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다시 주장 맡은 SK 포수 이재원

-팀과 개인 모두 최악이었던 2020년 “입단 뒤 처음 겪은 악몽의 1년”

-최주환·김상수 합류에 반색한 이재원 “또래 선수들 합류, 시너지 효과 기대”

-“김원형 감독님과 오랫동안 야구해야, ‘SK만의 색깔 되찾자’는 말씀에 공감”

-“코로나19로 SK 팬들과 제대로 못 만나 아쉬워, 2021년 가을야구 때 가득 찬 야구장 소망”

다시 주장을 맡은 SK 포수 이재원은 2021년 팀과 개인의 반등을 확신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다시 주장을 맡은 SK 포수 이재원은 2021년 팀과 개인의 반등을 확신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문학]

2020년은 SK 와이번스와 포수 이재원에게 모두 잊고 싶은 한 해다. SK는 창단 뒤 첫 리그 9위로 시즌을 마무리했고, 이재원은 데뷔 첫 시즌 타율 1할대(0.185)로 커리어 로우를 기록했다.

악몽 같은 1년이 지난 뒤 SK는 거침없는 쇄신 작업에 나섰다. 대표이사부터 단장, 그리고 감독 자리까지 모두 교체됐다. 이뿐만 아니라 주장 자리도 최 정에서 이재원으로 바뀌었다. 2018년과 2019년 주장을 맡았던 이재원은 다시 주장 완장을 차게 됐다.

이재원은 SK만의 색깔을 되찾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 개인은 커리어 하이(타율 0.329/ 17홈런)를 달성했던 2018년과 같은 결과물이 2021년 다시 나오길 바라는 이재원의 소망이다. 엠스플뉴스는 무거운 주장 자리를 다시 맡아 팀 반등을 이끌고자 하는 이재원에게 2020년 반성과 더불어 2021년 희망을 직접 들어봤다.

- 1년 만에 주장 복귀한 이재원 "(최)정이 형이 너무 힘들어해, 나도 물러설 곳 없었다." -

이재원은 올겨울 혹독한 비시즌 훈련으로 체중 감량과 더불어 포수로서 풀타임 시즌 출전 준비에 나섰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이재원은 올겨울 혹독한 비시즌 훈련으로 체중 감량과 더불어 포수로서 풀타임 시즌 출전 준비에 나섰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얼굴이 꽤 홀쭉해졌습니다.

원래 겨울에 최대한 체중 감량을 하는 편입니다. 비시즌 운동을 빼놓지 않고 열심히 하려고요. 주장을 다시 맡은 책임감도 느끼니까요.

2018년과 2019년 주장을 맡았을 때 팀 성적이 좋았습니다. 1년 만에 다시 주장을 맡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무엇보다 2020년 주장이었던 (최)정이 형이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저도 주장의 어려운 점을 잘 알잖아요. 2020년 팀 성적 부진에 대해 정이 형이 책임감을 많이 느꼈어요. 저도 부상으로 많은 도움을 못 줬고요. 그 짐을 조금이라도 나눠야겠단 생각으로 주장을 다시 맡게 됐죠. 김원형 감독님도 부탁하셨고요. 저도 더 물러설 곳은 없다는 각오로 주장 완장을 다시 찼습니다.

주장은 ‘멘탈’ 관리가 정말 쉽지 않은 자리인 듯합니다.

솔직히 저도 주장을 다시 맡겠다고 말씀드릴 때까지 고민을 조금 했습니다. 주장은 팀 동료들을 뭉치게 해 한 방향으로 가도록 만들어야 해요. 모두를 아우르는 일이 정말 어렵죠. 또 프런트와 코치진, 그리고 선수단 사이 소통 창구로 가교를 맡아야 합니다. 그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주장 완장의 무게가 무거울 만한 게 2020년 프로 데뷔 뒤 최악의 한 해를 보냈습니다.

정말 속절없이 추락한 악몽의 1년이었습니다. 그건 인정해야 합니다. SK 입단 뒤 팀과 저 모두 그런 최악의 성적을 얻은 해는 처음이었어요. 시즌을 치를수록 꼬이고 추락하는 흐름이었죠. 저도 너무 미안한 마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스러웠어요. 그래서 2021년 성적이 정말 중요합니다.

2020년 분위기가 이어지면 안 되겠습니다.

단순히 한 해 결과로 한없이 분위기가 가라앉을 이유는 없습니다. 팀이 하위권에 익숙해지는 게 가장 무서운 점이에요. 다시 중상위권 이상으로 치고 올라가야 합니다. 2021년은 다를 것으로 확신합니다.


외부 영입이 2021년 SK의 가장 큰 반등 요소입니다. 또래 선수인 내야수 최주환과 투수 김상수가 새로 합류했습니다.

