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시즌 20승 투수 7명 가운데 4명이 두산 소속 외국인 투수

-2021년에도 새 두산 외국인 투수 로켓·미란다 향한 기대 쏟아져

-플렉센·알칸타라와 각각 공통점 있는 로켓·미란다 영입 “활약 재현해주길”

-“둘 다 1선발 후보” 로켓·미란다, 외국인 20승 맛집 전통 잇는다

두산은 워커 로켓(왼쪽)과 아리엘 미란다(오른쪽) 영입으로 새 외국인 투수 구성을 마무리했다(사진=gettyimages)
두산은 워커 로켓(왼쪽)과 아리엘 미란다(오른쪽) 영입으로 새 외국인 투수 구성을 마무리했다(사진=gettyimages)

[엠스플뉴스]

두산 베어스는 최근 2년 연속 시즌 20승 외국인 투수를 배출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밀워키 브루어스 조시 린드블럼(2019시즌 20승)과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 라울 알칸타라(2020시즌 20승) 모두 20승과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 뒤 상위 리그로 이적했다.

공교롭게도 두산은 21세기 들어 나온 7차례 시즌 20승 사례 가운데 무려 4차례를 소속 투수가 차지하는 영광을 안았다. 2007년 다니엘 리오스(시즌 22승)와 2016년 더스틴 니퍼트(시즌 22승)도 그 영광의 주인공이었다.

21세기 시즌 20승 투수 명단(표=엠스플뉴스)
21세기 시즌 20승 투수 명단(표=엠스플뉴스)

2021년에도 두산은 외국인 20승 맛집의 전통을 이어가고자 한다. 워커 로켓과 아리엘 미란다가 새로운 전설을 쓸 후보들이다. 두산은 2020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알칸타라와 크리스 플렉센의 공백에도 새 외국인 투수들의 합류에 자신감을 보인다.


- 미란다가 해결해야 할 두산의 좌완 파이어볼러 갈증 -

미란다는 두산 구단이 오랜 기간 찾은 좌완 파이어볼러 자원이다(사진=gettyimages)
미란다는 두산 구단이 오랜 기간 찾은 좌완 파이어볼러 자원이다(사진=gettyimages)

두산은 2020시즌 종료 뒤 알칸타라와 플렉센의 이탈 가능성을 어느 정도 염두에 뒀다. 시즌 내내 일본 구단들의 관찰이 감지된 알칸타라와 더불어 젊은 나이에 미국 복귀를 노린 플렉센과 재계약 전망은 불투명했다. 두산은 우선 알칸타라와 플렉센을 보류선수명단에 넣고 재계약을 추진했다.

하지만, 2020년 12월 10일 플렉센의 시애틀 매리너스 이적이 발표되자 두산 구단은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산 관계자는 “플렉센의 이적 발표가 우리 구단 예상보다 훨씬 이른 시점에 나왔다. 영입 후보 리스트에 있던 외국인 투수들의 우선 접촉 순위를 정한 뒤 곧바로 협상을 시작했다. 그 가운데 우리 구단이 오랜 기간 관찰했던 미란다가 있었다”라고 밝혔다.

미란다 영입의 키워드는 ‘좌완’과 ‘타이완’이었다. 두산 관계자는 “2020년 우리 팀에 부족했던 부분이 좌완 강속구 선발이었다. 또 미란다가 타이완 리그에서 실전 투구 감각을 이어온 점도 ‘플러스’ 요인이었다. 코로나19 여파가 컸던 미국 외국인 시장에서 투수 두 명을 모두 새로 데려오는 건 위험성이 있었다”라고 미란다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플렉센 이적 발표 뒤 빠르게 움직인 두산은 12월 23일 쿠바 출신 좌완 미란다 영입을 발표했다. 계약 조건은 계약금 15만 달러, 연봉 55만 달러, 인센티브 10만 달러 등 총액 80만 달러다.

1989년생 미란다는 신장 188cm·체중 86kg의 체격 조건을 지녔다. 2016년 볼티모어 오리올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미란다는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 44경기(선발 40경기) 등판 13승 9패 평균자책 4.72를 기록했다.

미란다는 2018년 중반부터 일본프로야구(NPB)에서 뛰었다. 그해 7월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계약한 미란다는 2019년까지 26경기 등판 13승 6패 평균자책 3.37을 기록했다. 2020시즌엔 대만 프로야구(CPBL) 중신 브라더스로 팀을 옮긴 미란다는 25경기 등판 10승 8패 평균자책 3.80을 찍었다.

두산 관계자는 “미란다는 높은 타점에서 나오는 속구가 위력적이다. 속구 최고 구속은 151km/h다. 지난해 타이완 리그에서 미란다는 평균 147km/h의 속구를 던졌다. 변화구로는 슬라이더, 포크볼, 커브, 체인지업 등을 두루 던진다. 2년 동안 겪은 일본프로야구 경험을 바탕으로 유인구를 효과적으로 던지는 투수”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두산과 3년 연속 동행하는 외국인 타자 호세 페르난데스와 미란다의 궁합도 기대할 만한 요소다. 두산 관계자는 “같은 쿠바 출신이라 두 선수가 정말 친한 친구 사이라고 한다. 페르난데스가 스페인어를 같이 사용했던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 알칸타라와도 형·동생처럼 잘 지냈지 않나. 모국 친구인 미란다와는 더 궁합이 잘 맞을 거다. 두 선수 모두 미국 마이애미에 거주하는데 집도 서로 가깝다고 하더라”라며 웃음 지었다.


