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2020년 리그 좌완투수 최소등판…선발등판은 단 4회뿐

-장원삼, 고효준 떠난 좌완 마운드…김유영, 김진욱에 기대 건다

-신인 송재영도 좌완 기대주, 롯데 “우리 좌완 투수진 약하지 않다”

-좌완 선발 발굴이 숙제…김진욱과 홍민기 성장에 기대

장원삼과 고효준(사진=롯데)
장원삼과 고효준(사진=롯데)

[엠스플뉴스]

지난 시즌 롯데 자이언츠 마운드는 좌우 불균형이 심했다. 시즌 좌완투수 등판 경기 수 합계 59경기로 2010년대 들어 한 시즌 가장 좌완투수를 적게 기용한 팀으로 남았다. 2000년대 이후로 범위를 좁혀도 2003년 KIA(39경기), 2000년 삼성과 2002년 KIA(41경기) 다음으로 좌완투수 등판이 적었다.

좌완 선발 등판 횟수도 손으로 꼽을 만큼 적었다. 총 4경기에 좌완 선발을 기용해 역대 한 팀 좌완 선발 최소 등판 20위에 올라갔다. 2000년대 이후로는 최소 10위. 물론 딱 1경기만 좌완 선발투수를 기용한 KT보다는 좌투수 등판이 많았지만, 유의미한 차이는 아니다.

2020시즌 롯데의 좌완 선발등판 4경기는 모두 노장 장원삼이 책임졌다. 장원삼은 대체 선발로 4번 나와 19.1이닝 동안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 8.38을 기록했다. 불펜 등판까지 합하면 총 13경기. 장원삼은 시즌 뒤 재계약 불발로 팀을 떠났다. 또 총 24경기에 구원 등판해 팀 내 좌완 최다등판을 기록한 고효준도 시즌 뒤 재계약에 실패했다. 팀 내 좌완 최다등판 1, 2위 투수가 나란히 팀을 떠난 롯데다.

- 1차지명 출신 김유영, 2차 1라운더 김진욱…롯데가 기대하는 좌완 불펜 카드 -

롯데의 내년 좌완 불펜 기대주 김유영과 김진욱(사진=롯데)
롯데의 내년 좌완 불펜 기대주 김유영과 김진욱(사진=롯데)

이대로라면 올 2021시즌 롯데 마운드의 좌우 불균형이 더 심해지는 건 아닐까. 롯데는 1차지명 출신 좌완 김유영과 신인 좌완투수 김진욱에 기대를 걸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김유영과 김진욱이 내년 좌완 불펜 1, 2번 옵션이 될 전망”이라 내다봤다.

1994년생 김유영은 2014 신인드래프트 1차지명으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개성중-경남고 시절 투수와 타자를 오가며 ‘천재’ 소리를 듣던 선수다. 2018년과 2019년 상무에서 군 복무를 해결하고 2020시즌 1군에 합류했다. 데뷔 초엔 좀처럼 빠른볼 스피드가 나오지 않아 고전했지만, 상무에서 ‘벌크업’에 성공해 약점을 보완했다.

2020시즌 1군에선 12경기에서 승리 없이 평균자책 4.91로 평범한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롯데 관계자는 “시즌 전반기와 후반기 김유영은 전혀 다른 투수”라고 강조했다. 실제 김유영은 퓨처스 마지막 10경기에서 10.2이닝 동안 삼진 14개를 잡아내며 평균자책 1.69로 호투했다. 1군에서도 마지막 10월 한 달간 5경기 평균자책 2.25로 좋았다.

비결은 팔 각도 조정. 오버핸드에 가까웠던 팔 각도를 아래로 내린 뒤 구속과 구위, 제구가 모두 좋아졌다. 좀 더 편안한 자세에서 좋은 밸런스로 공을 던지게 됐다. 마지막 5경기에서 김유영은 평균 144km/h대 강속구를 뿌렸다. 상무 입단 전까지 130km/h 후반대였던 구속이 5km/h 가까이 향상된 것. “1차 지명 출신의 잠재력이 이제는 나올 때가 됐다”는 기대를 해볼 만 하다.

신인 좌완 김진욱의 프로 데뷔시즌도 기대를 모은다. 김진욱은 강릉고 2학년 때인 2019년 유신고 3학년 투수 소형준(현 KT)을 제치고 최동원상의 주인공이 됐다. 총 21경기에 등판해 91이닝 동안 11승 1패 평균자책 1.58, 탈삼진 132개로 압도적 기록을 올렸다. 3학년인 올해도 10경기에 등판해 36.2이닝 동안 4승을 올렸고 평균자책 1.70에 55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김진욱은 보통 140km/h 초·중반대, 최고 147km/h의 빠른 볼을 던진다. 구속이 아주 빠른 편은 아니지만, 하체를 잘 활용해 경기 내내 힘 있고 움직임이 좋은 공을 던진다는 평가다. 여기에 터널링 효과가 뛰어난 슬라이더와 체인지업까지 던진다. 경기 운영 능력과 제구력이 뛰어나 바로 올해 1군에서 중간계투로 활용할 수 있는 재목이다.

라온고 출신 신인 투수 송재영은 1군 좌완 불펜 ‘다크호스’가 될 수 있는 선수다. 송재영은 키 187cm에 몸무게 88kg의 좋은 신체조건을 자랑한다. 3학년 시즌 12경기에 등판해 35.1이닝 동안 4승 평균자책 1.03의 좋은 기록을 남겼다. 9이닝당 탈삼진이 13.11개에 달한다. 롯데 관계자는 “제구력이 좋아 생각보다 빠르게 1군에서 활약할 수 있는 투수”라고 소개했다.

그 외에도 정태승, 한승혁 등이 1군 좌완 자리를 놓고 경쟁할 전망이다. 롯데 관계자는 “우리 좌완 불펜이 결코 약하지 않다”며 “지난 시즌보다는 확실히 좌완 불펜투수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 자신했다.

한편 이번 시즌 롯데 경기에서 ‘좌완 선발투수’를 만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장원삼이 빠지면서 1군 경쟁력을 갖춘 좌완 선발 요원이 부족한 상황. 장원삼 외의 좌완투수가 롯데 선발로 등판한 건 2018년 이명우(1경기)가 마지막이다.

신인 김진욱이 빠르게 성장해 불펜이 아닌 1군 선발투수로 올라서길 기대해 봐야 한다. 차세대 좌완 선발 감으로 꼽히는 홍민기가 어느 정도 성장세를 보여줄지도 주목된다. 참고로, KBO리그 역사상 한 시즌 동안 좌완투수를 1경기도 선발로 기용하지 않은 팀은 총 8개 팀(1995 OB, 1998 OB, 1998 LG, 2000 삼성, 2002~2004 KIA, 2004 두산)뿐이다.

롯데 관계자는 “우리 팀 우완투수 대부분이 포크볼을 잘 던지는 투수들이라, 좌타자 공략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면서도 “그래도 원활한 경기 운영을 위해 좌완투수는 필요하다”고 했다.

좌투수는 우투수보다 1루 주자의 도루를 방지하는 데 강점이 있다. 또 좌투수 기용으로 상대 좌타자를 벤치에 앉혀두거나, 교체를 끌어내는 효과도 있다. 한쪽 날개로만 나는 새는 없다. 오른쪽 날개로만 날았던 부산 갈매기가 올 시즌엔 양쪽 날개를 활짝 펼고 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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