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 SK 와이번스 구단 인수 임박 “SK텔레콤과 협상 중”

-구단 매각 완료 시 2001년 해태->KIA 이후 20년 만에 인수 창단 사례 나와

-20년 전 해태->KIA 겪었던 김성한 전 감독과 장성호 위원 “어려웠던 모기업 사정에 간절히 원했던 인수”

-SK그룹 야구단 포기에 초점 맞춘 김성한 전 감독 “해태->KIA와는 결이 다른 사례, 멀쩡한 모기업이 왜 야구단을 포기했는지를 되돌아봐야”

장성호 위원(왼쪽)과 김성한 전 감독(오른쪽) 모두 해태 타이거즈 유니폼과 KIA 타이거즈 유니폼이 공존했던 2001시즌을 겪어 본 장본인들이다(사진=KIA)
장성호 위원(왼쪽)과 김성한 전 감독(오른쪽) 모두 해태 타이거즈 유니폼과 KIA 타이거즈 유니폼이 공존했던 2001시즌을 겪어 본 장본인들이다(사진=KIA)

[엠스플뉴스]

1월 25일 한국야구계에 ‘핵폭탄’과 같은 소식이 떨어졌다. 신세계그룹이 SK 와이번스 구단 인수를 추진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는 2001년 해태 타이거즈에서 KIA 타이거즈로 변화 뒤 20년 만에 나올 인수 창단 시나리오다.

1월 25일 복수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빠르면 26일 SK텔레콤과 SK 와이번스 구단 인수·매각을 두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그룹은 25일 “SK텔레콤과 프로야구를 비롯해 한국 스포츠 발전 방향에 대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협의가 완료되는 대로 상세히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 SK->신세계 구단 인수·매각, 해태->KIA 이후 20년 만에 나오는 6번째 인수 창단 사례 -

신세계그룹은 SK 와이번스 구단을 인수한 뒤 이마트를 구단 모기업으로 야구단 운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사진=엠스플뉴스)
신세계그룹은 SK 와이번스 구단을 인수한 뒤 이마트를 구단 모기업으로 야구단 운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사진=엠스플뉴스)

2000년 쌍방울 야구단을 인수해 인천을 연고로 창단한 SK 와이번스는 한국시리즈 4회 우승을 달성한 명문 구단이다. 신세계그룹과 SK 와이번스 구단 소유주인 SK텔레콤은 극비리에 인수·매각 절차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KBO(한국야구위원회)와 SK 구단 관계자들도 이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KBO 고위 관계자는 1월 25일 엠스플뉴스와의 통화에서 “신세계그룹의 SK 와이번스 인수 추진 사실은 우리도 전혀 몰랐다. 금시초문이다. 뉴스 보도를 보고 알았다”라며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SK 구단 관계자도 “구단 내부에선 전혀 인지 못 했던 사실이다. 다들 혼란스러운 분위기”라고 전했다.

KBO 규약에 따르면 KBO 회원자격의 양도를 위해선 총회 의결(제9조 회원자격의 양수도)이 필요하다. 총회는 KBO 총재 및 각 회원의 구단주(또는 구단주 대행)로 구성된다. 총회 안건 통과를 위해선 총회 재적 인원의 3분의 2 이상 출석과 재적회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KBO 규약 제9조 1항에는 ‘구단이 회원 자격을 제삼자에게 양도하고자 하는 경우 또는 구단의 지배주주가 변경되는 경우, 구단은 그 전년도 11월 30일까지 총재에게 구단 양도 승인을 신청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시급하다고 인정되는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 총재는 신청기한을 조정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 있다.

KBO 고위 관계자는 “회원 자격 양도 기간이 지났지만, 신세계그룹의 구단 인수는 시급하다고 인정되는 정당한 사유로 볼 수 있어 큰 문제 없이 양도 승인이 이뤄질 수 있을 거다. 인수 뒤 완전히 새로운 팀으로 재창단이 아닌 SK 와이번스 구단의 기존 권리를 그대로 받는 인수 창단이라 2021시즌 참가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설명했다.

신세계그룹이 SK 와이번스 구단 인수를 완료한다면 2001년 해태 타이거즈에서 KIA 타이거즈로 인수 창단 이후 20년 만에 나오는 기존 구단 권리 인수 창단 사례다.