제가 주장을 맡았는데 야구를 잘하는 또래 선수들이 새로 팀에 합류하는 건 큰 힘입니다. (최)주환이는 적응력이 정말 빠른 친구고 청소년 대표팀과 상무야구단에서 함께 야구한 기억이 있어요. 주환이를 상대해야 하는 포수로서 그동안 머리가 아팠는데 이제 같은 팀이라 다행입니다(웃음). (김)상수는 같이 야구해본 적은 없지만, 고등학교와 프로 무대에서 자주 맞대결을 펼쳤어요. 포크볼도 그렇고 정말 까다로운 공을 던지는 투수죠. 투수조에서도 든든한 버팀목이 생겨 다행입니다.


- "2018년 커리어 하이로 돌아가고자 고민, 본보기 보여줄 선배가 돼야" -

이재원(오른쪽)은 2020년 주장을 맡았던 최 정(왼쪽)을 못 도와준 점에 대해 미안함을 내비쳤다(사진=SK)
이재원(오른쪽)은 2020년 주장을 맡았던 최 정(왼쪽)을 못 도와준 점에 대해 미안함을 내비쳤다(사진=SK)

팀 성적뿐만 아니라 개인 성적도 커리어 하이였던 2018년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고민하는 지점이 어떤 부분입니까.

2018년 때 좋았던 흐름으로 돌아가고자 고민하고 있습니다. 몸 관리와 운동 방법 모두 조금씩 바꿔가면서 3년 전 결과를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타격 메커니즘보단 몸 상태를 더 좋게 만드는 게 중요한 듯싶어요. 남들이 봤을 때 나이를 먹어서 동작이 느려졌다고 하면 그걸 인정하고 개선하려고 노력해야죠. 우리 팀 기존 베테랑 선배들처럼 나이를 먹어도 본보기를 보여줄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포수라는 자리에서 오는 책임감을 느끼겠습니다. 무엇보다 체력 소모가 큰 포지션이기도 합니다.

지명타자와 포수 자리를 모두 경험했지만, 포수로서 풀타임 시즌을 뛰는 게 정말 힘든 건 사실입니다. 베테랑 나이에도 계속 포수 마스크를 쓰는 (강)민호 형이 대단한 겁니다. 부상 없이 포수 자리에서 풀타임 시즌을 소화하는 것만으로도 인정해야 할 부분이죠. 저도 2021년 후배 포수들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만들면서 건강하게 한 시즌을 보내고 싶은 마음입니다.

투수들을 이끌어야 하는 포수로서 2021년 SK 마운드 전망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2020년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크게 걱정하진 않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투수들이 공을 많이 던진 것도 있었고요. 2021년 부상 관리만 잘하면 다시 잘 던질 수 있는 투수들이에요. 오히려 외국인 투수들의 공이 더 중요하죠.

2020년 SK가 외국인 투수 덕을 전혀 못 본 점도 아쉬웠습니다.

모든 팀이 비슷하지만, 외국인 투수진이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정말 크잖아요. 그래도 우리 팀은 최근 몇 년 동안 좋은 외국인 투수들과 함께했어요. 그런데 2020년엔 외국인 투수 두 명 다 좋지 않았죠. 2021년 새로 오는 외국인 투수들의 영상을 보니까 충분히 기대할 만한 구위라고 봅니다. 또 우리 팀은 박종훈과 문승원이라는 계산이 서는 국내 선발진이 있잖아요. 외국인 투수들만 잘해준다면 팀 전력이 상위권까지 확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투수들 가운데선 선발 경험을 쌓은 이건욱과 마무리 보직을 맡을 가능성이 큰 서진용이 변수입니다.

(이)건욱이는 앞서 박종훈과 문승원이 걸었던 길을 2020년부터 걷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발 등판 경험을 통해 한 단계씩 차근차근 올라갈 선수예요. 2021년 풀타임 선발로 뛸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합니다. (서)진용이도 그간 불펜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어요. 예전엔 많이 혼내고 다그치기도 했는데 지금은 정신적으로 잘 성장했죠. 다가오는 시즌 마무리 역할을 맡아도 큰 걱정이 없을 정도입니다. 무엇보다 (김)상수가 있기에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봐요.

- 2021년 주장 이재원이 바라는 소망 한 가지 "SK만의 색깔 되찾자" -

이재원은 투수들을 이끌어야 할 베테랑 포수로서 역할에도 신경 써야 한다(사진=SK)
이재원은 투수들을 이끌어야 할 베테랑 포수로서 역할에도 신경 써야 한다(사진=SK)

새로 부임한 김원형 감독 얘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김원형 감독의 현역 시절 공도 받아본 사이 아닙니까.

2011년에 은퇴하셨으니까 몇 번 감독님의 공을 받아본 기억이 있습니다. 공을 받았던 선배가 코치에서 감독으로 다시 팀에 오셨는데 그만큼 제가 나이를 많이 먹었다는 생각이 드네요(웃음). 코치로 다른 팀에 가셨을 때도 종종 연락드렸는데 다시 SK로 오셔서 정말 기뻤습니다. 이런 좋은 감독님과 얼마나 오랫동안 야구할 수 있을지는 선수들 손에 달린 거니까요. 2020년과는 달라진 성적을 꼭 내야 합니다.

