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홍원기호 수석코치로 감독대행 지낸 김창현 코치 임명

-홍원기 감독 “내가 요청해 임명” 구단 안팎에선 “정말 감독 의지겠느냐” 의구심

-지난해 김창현 감독대행 체제에서 코칭스태프, 선수단 내부 동요 심했다

-구단에서 감독으로 밀었던 인물이 수석코치? 현장 감독 권위 지킬 수 있나

김창현 수석코치와 홍원기 감독(사진=엠스플뉴스)
김창현 수석코치와 홍원기 감독(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감독과 단장만 바뀌었지 본질은 전혀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이 구단은 변하지 않는다.”

키움 히어로즈 소식에 정통한 야구인은 1월 22일 발표된 키움 코칭스태프 명단을 보고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키움은 이날 ‘홍원기호’를 함께 이끌어갈 1·2군 코치진을 발표했다. 가장 관심을 끌었던 수석코치 자리엔 김창현 전 감독대행이 임명됐다.

김창현 수석코치는 원래 가장 유력한 감독 후보였던 인물이다. 대표이사 공백이 길어지면서 스텝이 꼬이기 전까지만 해도 구단 안팎엔 김 수석이 감독으로 내정됐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지난 시즌 손혁 감독을 몰아낸 뒤 구단에서 대행으로 내세웠던 인물이다. 어떤 의미에선 홍원기 감독의 경쟁자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인물을 감독 다음가는 자리인 코칭스태프 ‘넘버 2’에 임명한 것이다.

물론 홍 감독은 김 수석을 임명한 게 자신의 판단이라고 얘기한다. 홍 감독은 코칭스태프 임명 하루 전 인터뷰에서 “수석코치는 구단과 상의는 하겠지만, 내 의견이 많이 들어갈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이니까 내 의견이 반영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 바 있다.

구단 공식발표 자료에도 “김 수석코치는 오랜 시간 전력분석원으로 활동했고, 퀄리티컨트롤 코치와 감독 대행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이런 경험들이 나와 팀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돼 수석코치를 맡겼다”고 홍 감독이 말한 것으로 돼 있다.

‘유력한 감독 후보’였던 김창현 코치, 어떻게 수석이 됐나

계약서에 사인하는 홍원기 감독과 그걸 지켜보는 고형욱 단장(사진=키움)
계약서에 사인하는 홍원기 감독과 그걸 지켜보는 고형욱 단장(사진=키움)

하지만 이런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키움 소식에 정통한 야구인은 홍 감독 선임을 앞두고 “키움 감독자리는 야구계에서 ‘풀옵션’ 전세로 통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모든 게 다 세팅돼 있고 몸만 들어가면 되는 게 키움 감독 자리다. 다만 입주자가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 건 없다.” 키움과 홍 감독은 정확하게 ‘2년’ 계약을 체결했다.

홍 감독을 개인적으로 잘 아는 야구인은 “내가 아는 홍 감독은 구단이나 주위 사람들과 각을 세우는 스타일이 아니다.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가급적 맞춰가면서 화합하려는 성향”이라며 “홍 감독 성격이라면 구단 쪽의 요구를 받아들였을 것”이라 지적했다.

키움 출신 한 지도자는 “홍 감독님과 김 수석 사이에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 팀에 몇 년간 몸담긴 했지만 홍 감독은 1군 코치였고 김 수석은 전력분석원이었다. 지난해 감독대행과 수석으로 12경기를 함께한 게 유일한 접점이다. 수석코치는 감독을 보좌하는 역할인데, 둘이 소통이 잘 되겠냐”라는 의견이다.

한국야구에서 수석코치는 ‘감독의 오른팔’로 통한다. 과거에는 ‘술상무’라 할 정도로, 감독이 의지하고 속 얘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가까운 사람을 임명하는 게 관례다.

경기장에서 역할은 메이저리그의 벤치코치와 비슷하다. 코치와 감독간 의견을 조율하고 감독의 생각을 선수단에 전달하는 역할이다. 여러 파트를 두루 살펴보면서 감독에게 조언하고 결정을 돕는다. 최종 결정은 감독이 하지만, 거기까지 가는 과정은 수석과 의논한다. 감독의 철학을 완벽하게 이해해야 가능한 역할이다. 무엇보다 야구를 잘 알고, 선수들과 코치들이 따르는 인사여야 가능하다.

하지만 김 수석은 한국야구의 전형적 수석코치와는 거리가 있는 캐릭터다. 경희대까지 선수 생활을 하긴 했지만 프로 선수로 뛰진 못했다. 2013년부터 키움에서 전력분석원으로 일했고, 코치로 일한 건 지난해 타이완 가오슝 스프링캠프부터였다.