KBO리그 인수 창단 역사를 살펴보면 1985년 청보 핀토스의 삼미 슈퍼스타즈 인수 창단, 1988년 태평양 돌핀스의 청보 핀토스 인수 창단, 1990년 LG 트윈스의 MBC 청룡 인수 창단, 1996년 현대 유니콘스의 태평양 돌핀스 인수 창단, 2001년 KIA 타이거즈의 해태 타이거즈 인수 창단 등 총 5차례 사례가 있었다.

- "20년 전 해태->KIA는 생존을 위해 간절했던 인수 창단, SK->신세계는 멀쩡한 기업이 야구단 포기한 점을 되돌아봐야" -

2001년 시즌 중반 KIA 타이거즈로 인수 창단 당시 기념 행사에 참석한 선수단 및 코치진(사진=KIA)
2001년 시즌 중반 KIA 타이거즈로 인수 창단 당시 기념 행사에 참석한 선수단 및 코치진(사진=KIA)

2001년은 해태 타이거즈와 KIA 타이거즈가 공존한 한 해였다. 당시 타이거즈 선수단은 2001년 7월 31일까지 해태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뛰다 8월 1일부터 KIA 타이거즈 유니폼으로 바꿔 입었다.

2001년 당시 타이거즈 사령탑이었던 김성한 전 감독은 해태에서 KIA로 인수 창단을 두고 “생존을 위해 간절했던 인수”였다고 되돌아봤다.

김 전 감독은 1월 25일 엠스플뉴스와의 통화에서 “2001년 전반기 때 해태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다가 후반기 때부터 KIA 타이거즈 유니폼으로 바꿔 입었다. 당시 구단이 해체될지 혹은 누가 인수를 할지를 두고 참 시끄러웠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 해체 대신 재정 상태가 좋은 KIA그룹이 인수한 구단이 됐으니까 현장에선 다들 반기는 분위기였다”라고 전했다.

1996년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해 2010년까지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뛴 장성호 KBSN 해설위원도 생존을 위한 인수 창단이었다는 점에 공감했다.

장 위원은 25일 엠스플뉴스와의 통화에서 “돌이키면 정말 1990년대 말 해태 타이거즈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해태는 부도 위기에 빠졌던 기업이었다. 어떤 기업이든 구단이 빨리 인수돼서 심적으로 편안하게 야구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20년 전이었지만, 선수단 월급이 제대로 나올지 걱정했고, 원정 경기를 갔을 때 숙소나 밥을 먹는 것도 정말 부실했다”라고 회상했다.

KIA 타이거즈로 인수 창단 뒤 바뀐 구단 환경에 선수단의 만족감이 컸다. 장 위원은 “물론 한국 야구를 지배했던 ‘검빨(검은색빨간색)’ 유니폼이 없어지는 건 해태 타이거즈 출신 선수로서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KIA라는 좋은 모그룹 아래 뛴다고 생각하니 기대감도 컸다. 2001년 전반기 때는 국산 브랜드인 해태 유니폼을 입다가 후반기 때는 국외 브랜드인 KIA 유니폼으로 바뀐 걸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라며 웃음 지었다.

해태에서 KIA로 인수 창단 뒤 20년 만에 나온 SK에서 신세계로 인수 창단 사례는 이전 사례들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게 장 위원의 시선이다. 장 위원은 “20년 전 해태에서 KIA로 바뀌는 것과 SK에서 신세계로 바뀌는 건 성격이 다소 다르다. 망해가는 구단을 인수하는 게 아니라 야구단 운영에 더 의욕을 보이는 기업이 인수에 나선 것 아닌가. 신세계그룹도 탄탄한 기업이니까 선수들에게 더 좋은 점도 있을 거다. 굳이 선수단이 동요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성한 전 감독의 시선은 신세계그룹의 인수보단 SK텔레콤의 야구단 포기에 더 초점을 뒀다. SK 와이번스 모기업 사정이 어려운 것이 아님에도 야구단을 매각했다는 점은 프로스포츠 구단의 가치를 되돌아봐야 할 계기라는 뜻이다.

김 전 감독은 “20년 전과 비교해 이번 인수 사례는 결이 다르다. SK 와이번스 모기업이 재정적인 압박을 받는 상황이 아닌 점이 우리 한국야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멀쩡한 기업이 왜 야구단을 포기하고 매각하는지에 대해 면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정말 프로스포츠 구단으로 제대로 된 가치를 만들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오래전부터 얘기가 나온 통합 마케팅 이슈 등을 통해 프로스포츠 구단의 가치를 더 높일 만한 환경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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