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한국 나이로 40세, 만 39세 시즌 맞이할 이대호…마지막 FA 권리 행사

-롯데 구단과 아직 협상 테이블 차리기 전…연내 계약 사실상 물 건너가

-실패로 끝난 4년 150억 원 FA 계약…최근 2년간 하향곡선 뚜렷

-만 39세부터 시작할 이대호의 FA 계약, 롯데는 어떤 조건 제시할까

롯데의 상징, 이대호에게도 세월의 그림자가 서서히 다가온다(사진=롯데)
롯데의 상징, 이대호에게도 세월의 그림자가 서서히 다가온다(사진=롯데)

[엠스플뉴스]

롯데 자이언츠 간판타자 이대호는 앞으로 사흘 뒤면 ‘불혹’이 된다. 한국식 나이로 40세, 만으로 39세 시즌을 앞두고 개인 통산 두 번째이자 아마도 마지막이 될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취득했다.

롯데가 아닌 타 구단과의 계약은 불가능하다. 이대호를 다른 팀에서 영입할 경우 보상금 25억 원과 25인 보호선수 외 1명, 혹은 보상금 50억 원을 롯데에 지급해야 한다. 이대호 사생팬이 구단주인 팀이라도 감당하기 힘든 조건이다.

결국 롯데와 계약이 유일한 선택지인데, 롯데도 이대호도 아직은 먼발치에서 탐색전만 벌이는 중이다. 부임 이후 FA 계약 관련 철저한 비밀주의를 지켜온 성민규 단장은 이대호 계약에 대해서도 “노코멘트”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성 단장은 언제 협상할지, 이대호 측과 연락한 적이 있는지조차도 답변하지 않았다.

다만 “이대호 FA 계약은 베이스볼 오퍼레이션 팀(운영팀)이 맡아서 진행한다”고만 밝혔다. 취재 결과 롯데와 이대호 측은 아직 협상 테이블을 차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언제 만날지도 현재는 정하지 않은 상황으로, 사실상 연내 계약은 물 건너간 분위기다.

- 최근 2년간 하향세 보인 이대호, 만 39세 시즌 반전 가능성은? -

2020시즌 이대호는 20홈런을 때려냈지만 팀 승리 기여도는 1.01승에 그쳤다(사진=롯데)
2020시즌 이대호는 20홈런을 때려냈지만 팀 승리 기여도는 1.01승에 그쳤다(사진=롯데)

롯데는 앞서 2017시즌을 앞두고 이대호와 4년 총액 150억 원으로 KBO리그 역대 최대규모 계약을 맺었다. 당시에는 150억 원이 전혀 아깝지 않은 투자처럼 보였지만, 지나고 나서 보니 악성 계약이었다.

이대호는 계약 4년간 WAR(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 합계 10.33승을 가져왔다. 2020시즌 기준 FA 시장에서 WAR 1승의 가치는 약 5억 원이다. 롯데는 이대호가 실제 만들어낸 가치(약 50억 원)의 3배를 지불한 셈이다. 롯데의 입장 수익과 유니폼 판매 수익은 계약 첫해인 2017년에만 반짝 상승했을 뿐 이후로는 하향곡선을 그렸다. 롯데 팀 성적도 2017년에만 반짝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을 뿐, 이후 3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2020시즌 이대호는 144경기 전 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2에 20홈런 110타점과 0.806의 OPS를 기록했다. 클래식 스탯만 보면 나름 괜찮은 시즌이었던 것 같지만, 실은 풀타임 첫해인 2004년 이후 가장 부진했던 한 해였다. 우선 WAR 1.01승으로 2004년(1.57승) 이후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다. 연봉 25억 원을 받는 선수가 연봉 4천만 원의 오윤석(WAR 1.31승), 5천만 원의 이병규(WAR 0.96승)과 기여도 면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평균값이 100인 조정득점생산력(wRC+) 지표도 105.8로 리그 평균보다 살짝 나은 정도였다. 이는 저반발 공인구 여파로 16홈런에 그친 2019시즌(118.2)보다도 오히려 나쁜 수치. 또 공격생산력을 출루율 형태로 나타낸 가중출루율(wOBA)도 0.352로 2004년(0.348) 다음으로 나쁜 기록을 나타냈다.

한 시즌 일시적 부진이 아닌, 2년 연속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미국의 ZIPS나 PECOTA 등 성적 예측 시스템은 타자의 과거 기록보다 최근 성적에 가중치를 부여한다.

이대호의 통산 타석당 홈런%는 4.70%로 좀처럼 3%대로 내려가는 법이 없었다. 2008년에도 3.42%로 한번 주저앉았다가 2009시즌 다시 5.10%로 회복했다. 그런데 2019년엔 2.91%, 2020시즌엔 3.27%로 2년 연속 3% 안팎에 그쳤다. 이대호 커리어에 처음 있는 일이다.

