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좋은 투수 임찬규, 최신 장비와 데이터 활용하는 ‘스마트’ 선수

-타고난 친화력과 입담도 일품 “차명석 단장님 운동하는 모습 보고 수아레즈인줄 알았어요”

-팬서비스에도 적극적…구단 SNS 최다 출연자 “팬이 있기에 우리가 야구할 수 있다”

-어느새 서른 살 투수조 중고참…후배 투수들과 팬에 대한 책임감 커졌다

LG 트윈스 선발투수로 우뚝 선 임찬규(사진=LG)
LG 트윈스 선발투수로 우뚝 선 임찬규(사진=LG)

[엠스플뉴스]

“머리만큼 몸만 따라줬으면, 진짜 대성할 수 있었는데 좀 아쉬워요. 몸이 안 따라줘서 답답해요.”

최근 MBC스포츠플러스의 유튜브 방송 ‘스톡킹’에 LG 트윈스 임찬규가 출연해서 한 말이다. 임찬규는 “정말 머리 좋은 투수”라는 심수창 해설위원의 칭찬에 ‘몸이 안 따라줘서 아쉽다’고 ‘웃픈’ 대답을 했다.

그가 ‘몸이 안 따라준다’고 말한 건 느린 볼 스피드 때문이다. 지난해 임찬규의 속구 평균구속은 139km/h를 기록했다. 최근 5년간 최고구속을 기록한 시즌은 2016년(평균 139.6km/h)였다. 어쩌다 145~6km/h가 나올 때도 있지만, 평균구속은 좀처럼 140km/h를 넘지 못한다.

데이터 활용하는 스마트함, 사교성과 막강 입담…매력 만점 투수 임찬규

여전히 신인 시절 얼굴 그대로(사진=LG)
여전히 신인 시절 얼굴 그대로(사진=LG)

하지만 구속 하나만 제외하면 임찬규는 장점 많은 매력적인 투수다. 어떤 면에선 구속 하나만 빼고 다 갖췄다고 할 수 있을 정도. 우선 임찬규는 최신 장비와 데이터 분석을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실전에 활용할 정도로 ‘스마트’한 선수다.

지난 시즌엔 속구와 체인지업의 궤적 차이를 잘 활용해 데뷔 이후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데뷔 이후 가장 많은 이닝을 던졌고, 가장 많은 탈삼진을 잡으면서 최고의 평균자책을 기록했다. 커리어 두 번째로 10승도 달성했다.

임찬규는 “구속에 대한 욕심보다는 커맨드에 더 중점을 두면서 피치 터널에 대해 주목했”며 “속구와 변화구가 같은 릴리즈 포인트를 유지하면서 공의 궤적이 비슷하면 타자들이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피치 터널을 활용하고 나서는 커브와 체인지업이 더욱 좋아지고 탈삼진도 많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2018년 성적과 지난해 성적을 비교하면서 “2018년엔 11승을 올렸지만 세부 지표가 좋지 않았다. 작년엔 막판에 흔들리긴 했지만 세부 지표가 안정적이었다”며 “올해는 WHIP이나 FIP(수비 영향 제거 평균자책) 같은 수치를 개선하고 싶다”는 말도 했다.

LG 데이터분석팀 노석기 팀장은 “임찬규는 항상 데이터를 공부하며 해석하여 본인의 것으로 활용하는데 뛰어난 선수이다. 피치 터널을 이해하고 본인의 투구에 활용한 것은 정말 대단하다”고 말했다. ‘피치 터널’ 개념을 취재진 상대로 자신의 말로 풀어서 설명할 수 있는 선수가 몇이나 될까. 임찬규는 그게 가능한 선수다.

친화력, 사교성도 만점이다. 박용택 KBSN 해설위원은 임찬규의 고교생 시절 일화를 들려줬다. 박 위원은 “임찬규가 휘문고 후배라 잠실 선수단 클럽하우스에 데려왔다. 선수들에게 소개도 해주고, 치킨을 시켜준 뒤 볼일이 생겨서 자릴 비웠다. 그런데 1시간쯤 뒤에 돌아오니, 글쎄 임찬규가 최고참 선수들만 앉을 수 있는 의자에 앉아서 치킨을 세 마리째 먹고 있지 뭔가. 그 정도로 넉살이 좋았다”며 미소지었다.

