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공식 취임식 갖고 2년 임기 시작한 키움 홍원기 신임 감독

-취임사에서 히어로즈 구성원의 자부심과 책임감, 희생 강조해

-“깨끗한 도화지 위에 객관적 시선, 판단하겠다” 선수들 향한 약속

-“솔직히 말해 장재영 잘 모른다” “선수 개개인 언급 안 한다” 홍원기 감독의 공정야구

취임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홍원기 감독(사진=키움)
취임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홍원기 감독(사진=키움)

[엠스플뉴스]

“장재영? 솔직히 말해 이 선수에 대해 잘 모른다. 얼마나 훌륭한 선수고 얼마를 받았고는 내게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다. 똑같이 우리 히어로즈에 입단한 선수다. 깨끗한 도화지에서 하나하나 천천히 그려볼 생각이다.”

키움 히어로즈 홍원기 신임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특급 신인’ 장재영에 관한 질문을 받고 의외의 답을 내놨다. 장재영이 누군가. 덕수고 1학년 때부터 메이저리그의 러브콜을 받은 투수 최대어, 신인 1차 지명에 KBO 역대 2위에 해당하는 9억 원의 계약금을 받고 입단한 유망주다. 키움 감독을 지낸 장정석 해설위원의 아들이기도 하다. 아직 프로에서 공 하나도 던지지 않았지만, 벌써 야구팬 중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세를 자랑한다.

하지만 홍 감독은 이런 장재영에 대해 짐짓 ‘잘 모른다’며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이유가 있다. 홍 감독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간 히어로즈 한 팀에서만 코치로 활동했다. 오래 머문 만큼 구단 시스템은 물론 프런트, 코치진, 선수단 구석구석을 꿰고 있다.

잘 안다는 생각은 종종 과신이 된다. 익숙함은 선입견을 가져온다. 히어로즈를 너무 잘 아는 게 감독직을 수행하는 데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게 홍 감독의 생각이다. 감독으로서 객관적인 시선과 공정한 기준을 적용하는 데 방해가 될까 경계하는 홍 감독이다.

그래서일까. 홍 감독은 1월 25일 열린 취임식과 기자회견에서 여러 차례 공정과 객관을 강조했다. 마치 깨끗한 도화지에 새 그림을 그려나가듯 선수들을 편견 없이 바라보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또 히어로즈 구성원으로서의 자부심과 ‘책임감’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감독으로서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홍 감독의 취임식은 오후 1시부터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됐다. 코로나19를 고려해 허홍 대표이사와 고형욱 단장, 김창현 수석코치, 주장 박병호만 참석한 가운데 비대면 형식으로 간소하게 취임식을 가졌다.

야구단 장내 사회자인 유재환 MC의 소개로 등장한 홍원기 감독은 허홍 신임 대표이사로부터 배번 78번이 새겨진 유니폼과 모자를 전달받고, 유니폼을 착용한 뒤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이어 고형욱 단장과 김창현 수석코치, 주장 박병호도 홍 감독에게 축하 꽃다발을 건네고 기념 촬영을 했다.

홍 신임 감독은 취임사에서 “우선 저를 믿고 감독직을 맡겨주신 구단에 감사드린다. 천운이 따라야만 얻을 수 있다는 감독 자리이기에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키움에서 코치 경력을 시작해 감독 자리까지 오른 홍 감독은 ‘히어로즈’ 구단에 대한 자부심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 팀은 훌륭한 프런트와 선수단 그리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잘 짜인 틀 안에서 우리 팀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의 역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선수들, 코칭스태프, 프런트 여러분과 함께 합심하고 나아가야 우리가 목표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감독이 아닌 히어로즈 모든 구성원이 힘을 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대면으로 진행한 홍원기 감독 취임식(사진=키움)
비대면으로 진행한 홍원기 감독 취임식(사진=키움)

이어진 비대면 기자회견은 홍 감독의 감독관과 시즌 구상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홍 감독은 팀 전력과 선수단에 대한 평가에선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팀 전력이 약해졌다는 평가에 대해선 “강하면 강한 만큼, 부족하면 부족한 만큼 다른 선수를 대체하고 준비하는 게 우리 일”이라고 전제한 뒤 “캠프 기간 선의의 경쟁과 사심 없는 객관적 시선을 통해서 코치들과 상의하고, 우리의 강점을 최대한 부각하겠다.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하성, 김상수 등 주전 선수 이탈에 대해서도 “매년 우리 팀은 많은 선수가 다른 팀으로 이적했다. 보강보다는 유출이 많았다. 하지만 공백에 대한 걱정보다는 새로운 선수들의 희망이 더 많아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김하성 공백도 훌륭한 선수들이 많이 보이기 때문에, 그 선수들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서 빈자리를 충분히 메우리라 생각한다”고 낙관했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선을 강조하는 홍 감독의 자세는 특급신인 장재영에 대한 평가에서 잘 드러났다. 장재영 활용 방안에 대한 질문을 받은 홍 감독은 “솔직히 말해 이 선수에 대해 잘 모른다”는 답을 내놨다. 특급 신인이라고 다른 신인보다 특별 대우를 하지 않고 동등한 선상에서 평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홍 감독은 “어떤 훌륭한 선수이고 얼마를 받았는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똑같이 우리 히어로즈에 입단한 선수다. 아마추어에서 잠재력을 인정받았지만 프로의 벽은 높다.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기 때문에 부담도 클 거다”라며 “저는 깨끗한 도화지에서 천천히 볼 생각이다. 캠프를 통해서 제일 어울리는 옷을 입히는 게 우리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스프링캠프 기간 지켜볼 선수’에 대해서도 “선수 개개인 호명은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홍 감독은 “대표님, 단장님, 저도 처음 하는 위치기 때문에 선수를 어떤 포지션에 정해놓고 준비하는 게 아니라 깨끗한 도화지 위에 객관적 시선을 가지도록 노력할 것이다. 객관적 시선과 판단, 결정을 통해서 캠프 기간 많은 게 정해질 것”이라며 공정한 경쟁을 약속했다.

반면 감독으로서 짊어질 책임에 대해선 단호한 태도를 취했다. 야구계에서 논란이 된 김창현 수석코치 임명에 대해 홍 감독은 “내가 구단에 건의해 임명했다”고 잘라 말했다. 홍 감독은 “작년에 수석코치를 하면서 수석 자리의 중요성을 느꼈다. 누구보다 객관적이고 다양성을 가진 사람이 자리에 적합하겠다는 생각에 건의했다”고 설명했다.

홍 감독은 “모든 분이 걱정을 하신다. 감독과 수석코치는 실과 바늘이다, 오른팔이다 등 많은 수식어가 있다”면서도 “다른 건 다 배제하고 내가 하는 일에 집중하기 위해 어떤 게 제일 중요한지만 생각했다. 김창현 수석에 대해서는 내 선택이 맞는다는 게 시즌이 끝난 뒤에 증명되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는 말로 논란을 정면 돌파했다.

홍 감독은 사령탑으로서 책임을 회피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항상 우리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라며 “최선을 다했음에도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나온다면, 그에 대한 모든 책임은 감독인 내가 짊어져야 할 몫이다. 선수, 코치 여러분들은 다른 생각 마시고 각자의 자리에서 주어진 역할에만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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