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SK와 이진영 타격코치에게 모두 아쉬운 한 해

-팀 타격 WAR·팀 타율·팀 출루율·팀 장타율 모두 리그 9위에 그쳤다

-이진영 코치 “내가 부족했던 탓, 서로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 됐다.”

-“가장 생각나는 선수는 부상 불운 겪은 한동민, 젊은 타자들 가운데선 최지훈 노력 돋보여”

-“최주환 영입에 고맙고 든든해, 기존 중심 타선과 시너지 효과 기대한다.”

2020년 SK 팀 타격 주요 지표 순위는 리그 성적인 9위와 동일했다. 이진영 코치의 고뇌도 시즌 내내 이어졌다(사진=SK)
2020년 SK 팀 타격 주요 지표 순위는 리그 성적인 9위와 동일했다. 이진영 코치의 고뇌도 시즌 내내 이어졌다(사진=SK)

[엠스플뉴스]

SK 와이번스의 2020년은 최악의 악몽이었다. SK는 2020시즌 구단 최초로 리그 9위까지 추락했다. 2018년 한국시리즈 우승과 2019년 정규시즌 2위에 오른 SK 기세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SK 추락 속엔 팀 방망이의 극심한 침체가 있었다. SK는 2020시즌 팀 타격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9위(10.19)에 머물렀다. SK는 팀 타율(0.250)과 팀 출루율(0.329), 그리고 팀 장타율(0.383)까지 모두 리그 9위로 처졌다.

SK 이진영 타격코치는 팀 타선의 기나긴 부진에 가장 답답했던 이 가운데 한 명이다. 야심 차게 친정으로 돌아온 첫해부터 이 코치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는 순간이 많아졌다. 그래도 이 코치는 남 탓을 하지 않았다. ‘내 탓이오’를 먼저 외친 이 코치는 “많은 걸 깨달은 한 해였다. 부족했던 나부터 밝아져야 한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엠스플뉴스는 다사다난했던 2020년을 되돌아보고 2021년 새로운 희망을 약속한 이 코치의 얘길 직접 들어봤다.

- "시즌 초반 팀 타선 부진에 내 탓인가 싶어, 나부터 밝아져야 한다고 느꼈다." -

친정으로 돌아와 보낸 부임 첫해는 이진영 코치에게 아쉬움이 가득한 시간이었다(사진=엠스플뉴스)
친정으로 돌아와 보낸 부임 첫해는 이진영 코치에게 아쉬움이 가득한 시간이었다(사진=엠스플뉴스)

친정으로 돌아온 2020년은 이진영 코치와 팀에 가장 힘겨운 한 해였습니다.

2020년은 코로나19로 모든 야구인이 힘들었던 한 해였습니다. 저와 SK는 특히 더 힘들었죠. 그래도 선수들과 서로 알아가는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2020년 SK 팀 타격 지표가 하위권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어떤 점이 가장 아쉬웠습니까.

타격 자체가 정말 힘들고 어려운 일입니다. 최근 2년 동안 팀 타격 지표가 안 좋게 나왔어요. 선수들의 자신감 자체가 많이 떨어져 있었죠. 2020년 때 더 특히 안 좋은 일이 연이어 일어났습니다. 그래도 후반기 막판 타자들이 스스로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았다고 봅니다. 희망을 봤어요.

타격코치라는 자리의 무게감을 느꼈겠습니다.

솔직히 1군 타격코치로 첫 시즌이라 처음부터 걱정이 컸습니다. 시즌 초반부터 안 풀릴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컸어요. 코치인 제 실력이 부족해서 선수들이 흔들리는 듯해 더 답답했습니다. 제가 괜히 더 부담을 줬는가 싶기도 하고요.

SK 벤치 표정도 점점 어두워졌습니다.

우선 저부터 밝아져야 하는 듯싶습니다. 선수들이 심리적인 부담감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 거죠. 선수들이 조금 더 편안하고 즐겁게 야구하기 시작한 후반기 들어 팀 분위기가 점점 좋아지지 않았나 싶어요. 그 분위기가 2021년에도 이어졌으면 합니다. 저도 많은 걸 깨달은 한 해가 됐고요.

2020년을 돌아봤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타자는 누구입니까.

개인적으로 (한)동민이가 가장 생각납니다. 시즌 초반 좋았던 타격 컨디션이 두 차례 큰 부상으로 흔들렸잖아요. 선수 자신도 기대가 컸는데 결과가 그렇게 나왔죠. 건강이 첫 번째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을 거예요. 2021년엔 시즌 내내 건강한 동민이를 봤으면 합니다. 팀 타선 무게감 자체가 달라질 겁니다.

잦은 부상도 팀 타선 운영에 어려움을 준 요소입니다.

2020년 내내 부상 선수들이 많았습니다. 다른 팀도 부상자가 많았지만, 특히 우리는 주축 타자들이 연이어 다쳤어요. 1~2명이 빠지기 시작하니까 팀 타선이 전반적으로 힘을 잃어버리더라고요. 2021년엔 베테랑 선수와 젊은 선수 모두 건강하게 안 다치는 게 첫 번째 바람이에요.