순수장타율(IsoP) 지표도 2019년 0.151, 2020년 0.161로 2년 연속 0.200을 넘지 못했다. 역시 이대호 사전에 없던 현상이다. 외야뜬공 중 홈런 비율도 2019년 0.18개, 2020년 0.17개로 2018시즌(0.36개)과 비교하면 반 토막이 났다. 이대호를 기용함으로써 수비와 주루에서 생기는 손해를 고려하면, 이 정도의 장타력 감소는 치명적이다.

2년 연속 하향곡선을 그린 노장 타자가 만 39세 시즌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까. 가능성은 크지 않다. KBO리그 역대 국내 타자 가운데 만 39세 시즌에 WAR 1승 이상을 기록한 타자는 7명(이승엽, 이병규, 전준호, 이호준, 김동수, 양준혁, 박용택)뿐이다.

이들 가운데 6명이 만 37세~38세 시즌 2년간 이대호보다 높은 WAR을 기록했다. 양준혁은 2년간 12.16승을 거뒀고 박용택이 6.66승을, 이병규가 6.26승을 따냈다. 이호준도 3.77승을, 김동수가 3.44승을, 전준호가 2.96승을 따내 이대호(2.80승)보다 앞섰다. 2년 합계 2.79승에 그친 이승엽의 경우 만 37세 시즌 부진(0.37승) 뒤 38세 시즌 반등(2.42승)에 성공해 이대호(1.80승→1.01승)와는 반대 추세를 보였다.

이대호 계약에서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점은, KBO리그 역사상 만 40세 이후 1군에서 제 몫을 한 타자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단 점이다. 만 39세 시즌에 좋은 활약을 한 선수들도 만 40세부터는 세월을 견디지 못했다. 대부분 성적이 폭락하거나 백업 요원으로 밀려났다.

실제 역대 만 40세 시즌에 WAR 1승 이상을 기록한 타자는 양준혁, 이승엽, 이호준 등 3명뿐이다. 또 만 41세 시즌에 WAR 1승 이상을 기록한 국내 타자는 이승엽 하나밖에 없었다(100타석 이상 기준). 만 39세부터 시작하는 FA 계약에서 2년 이상의 보장 기간은 ‘재앙’이 될 가능성이 크다.

- 지난겨울 전준우-손승락 FA 협상 원칙, 이대호에게도 적용되나 -

주루와 수비 기여도가 낮은 이대호는 많은 장타와 높은 출루율을 올려야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사진=롯데)
주루와 수비 기여도가 낮은 이대호는 많은 장타와 높은 출루율을 올려야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사진=롯데)

아직 롯데가 이대호에게 어느 정도 대우를 할지, 이대호 측이 어느 정도를 원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스토브리그의 사례를 통해, 롯데의 현 프런트 오피스가 선수의 가치를 평가하는 잣대를 짐작해볼 수는 있다.

롯데는 지난겨울 FA 외야수 전준우와 4년 총액 34억 원에 계약했다. 전준우는 만 32세 시즌 WAR 5.67승을, 만 33세 시즌 WAR 4.24승을 기록하고 FA 시장에 나왔다. 전준우는 외야 수비가 가능하고 준수한 공격력과 리더십을 겸비한 A급 선수로 통한다.

그런 전준우의 만 34세부터 37세까지 커버하는 4년 계약에 롯데는 연평균 8억 5천만 원을 선사했다. ‘선수가 손해 본 계약’이란 평가도 나왔지만, 롯데로선 30대 중반 선수의 에이징 커브와 향후 지명타자 이동 가능성까지 고려해서 책정한 계약조건이었다. 만 39세부터 시작하는 이대호 FA 계약에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손승락 사례도 참고가 될 만하다. 손승락은 2019시즌을 마친 뒤 두 번째 FA 도전에 나섰다. 그러나 해를 넘겨 1월까지 평행선을 달렸고, 스프링캠프 첫날인 2월 1일까지도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못했다. 결국 손승락은 2월 초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계약 기간을 둘러싼 견해차가 원인이었다. 손승락 측에선 2년 이상 다년계약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롯데는 30대 후반 선수의 FA 계약은 실패 위험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1년 계약을 제안했다. 손승락은 만 38세 시즌을 앞두고 있었다.

그 외에도 롯데는 좌완 FA 고효준(만 37세)과도 줄다리기 끝에 1년 계약을 체결했다. 보통 2년 이상, 혹은 보장 1년에 옵션 1년을 추가하는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롯데는 단년계약을 관철했고 결국 롯데의 판단이 옳았다. 만 39세 시즌을 앞둔 이대호와 계약에서도 비슷한 원칙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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