김 수석은 야구계에서 베일에 싸인 인물로 통했다. 지난해 ‘김창현 퀄리티컨트롤 코치가 감독대행’이란 소식이 전해지자 야구 관계자와 다른 팀 코치, 야구인들이 기자에게 먼저 연락해 ‘김창현이 누구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다른 구단 코치는 한참 기억을 더듬다 ‘훈련장에서 공 줍던 친구’로 떠올리기도 했다. “훈련보조원인 줄 알았는데 언제 코치가 됐어?” 이 코치의 말이다.

김 수석에 대한 키움 내부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냉정하게 말해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내 평가는 극히 부정적이다. 지금은 키움을 떠난 한 야구인은 “김창현 코치가 처음 퀄리티컨트롤 코치로 임명됐을 때부터 코치진 내에서 불만이 많았다. 데이터 전문가라고 하는데 제공하는 데이터의 퀄리티가 다른 구단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도 불만이었다”고 전했다.

이 야구인은 “시즌 뒤 김 대행이 정식 감독이 된다는 소문이 돌자 코치 중에선 ‘정말 그렇게 되면 팀을 나가야겠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코치들 입장에선 수석코치 임명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10개 구단 중에 코치 대우가 제일 형편없는 팀이 키움이다. 일반 코치는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데 선수 경력도 없는 누구는 감독대행에 수석까지 한다는 게 납득이 되겠나”라고 지적했다.

키움 소식에 정통한 야구인도 “야구팀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일부 팬들이 작년 김창현 감독대행 체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 같던데, 실제 선수단과 코치진 분위기가 어땠는지 몰라서 하는 소리”라며 이렇게 말했다.

“감독 교체 당시 선수들이 겉으로 내색을 안 해서 그렇지 내부에선 동요가 심했다. 여러 선수가 ‘무시당하는 느낌이다’ ‘이건 좀 아니지 않으냐’고 하소연해 왔다. 심지어 ‘차라리 김성근 감독과 야구하고 싶다’는 반응도 있었다. 야구선수로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고, 평생 야구만 한 사람으로서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하더라.”

이 야구인은 “김상수 주장과 베테랑들이 잘 다독여서 시즌을 마무리하긴 했지만, 시즌 뒤 ‘김창현 대행이 정식 감독이 된다’는 소문이 돌자 또다시 선수단이 크게 동요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한창 소문이 돌 당시 엠스플뉴스가 접촉한 복수의 선수도 “실제 그런 감독 임명이 이뤄진다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전했다.

반면 구단 수뇌부 몇몇 인사의 평가는 정반대다. 김치현 전 단장은 언론에 김창현 코치도 감독 후보 중 하나라고 공개하면서 “구단 내부 평가가 좋았다”고 했다. 김창현 코치는 손혁 감독 시절 구단 최고위 인사의 의중을 현장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 실세인 전력분석팀장의 오른팔로 숨은 ‘실세’라는 게 키움을 잘 아는 이들의 평가다.

홍원기 감독 선임을 앞두고 키움 구단 안팎에선 “김창현 코치가 감독 자리를 고사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홍 감독 발표 사흘 전 한 키움 소식통은 “구단에서 김 코치에게 감독을 제안했는데 거절했다고 한다. 임명될 경우 언론과 야구계에서 자신에게 쏟아질 공격을 부담스러워했다는 얘기가 있다. 감독이 아닌 비중있는 자리를 맡게 될 것”으로 ‘예언’했다. 이 예언은 수석코치 임명으로 현실이 됐다.

감독 권위 훼손했던 키움, 홍원기 감독 체제에서는 다를까

김창현 수석은 2020년 후반 감독대행을 맡았다(사진=키움)
김창현 수석은 2020년 후반 감독대행을 맡았다(사진=키움)

물론 어떤 역할이든 실제로 시켜보기 전에는 결과를 모르는 법이다.

홍원기 감독-김창현 수석 체제가 성공해 프로야구에 새로운 감독-수석 관계 모델을 제시할지도 모른다. 홍원기 감독이 현장 출신의 촉과 인화로 선수단을 잘 이끌고, 김창현 수석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적절한 조언을 해서 키움을 강팀으로 이끌 수도 있다. 키움이 그리는 이상적인 그림도 이쪽에 가깝다.

하지만 키움은 이미 현장 감독의 권위를 크게 훼손한 전적이 있는 구단이다. 준우승 감독을 납득하기 힘든 방식으로 내쳤고, 시즌 내내 1위 싸움을 벌인 감독도 내쫓았다. 구단 윗선에선 끊임없이 현장 감독에게 간섭했고, 지방 원정 중에 서울까지 오라 가라 하는 갑질도 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모욕’으로 받아들인 감독대행 인선도 있었다. 새 감독 체제에서라고 다르라는 법은 없다.

키움 사정에 정통한 야구인은 “홍원기 감독은 훌륭한 야구인이고, 언젠가는 감독이 돼야 했을 인재”라면서도 “하지만 구단 수뇌부가 감독 후보로 밀었던 인물을 수석코치로 앉혀놨다는 게 불안하다. 홍 감독이 온전하게 감독으로서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간 키움의 행태가 있다 보니 걱정이 앞선다”고 우려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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