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KT와 신인 지명권 트레이드 단행

-신본기와 박시영 KT 보내고 최건과 내년 2차 3라운드 지명권 확보

-중견급 선수 보내고 팀 내 내야수 유망주, 투수 유망주들 앞길 열었다

-최건은 미래 마무리감, 드래프트 2차 3라운드는 김하성 배출한 순번

신본기와 박시영, 그리고 최건(사진=롯데, KT)
신본기와 박시영, 그리고 최건(사진=롯데, KT)

[엠스플뉴스]

“남은 선수와 떠난 선수의 미래, 그리고 팀의 미래를 생각했다.” ‘신인 지명권 트레이드’를 성사시킨 롯데 자이언츠 성민규 단장의 설명이다.

롯데는 12월 4일 KT와 2대 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내야수 신본기와 투수 박시영을 KT로 보내고 우완 유망주 최건과 2022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지명권을 받아온 트레이드다. 트레이드를 통해 KT는 1군 즉시 전력감을 확보했고, 롯데는 미래 유망주를 얻었다는 평가다.

롯데가 이번 트레이드를 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성 단장은 “우리 팀 어린 선수들의 미래, 신본기-박시영 선수의 미래, 그리고 팀의 미래를 생각해서 고민한 끝에 결정했다”고 밝혔다.

- 젊은 유망주에게 1군 기회의 문 열고, 꽉 막혔던 신본기-박시영 앞길도 열었다 -

롯데를 떠나 KT로 가게 된 박시영과 신본기(사진=롯데)
롯데를 떠나 KT로 가게 된 박시영과 신본기(사진=롯데)

어떤 의미일까. 우선 이번 트레이드로 팀 내 유망주 선수들의 앞길이 활짝 열렸다. 롯데 내야엔 김민수, 배성근, 나승엽, 홍지훈 등 1군 출전 기회가 필요한 유망주 선수가 많다. 이 선수들에게 내년 시즌엔 좀 더 많은 실전 기회를 제공할 필요성이 있었다. 2군에서 갈고닦은 기량을 이제는 실전에서 성과로 연결할 시기가 됐단 판단이다.

투수진에도 윤성빈, 박종무, 나균안, 박명현, 박영완 등 올해 퓨처스에서 많은 등판 기회를 받은 선수가 즐비하다. 그간 추격조 역할을 맡았던 박시영이 빠지면서 팀 내 우완 유망주들에게 더 많은 1군 등판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

둘째는 1989년생 중견급 선수 신본기와 박시영의 미래다. 신본기는 준수한 기량을 갖춘 내야수다. 2루와 3루, 유격수를 모두 소화하고 수비력과 작전 수행능력을 겸비했다. 2018시즌엔 11개 홈런을 기록할 정도로 공격에서도 잠재력이 있다.

그러나 딕슨 마차도와 안치홍 영입, 한동희의 급성장으로 지난 시즌엔 1군에서 거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벤치에 머물렀다. 30대에 접어든 신본기에겐 경기 후반 대수비 역할보단 주전 경쟁 기회와 더 많은 출전 기회가 필요하다. 내야 뎁스가 다소 헐거운 KT 이적이 신본기에겐 새로운 찬스가 될 전망이다.

박시영에게도 KT 이적은 기회다. 그동안 롯데에선 가진 잠재력에 비해 큰 빛을 보지 못했다. 2019시즌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좋은 활약을 했지만 올 시즌엔 다소 정체된 모습이었다. 롯데는 박시영처럼 포크볼을 던지는 비슷한 유형의 우완투수가 많아 추격조 이상의 역할이 주어지기 힘든 환경이다.

박시영은 140km/h 중후반대 빠른 볼과 커브, 슬라이더, 포크볼 등 다양한 구종을 던진다. 속구의 수직무브먼트가 평균 이상이고 커브와 포크볼의 무브먼트도 좋다. KT라는 새로운 환경, 피치 디자인에 능한 이강철 감독-박승민 투수코치의 도움을 받으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충분하다. 좌타자를 잘 잡아내고 긴 이닝을 던질 줄 아는 투수라 KT 불펜에서 요긴하게 쓰일 것으로 보인다.