이렇게 디스할 땐 언제고 수아레즈인줄 알았다니(사진=스톡킹 방송 캡쳐)
이렇게 디스할 땐 언제고 수아레즈인줄 알았다니(사진=스톡킹 방송 캡쳐)

입담도 보통이 아니다. ‘스톡킹’에서 임찬규는 LG 출신 기교파 투수 계보를 나열하다 차명석 단장 얘기가 나오자 “단장님은 아니다. 두 칸 아래다. 기교파인지도 잘 모르겠다”며 ‘디스’했다. 그러나 최근 다른 인터뷰에선 “단장님이 운동하는 모습을 보고 새 외국인 투수인 줄 알았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믿기 어렵지만 차 단장님은 항상 열심히 운동하신다. 어느 날 새벽에 웨이트 장에 갔는데 못 보던 투수가 벤치 프레스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순간 앤드류 수아레즈가 벌써 왔나 해서 봤더니 단장님이셨다.” 임찬규의 말이다.

임찬규는 “단장님께 ‘순간 수아레즈인 줄 알았습니다. 다시 투수로 복귀하시나요?’라고 말씀드렸더니 단장님이 ‘내가 지금 던져도 너는 삼진으로 잡을 수 있다’고 하셨다”며 “그런데 난 투수”라고 덧붙였다. 입담으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차 단장이 한 방 먹었다.

박용택 해설위원은 “찬규가 신인일 때 전화해서 ‘뭐하니’ 물어보면, ‘선배님, 지금 바로 나가려고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어디로 갈까요’라고 대답하던 친구가 찬규”라며 “도저히 미워할 수가 없는 후배”라고 애정을 담아 말했다.

LG 팬들에게도 임찬규는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가 없는 선수다. 항상 팬서비스에 최선을 다하고, 구단 SNS와 유튜브 방송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그는 “팬들이 있기에 우리가 야구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작년에는 특히 코로나 때문에 팬들을 직접 만날 기회가 없어서 더 적극적으로 출연하고 싶었다. 후배들한테도 항상 적극적으로 하라고 이야기한다. 언제부터인가 나보다는 고우석이 압도적으로 구단 SNS 지분을 다 차지하고 있던데, 나도 더욱 분발해야 할 거 같다. 빨리 코로나 사태를 잘 극복해서 팬들과 직접 만나고 싶다.” 임찬규의 말이다.

벌써 서른 살 중고참…후배들과 팬들을 향한 책임감 커졌다

어느새 선배보다 후배가 더 많아진 임찬규(사진=LG)
어느새 선배보다 후배가 더 많아진 임찬규(사진=LG)

얼굴은 스무 살 신인 시절 그대로지만 어느새 한국 나이로 서른 살, 투수조 중고참이 됐다. 이제 팀 내에 선배 투수보다는 고우석, 정우영, 이민호, 이정용, 김윤식 등 후배가 더 많다. 신인 때부터 마운드 등장곡으로 사용해온 원더걸스의 ‘텔미’는 추억의 히트곡이 된 지 오래다.

“어렸을 때 원더걸스 열풍이 불었고 나는 선미 팬이었다. 도입부부터 경쾌해서 나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주변 반응도 괜찮았다. 하지만 이제 나이도 서른이 됐으니 다른 곡으로 바꿔보고도 싶지만 아직 다른 곡이 떠오르지 않는다. 혹시 좋은 곡이 있으면 팬들께서 추천해 주셨으면 좋겠다.” 임찬규의 말에서 세월이 느껴진다.

중고참이 되면서 책임감도 더 커졌다. 임찬규는 투수조 후배들에 대해 “우석이, 우영이, 민호는 이미 정상급 투수이기 때문에 정용이와 윤식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며 “정용이는 마인드가 좋고 야구에 대한 열정이 정말 남다르다. 윤식이는 너무 착하고 예쁜 후배다. 정이 많이 가고 정말 귀엽다”고 애정을 담아 말했다.

팀 성적에 대한 책임감도 크다. 임찬규는 “벌써 서른 살 중고참이 됐는데, 여기까지 오면서 우승 한 번 못해 죄송하다. 가을야구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다”며 팬들에게 고갤 숙였다. 올 시즌 목표도 “팀이 좋은 성적을 내서 한국시리즈에 가는 것”을 먼저 내세웠다. “팬들의 마음은 너무 잘 알고 있다. 팬들과 함께 정상에서 같이 웃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올해는 꼭 팬들에게 받은 사랑에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임찬규의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부상으로 이탈하지 않고 평균자책이든 탈삼진이든 모든 부분에서 작년보다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임찬규는 “단계적으로 잘 준비하고 있다. 지금은 보강 운동을 주로 하며 하루에 6시간 정도 운동한다”며 “어깨와 골반의 유연성 강화에 중점을 두고 한 시즌 동안 부상을 당하지 않고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비록 ‘머리만큼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고 자학(?)했지만, 어쩌면 그 결핍이 있었기에 임찬규가 남들보다 몇 배 더 노력하고 공부하는 선수로 성장했는지 모른다. 임찬규는 “약점을 장점으로 덮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빠른 구속이나 압도적인 구위의 결핍은 임찬규에게 성장의 원동력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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