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협 11대 회장, 이미 투표 완료…7일 발표 예정

-선수들 “선수협 사태 철저히 숨기고서 속전속결로 투표 강행”

-“전임 선수협 집행부가 저지른 일들, 후배들 보고 뒷수습하라는 소리냐”

-선수들, 재선거 목소리 나와. "선수협 정상화 이끌 선수들 후보로 정해 다시 투표하자"

-회장 후보 없어 골머리 앓던 선수협. 최근 사태 목격한 선수들 "내가 정상화 하겠다" 나서

선수협 총회 장면. 선수들 사이에서 선수협 회장 재선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사진=선수협)
선수협 총회 장면. 선수들 사이에서 선수협 회장 재선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사진=선수협)

[엠스플뉴스]

이대호의 뒤를 이을 선수협 신임 회장은 누가 될까. 이미 투표는 끝났고 발표만을 남겨두고 있다. 양의지와 김현수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달 이대호 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 회장이 사임 의사를 밝힌 뒤, 선수협은 곧바로 차기 회장 선출 작업을 시작했다. 선수협은 10개 구단 팀 내 연봉 3위 이내 선수 30명을 후보로 추린 뒤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는 11월 25일부터 30일까지 6일간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선수협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에서 회장 선출 투표를 진행하기 어려워 온라인 투표로 대체했다”고 밝혔다. 투표 결과는 오는 7일로 예정된 선수협 이사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 선수들 “선수협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아무 정보도 주지 않은 채 일사천리로 강행한 차기 회장 투표, 후배들 보고 뒷수습 하라는 거냐. 다시 선거 치르자” 목소리 -

선수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는 건 '회장이 누가 되느냐'가 아니다. 이번 투표의 적절성 여부다. 선수들은 투표 전까지 전임 이대호 선수협 회장의 '고액 판공비' 논란과 김태현 사무총장의 판공비 현금 요구 문제, 선수협 사무국 파행 등과 관련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한 선수는 "(이)대호 형이 회장에서 물러나겠다고 했을 때 미안한 마음이 컸다. 대호 형이 회장 공백을 빨리 메워 선수협의 안정을 이끌기 위해 일찍 차기 회장 선거를 진행하는지 알았다" "최근 터진 사건을 보니 선수협 안정보단 후배들 보고 뒷수습하라고 서둘러 선거를 치른 게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다른 선수도 "이호준 선배가 선수협 회장에서 물러났을 때 2년간 회장 공백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단 며칠 만에 '후다닥' 회장 선거를 치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자기 책임에서 빨리 벗어나려고 차기 회장 선거를 속전속결로 처리한 듯싶다"며 "지금 같은 문제들이 밝혀질 줄 알았다면 선거 자체가 달라지지 않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엠스플뉴스가 취재한 적지 않은 선수들은 같은 이유로 "회장 선거를 다시 해야 한다"고 목소릴 높였다.

지방 구단의 베테랑 선수는 "지금껏 선수협을 움직인 선수들이 누군가. 대부분 고액 연봉자다. 박재홍 회장 때 제외하고, 얼마나 구설수가 많았나. 선수협을 움직인 소수의 선수들이 자기들끼리 입을 맞춰 회장 판공비를 정하고, 사무총장까지 정하지 않았나. 차기 회장과 이사진도 고액 연봉자 위주라면 똑같은 수순을 밟을 것"이라며 "서둘러 뽑힌 회장도 최근 사건을 지금에서야 알았을 테니 그 선수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재선거를 치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도권 구단의 중견 선수도 "만약 선수들이 최근의 문제를 알았다면 '10개 구단 팀 내 연봉 3위 이내 선수를 차기 회장 후보'로 올리는 것부터 재논의했을 것이다. 이번 사건 터지고 선수들 사이에서 '선수협이 이 모양인지 알았다면 나라도 회장 후보로 나갔을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선수들은 이번 사건이 터진 뒤 선수협 정상화를 위해 매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내가 앞장서 선수협을 바로 잡겠다'는 선수도 나오고 있다. 회장하겠다는 선수가 없어 골머리를 앓던 이전과 달라도 한참 달라진 모습이다.

선수협 내부사정을 잘 아는 야구 관계자는 "선거가 뭐냐. 앞선 일들을 투표로 심판하고, 평가하는 것 아니냐. 그런데 이번 선거는 선수들에게 아무 정보나 사건의 실체도 알려주지 않은 채 진행한 잘못된 선거다. 온라인 투표로 시간적, 공간적 여부가 있는 만큼 선수협을 바로 잡겠다는 선수들이 있다면 그 선수들을 후보로 정해 다시 투표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사실관계가 만천하에 알려진 만큼 이대호 회장이 재투표를 하고 떠나는 게 책임있는 자세"라고 조언했다.

누가 선수협 회장이 되더라도 가야할 길은 가시밭 투성이다. 전임 집행부가 판공비와 법인카드 논란 끝에 물러난 뒤라, 취임하자마자 잘못된 관행과 행정 문제를 바로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벼랑에 내몰린 선수들을 위한 대책 마련도 급하다.

무엇보다 바닥으로 떨어진 선수협의 위상과 신뢰를 되찾는 게 새로 등장할 집행부의 과제다. 전직 선수협 관계자는 “쉽지만은 않겠지만, 어떻게 보면 지금이야말로 선수협을 바로 세울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제로 베이스에서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집행부가 의욕을 갖고 힘을 합하면 된다. 그러면 선수들도 새 회장을 인정하고, 싸늘한 여론도 응원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