- ‘미래 마무리감’ 최건, ‘유망주 풍년’ 2차 3R 지명권 확보한 롯데 -

롯데로 이적한 최건. 현재 군 복무중이다(사진=KT)
롯데로 이적한 최건. 현재 군 복무중이다(사진=KT)

롯데가 이번 트레이드를 단행한 세 번째 이유는 ‘팀의 미래’다. 나이 어린 유망주를 확보해 장기적 관점에서 팀의 미래를 바라봤다는 게 롯데의 설명이다.

롯데가 데려온 최건은 고교 시절부터 큰 기대를 모은 유망주였다. 장충고 시절 서울권 특급 유망주로 ‘1차지명감’이란 기대를 받았고, 신인 2차 2라운드 지명으로 KT에 입단했다. 2차 2라운드로는 적지 않은 1억 1천만 원의 계약금을 받았고 강백호, 김민과 함께 1군 스프링캠프도 경험했다. 입단 첫해 1군 등판 기회를 얻을 정도로 기대치가 높았다.

최건은 최고 150, 평균 145km/h의 묵직한 강속구를 던진다. 커브, 슬라이더를 구사하고 마운드에서 보여주는 배짱도 일품이다. 지난해엔 퓨처스 21경기에 등판해 6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 1.73을 기록하며 KT 2군 에이스로 활약했다. 2군 관계자들 사이에선 경험만 좀 더 쌓으면 미래 마무리 투수로 큰 활약이 기대된다는 평가. 현재 군 복무 중으로 내년 하반기 전역 예정이다.

무엇보다 이번 트레이드에서 핵심은 내년 2차 3라운드 신인 지명권이다. 지난해 KBO 이사회는 “전력 상향 평준화 차원에서 트레이드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명권을 2장 이내로 선수와 트레이드할 수 있다”고 의결한 바 있다. 이번 트레이드로 롯데는 신인 지명권 트레이드 부활 이후 첫 사례의 주인공이 됐다.

모 구단 스카우트는 “1군 스타 플레이어, 주전감 선수가 나오는 지명 순번은 2차 3라운드가 마지노선”이라 했다. 실제 지난 10년간 신인드래프트를 살펴보면, 2차 3라운드에서 미래 1군 주전급 선수가 지명받은 사례가 적지 않았다.

2012 드래프트 NC 김성욱과 SK 박승욱(현 KT 소속)을 시작으로 2013 한화 한승택(현 KIA 소속), NC 임정호, SK 김정빈, 2014 LG 양석환, SK 박민호, 넥센(현 키움) 김하성, 2015 롯데 전병우(현 키움 소속), SK 김웅빈(현 키움 소속)이 2차 3라운드 지명으로 입단해 현재 1군 주전으로 뛰고 있는 선수들.

2016 LG 홍창기, 2017 한화 박상원, NC 소이현, 2018 한화 정은원, 두산 김민규, 2019 롯데 김현수(현 KIA 소속), KT 손동현도 이미 1군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거나 앞으로가 기대되는 유망주로 높은 평가를 받는 2차 3라운드 출신이다. 특히 메이저리그 진출을 바라보는 키움 김하성이 2차 3라운드 출신이란 사실은, 상위 지명권이 가진 높은 잠재가치를 잘 보여준다.

마침 내년 고교 3학년이 되는 선수 중에 유망주가 많아 2022 신인드래프트는 ‘풍작’이 예상된다. 모 구단 스카우트는 “코로나19로 다소 혼란스러웠던 2021 드래프트에 비해 내년 선수 자원이 좋은 편이다. 특히 야수 유망주가 많이 나올 예정이라 2라운드, 3라운드에서도 좋은 선수를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결과적으로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는 팀 내 입지가 좁아진 중견급 선수들의 앞길을 열어주면서, 동시에 1군 기회가 필요한 유망주들의 앞길도 열었다. 그러면서 미래의 마무리감과 상위 지명권까지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롯데는 “이번 트레이드는 구단이 추구하는 방향성에 따라 미래 자원 확보에 초점을 맞춰 진행했다. 두 선수의 공백으로 생기는 당장 전력 손실보다는 미래를 위한 의사 결정했으며, 이를 통해 어린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물론 KT 역시 트레이드로 쏠쏠한 성과를 얻었다. 당장 내년 시즌 1군 실전에서 쓸 수 있는 선수를 확보했고, 다소 취약한 내야 뎁스와 불펜 뎁스를 보강하는 효과를 거뒀다. 올해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한 KT는 내년 시즌 ‘윈 나우’가 필요한 팀이다. 1군 즉시 전력감 선수를 확보한 건 만족할 만한 성과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