김원형 감독이 주장에게 특별히 전한 메시지가 있습니까.

제가 정말 공감한 얘기는 ‘SK만의 분위기를 되찾자’라는 감독님의 말씀이었습니다. 기존에 없던 걸 새로 만드는 건 아니고요. 감독님도 현역 시절 겪어서 아시는 SK만의 분위기가 있는 거죠. 저를 포함한 베테랑 선수들만이 아는 SK만의 끈끈하고 강한 분위기를 되찾는 게 2021년 가장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 싶어요.

이제 이재원 선수로 위로 남은 선배 선수들도 얼마 없는 것으로 압니다.

제가 어느덧 5번째 순서더라고요(웃음). 야수조에선 (김)강민이 형, (최) 정이 형, (정)의윤이 형에 투수조에선 (신)재웅이 형만 있죠. 마음만은 20살이고 입단한 지 얼마 안 된 느낌인데 벌써 15년 가까이 지났다는 게 안 믿겨요. 그만큼 책임감도 더 크게 느껴지죠.

세리자와 유지 배터리코치와의 재회도 눈에 들어옵니다.

2010년 배터리코치로 오셔서 인연을 맺었습니다. 저를 포수의 길로 이끌어주신 첫 번째 지도자입니다. 그다음이 두산 베어스에 계시는 김태형 감독님이고요. 지명타자로 주로 뛰며 포수를 이대로 포기해야 하나 싶을 때 세리자와 코치님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어요. 코치님과 재회가 포수로서 다시 각성할 계기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어요. 얼마 전 가을 마무리 훈련 때도 팀 성적 부진의 책임감을 느끼라고 쓴소리도 하셨고요.


- "SK 팬들과 자주 못 만난 아쉬운 한 해, 2021년 가을엔 가득 찬 야구장 소망" -

2018년 한국시리즈에서 보여준 이재원의 엄지 척 세리모니. 이재원은 팀과 개인 모두 2018년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사진=SK)
2018년 한국시리즈에서 보여준 이재원의 엄지 척 세리모니. 이재원은 팀과 개인 모두 2018년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사진=SK)

야구가 아닌 다른 얘길 하자면 올겨울 기부로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이재원은 소속 에이전시인 리코스포츠에이전시를 통해 신촌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에 기부금을 전달했다. 개인적으로 6년째 이어온 저소득층 안과 수술비 지원 소식도 전했다)

솔직히 더 기부를 못 해 아쉬운 마음이 큽니다. 단순히 제가 기부를 해서 알려주는 걸 떠나 정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기부를 하고 있어요. 저뿐만 아니라 더 많은 선수가 기부에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구단 쪽에도 더 기부할 곳을 찾아달라고 얘기했어요. 팬서비스뿐만 아니라 기부도 프로야구선수로서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죠.

2020년 코로나19로 팬서비스를 제대로 못 한 점도 정말 아쉽겠습니다.

SK 선수들 하면 또 팬서비스가 유명하잖아요. 그런데 팬서비스를 할 기회조차 없어서 안타까웠습니다. 야구장 관중석에 팬들도 안 들어오셨으니까요. 그것도 2020년 내내 정말 힘든 일 가운데 하나였죠. 가뜩이나 처진 팀 분위기가 텅텅 빈 야구장에서 안 올라오는 경우가 많았어요. 만원 관중이 그리운데 2021년엔 꼭 코로나19를 극복하고 팬들과 더 자주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2021년 SK 팬들에게 보내는 각오도 남달라야겠습니다.

2020년 한 해 정말 부진해서 목표를 말하는 것도 SK 팬들에게 민망하고 죄송할 뿐입니다. 무조건 잘하겠다는 말밖에 없는 듯싶어요. 그래도 2021년엔 SK가 확실히 달라질 것으로 확신합니다. 좋은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주위의 기대감이 달라요. 그럴 때마다 SK가 성적이 좋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시즌 준비를 정말 잘하고 싶어요.

부상이 없는 2021년이 가장 중요하겠습니다.

제주도 스프링캠프로 떠나는데 국외 스프링캠프보다 날씨 환경이 변수입니다. 2020년 연쇄 부상을 겪어보니까 다들 건강의 중요성을 재차 깨닫게 되더라고요. 시즌 운영에 있어 선수들의 부상이 정말 큰 요소라고 느낀 계기가 됐습니다. 2021년엔 다들 정말 아픈 곳 없이 스프링캠프를 잘 소화하고 시즌 내내 건강했으면 해요.

2018년 주장으로서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경험이 있습니다. 2021년 다시 그 영광의 순간을 맛볼 수 있을까요.

2018년 한국시리즈 우승 때 정말 프런트와 코치진, 그리고 선수단이 한마음으로 뭉쳐서 그 과업을 이뤘습니다. 시즌 최종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지만, 우선 단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서 우승이라는 목표가 현실로 다가올 때 제대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주장으로서 가을야구 가장 높은 곳에서 야구장을 가득 채운 SK 팬들과 함께하길 소망합니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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