- 이진영 코치가 점찍은 최지훈의 데뷔 시즌 맹활약 "마무리 훈련도 자진 참여" -

이진영 코치는 2020시즌 개막 전 대졸 신인 최지훈을 향한 큰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진영 코치의 바람대로 최지훈은 데뷔 첫 해 인상적인 활약상을 남겼다(사진=SK)
이진영 코치는 2020시즌 개막 전 대졸 신인 최지훈을 향한 큰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진영 코치의 바람대로 최지훈은 데뷔 첫 해 인상적인 활약상을 남겼다(사진=SK)

젊은 타자들 가운데는 대졸 신인 외야수 최지훈의 성장이 가장 큰 성과입니다. 시즌 전 주목해야 할 유망주로 꼽기도 했는데요.(최지훈은 2020시즌 127경기에 출전해 타율 0.258/ 120안타/ 27타점/ 18도루를 기록했다)

(최)지훈이는 신인 선수임에도 가장 안정적인 시즌을 보냈습니다. 수비와 주력은 원래 보유한 재능이 원체 좋았고요. 사실 스프링캠프 초반에 지훈이를 지켜보면서 타격이 조금 부족하겠다고 느꼈어요. 그런데 선수 자신이 스프링캠프를 보내면서 부족한 부분을 정말 많이 채웠더라고요. 타격 자세에 있었던 단점을 정말 빠르게 수정했죠. 그게 결국 풀타임 시즌 소화를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 됐지 않았나 싶어요.

최지훈 같은 젊은 타자들이 더 나와야겠습니다.

시즌 종료 뒤 지훈이는 마무리 훈련에서 빠지는 휴식조였습니다. 그런데 지훈이가 자진해서 마무리 훈련에 참여하겠다고 말하더군요. 결국, 지훈이는 마무리 훈련 때 합류해 끝까지 완주했죠. 장래가 더 밝은 선수라고 느낀 장면이었습니다. 앞으로도 SK 젊은 타자들이 지훈이처럼 노력해 기량을 훨씬 더 끌어올려야 해요. 마무리 훈련에 참여했던 젊은 타자들에게 그 희망을 봤고요.

다른 얘기로 돌리자면 외부 FA인 최주환 선수 합류는 큰 힘이 되겠습니다.

(최)주환이는 제가 현역 생활 때도 같이 뛰었지만, 타격 실력 자체는 이미 검증된 타자입니다. 타격코치로서 주환이가 와서 정말 고맙고 든든하네요(웃음). 2번 타순에 들어가도 괜찮고 중심 타순에서 해결사 역할을 맡아도 좋은 자원입니다. 무엇보다 함께 중심 타순에 들어가야 할 최 정·로맥·한동민의 부담감이 줄어드는 시너지 효과가 있을 거예요.

2021년 홈런 군단의 부활을 노리는 구단의 방향성이 느껴집니다.

저도 현역 시절 느꼈지만, 문학구장이 타자들에게 유리한 환경인 건 맞습니다. 주환이도 잠실구장을 쓰다가 문학구장을 쓰면 훨씬 좋은 타격 성적을 낼 수 있을 거예요. 구단에서 SK 타선만의 강점을 살리고자 노력하는 듯싶습니다. 우리 타자들도 그런 방향성을 인지하고 잘 접근했으면 해요. 개인적으론 정확하게 공을 맞히려고 하면 더 좋은 타구를 생산할 것으로 봅니다.


- 이진영 코치가 그리는 2021년 "더 공부하고 섬세한 조언 건네는 지도자 되겠다." -

이진영 코치는 최주환(왼쪽) 합류를 크게 반겼다. 기존 중심 타선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다(사진=SK)
이진영 코치는 최주환(왼쪽) 합류를 크게 반겼다. 기존 중심 타선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다(사진=SK)

2021년 10개 구단 모두 국내 스프링캠프를 진행하는 게 큰 변수입니다. SK는 제주도 스프링캠프를 치릅니다. 어떤 방향으로 스프링캠프 훈련을 준비하고 있습니까.

국내 스프링캠프는 국외 스프링캠프보다 열악한 환경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구단이 국내 캠프 장소 가운데 최선의 선택을 내렸다고 봐요. 제주도 캠프 환경이 선수들에게 그래도 많은 도움을 줄 겁니다. 날씨 변수가 분명히 있어요. 날씨에 따라 훈련 시간이 빡빡해지지 않을까 싶죠.


스프링캠프 훈련 강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시선도 있습니다.

저는 단순히 오랜 시간 훈련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짧은 시간이라도 각자 특성에 맞춘 훈련이 필요해요. 김원형 감독님이 구상한 방향성에 맞춰 다른 코치님들과 상의해 타자마다 맞춤 프로그램을 짜려고 합니다.

2021년 이진영 코치는 지도자로서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있습니까.

분명한 건 2020년 팀 타격 부진에 제 책임을 빼놓을 수 없단 점입니다. 2021년 팀 타격 지표가 더 좋아질 수 있도록 더 공부하고 더 섬세한 조언을 건네는 지도자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선수들이 최근 2년간 부진을 잊고 자신감을 빨리 회복했으면 해요. 예전 SK 타선만의 강점을 살리는 활약상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SK 팬들도 이진영 코치의 지도자로서 성장과 더불어 팀 타선의 반등을 절실하게 바랍니다.

이번에 주환이 영입으로 SK 팬들의 기대치가 올라간 게 확 느껴집니다. 우리 팀 타선이 주환이의 합류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으면 해요. 어린 선수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믿습니다. 가을야구로 다시 복귀해 2020년보다 훨씬 높은 자리에서 SK 팬들과 함께하길 소망합니다. 항상 응원해주시는 SK 팬들에게 감사하단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웃음).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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