 이대호 회장이 판공비 논란 기자회견에 앞서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엠스플뉴스=청담동]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이대호 회장이 ‘판공비 논란’과 관련해 고개를 숙였다. 사실상 보수 개념으로 지급받은 현금 판공비와 관련해 이 회장은 “지금까지 관행이었기에 그렇게 판공비를 지급받았다. 문제로 지적받았기에 차기 회장부터 문제가 없도록 시정하겠다”라고 전했다.

이 회장은 12월 2일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판공비 및 선수협 관련 논란에 대해 답변했다.

2019년 3월 18일 이대호 회장 당선 전 열린 선수협 임시 이사회에서 과반 이상 구단의 찬성으로 회장 기존 연 판공비가 2,400만 원에서 6,000만 원으로 증액 가결됐다. 이 회장이 적극적으로 판공비 증액을 주도했다는 정황과 더불어 당선 전 ‘판공비 셀프 인상’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이 회장은 셀프 인상 논란과 관련해 “당시 선수들이 회장 자리를 안 맡으려고 했기에 베테랑 선수 관점에서 판공비 인상 등 여러 가지 의견을 제안했다. 선수협에서 1억 원까지는 어렵다고 해 6,000만 원으로 인상 결정된 건 사실이다. 이사회 당시 나는 롯데 선수로서 더 집중하고자 회장 선거에 나갈 생각이 없었다. 주위에서 회장을 맡아달라는 얘기를 들었지만, 선수 전체 투표라 내가 회장이 될 거란 보장도 없었다. 같이 의논하는 자리에서 후배들이 회장 선거에 나갈 수 있도록 조금 더 대우받도록 의견을 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사실상 판공비를 연봉 보수 개념으로 받아들여 현금을 지급받은 점에 대해선 관행이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판공비가 이렇게 문제가 될 줄 몰랐다. 이럴 줄 알았다면 문제를 고치고 운영했겠지만, 계속 운동에만 전념했다. 그동안 판공비 현금 지급 논란이 없었으니까 아예 생각 자체를 못 했다. 판공비는 카드 내역으로 정확히 기록을 남기는 게 당연하다. 판공비를 회장 급여로 받아들인 것도 그렇게 해왔으니까 따라간 거다. 시정 조치가 필요한 부분이다. 새로운 회장이 선출되면 의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대호 측 변호사도 “이대호 회장이 관행상 판공비를 현금으로 지급받는 줄 알고 있었다. 세금 처리를 하고 받았기에 급여라고 생각했다. 선수협도 그렇게 인식했다. 이미 지급 된 판공비 이외에 연봉이나 보수를 받은 적이 없다. 선수협 인수인계 과정에서 부족했던 점이 있었다. 앞으로 시정하기로 했고, 차기 회장부터 문제가 안 되도록 바로 조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대호 측 변호사는 2019년 3월 임시 이사회 회의록과 이대호 회장의 판공비 사용 내역 공개 가능 여부와 관련해 선수협과 협의해 법률적인 검토를 거쳐 문제가 없다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직접 영입한 사무총장의 판공비·법인카드 논란도, 이대호 "부족함 인정하겠다."-

12월 2일 판공비 논란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대호 회장이 직접 답변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12월 2일 판공비 논란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대호 회장이 직접 답변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판공비를 현금으로 지급받고, 법인카드를 개인 용도로 사용해 논란이 된 선수협 김태현 사무총장도 도마에 올랐다. 김 사무총장은 이대호 회장과 함께 사의를 표명했다. 김 사무총장은 이 회장이 부임 당시 직접 데려온 인물로 알려졌다.

김태현 사무총장은 “2020년 4월께 법인카드로 제공되던 판공비를 현금으로 지급해달라고 신청한 것은 사실이다. 단순하게 생각했다. 내 무지에서 비롯된 잘못이다. 현금 사용 기간 동안 불필요하게 발생한 세금 부분에 대해선 원상복구를 하겠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김 사무총장의 판공비 논란과 관련해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런 상황을 잘 몰랐다. 미리 알았으면 일찍 조치를 취했을 거다. 며칠 전 사무총장의 판공비 및 법인카드 논란과 관련한 얘기를 들었다. 사무총장에게 모르고 하셨겠지만 분명히 문제가 될 수 있으니까 시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씀드렸고, 함께 사퇴를 발표했다”라고 설명했다.

문제가 불거진 김 사무총장을 직접 데려온 배경에 대해 이 회장은 “후배들의 권익 보호와 팬들과 소통을 위해 직접 선임했다. 이전 사무총장이 변호사였는데 조금 더 팬들에게 다가가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 때문에 현 사무총장을 선임했다. 다른 취지에서 데려온 것 아니고 선수협이 잘 되기 위해 영입했다. 사무총장에게 이번 논란이 나와 물러나셔야겠다고 말씀드렸다. 이 부분은 내가 부족했다고 인정하겠다”라며 고갤 숙였다.

불명예스러운 분위기에서 물러나는 점에 대해 이 회장은 후배들에게 미안하다는 마음을 전했다.

이 회장은 “회장으로서 약 2년 정도 활동했는데 너무 힘들었다. 힘이 없는 조직이라는 생각이 든다. KBO의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선수들과 의논해 결정을 내리고 싸워야 하는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운동에 집중하다 보니 선수협 업무에 어두운 면이 있다. 몇 개월 전부터 계속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단 의사를 전해 차기 회장 후보에서 빠졌다. 선배들이 했던 대로 해왔는데 안 좋게 물러나 차기 회장과 후배들에게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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