- 플렉센과 판박이 영입, 로켓 향한 기대치도 그만큼 오른다 -

두산 구단은 플렉센과 같은 뉴욕 메츠 출신인 로켓에게 플렉센과 같은 활약상 재현을 바라고 있다(사진=gettyimages)
두산 구단은 플렉센과 같은 뉴욕 메츠 출신인 로켓에게 플렉센과 같은 활약상 재현을 바라고 있다(사진=gettyimages)

두산은 2020시즌 종료 뒤 최고의 활약을 펼친 알칸타라에게 기존 연봉 두 배 이상을 재계약 조건을 제시했다. 하지만, 알칸타라 측은 답변을 계속 미루면서 한신 구단과 접촉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두산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미국 외국인 시장을 동시에 물색한 두산은 로켓이 레이더망에 들어왔다.

로켓은 2019년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에서 플렉센과 함께 뛴 경험이 있다. 공교롭게도 로켓은 플렉센과 같은 에이전시 소속이다. 로켓은 자연스럽게 KBO리그에서 보여준 플렉센의 활약상과 메이저리그 복귀 과정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두산 관계자는 “플렉센과 여러모로 공통점이 있는 로켓 영입이다. 아무래도 KBO리그에서 활약한 뒤 메이저리그로 복귀한 플렉센 사례가 로켓의 한국행 결정에 영향을 끼쳤을 거다. 우리 구단도 로켓이 플렉센처럼 활약해준다면 더 바라는 게 없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미란다와 다르게 로켓에겐 이적료가 존재했다. 두산은 로켓 소속팀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이적료 협상 끝에 1월 8일 총액 100만 달러(계약금 25만 달러, 연봉 55만 달러, 이적료 20만 달러)로 로켓 영입을 발표했다.

1994년 미국 플로리다에서 태어난 로켓은 신장 196cm·체중 102kg의 뛰어난 체격 조건으로 과거 두산에서 뛰었던 더스틴 니퍼트를 떠올리게 한다. 로켓은 2012년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4라운드 전체 135순위 지명으로 프로 무대에 입성했다. 오랜 기간 마이너리그에서 뛴 로켓은 2018시즌 메이저리그 무대에 데뷔해 4경기 등판 3패 평균자책 9.60을 기록했다.

2019시즌 뉴욕 메츠로 이적한 로켓은 9경기 등판 1승 1패 평균자책 8.34로 아쉬운 기록을 남겼다. 로켓은 2020시즌 중반 지명 할당 뒤 클레임으로 시애틀 매리너스 유니폼을 입었다. 2020시즌 7경기 등판 1승 평균자책 4.96을 기록한 로켓은 시즌 종료 뒤 시애틀에서 방출됐다. 방출 뒤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클레임을 걸어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포함됐다.

로켓의 마이너리그 통산 성적은 114경기 등판 28승 31패 평균자책 4.11, 418탈삼진, 124볼넷,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 1.31이다.

로켓은 장신의 스리쿼터 투구폼으로 평균 구속 140km/h 후반대 투심성 패스트볼을 잘 던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슬라이더와 커브, 체인지업의 완성도도 높아 선발 자원으로 적합하다는 게 외국인 스카우트들의 일치된 평가다.

두산 관계자는 “로켓은 빼어난 구위를 앞세워 공격적인 승부를 하는 투수다. 로켓은 경기 운영도 뛰어나다. 싱커(투심성 패스트볼)를 주로 던지기 때문에 땅볼 유도가 많다. 탄탄한 수비력의 내야수들과 좋은 시너지 효과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표면적으로는 가격이 더 비싼 로켓이 1선발 후보로 보인다. 하지만, 두산은 두 투수 모두 1선발급 활약을 보여줄 후보라며 큰 기대감을 내비쳤다.

두산 관계자는 “2020시즌 시작 전 알칸타라와 플렉센을 두고도 플렉센이 1선발급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알칸타라가 시즌 내내 압도적인 활약을 펼치면서 1선발 역할을 맡았다. 이번에도 로켓과 미란다를 두고 누가 1선발인지 예상하는 건 금물이다. 두 투수 모두 1선발 후보라고 생각할 정도로 구단의 기대가 크다. 젊은 국내 선발진을 이끌 두 외국인 투수의 활약상을 기대한다”라고 강조했다.

두산은 리그를 지배한 외국인 투수 에이스를 자주 보유했다. 투수에게 친화적인 드넓은 잠실구장과 탄탄한 팀 야수진 수비력은 외국인 투수 에이스 보유를 위한 최적의 조건이다. 2021년에도 로켓과 미란다가 또 다른 두산 외국인 투수로서 새로운 전설을 쓸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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