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강 진출도 버거웠던 LG 트윈스, 이제 가을야구 단골손님

-안정된 전력 바탕으로 5강 넘어 더 높은 곳 바라본다

-차우찬, 김현수, 김민성 등 베테랑 좋은 역할…중고참 선수들까지 힘 보탠다

LG의 기둥 김현수(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LG의 기둥 김현수(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엠스플뉴스]

‘올해만큼은 다르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LG 트윈스 스프링캠프 때면 나오곤 했던 단골 기사 제목이다. 기자 역시 LG 기사에 몇 차례 비슷한 표현을 쓴 기억이 있다.

당시 LG는 암흑기였다. 매년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냈고 가을야구 무대를 밟지 못했다. 그때마다 ‘올해는 다르다’고 다짐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면 예년과 같거나 오히려 더 나쁜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리곤 다시 다음 해 캠프에서 ‘올해는 다르다’고 희망가를 부르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로 달라졌다. 2016년 이후 매년 꾸준히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강팀으로 자리매김한 지금은 LG의 위상도, LG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언젠가부터 ‘올해는 다르다’ ‘이번엔 다르다’는 제목의 LG 기사가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 ‘우승 후보’ ‘대권 도전’과 같은 워딩이 눈에 띈다. 올해도 지난 시즌 막판까지 1위 싸움을 벌인 경험을 자산으로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LG다.

“이제 가을야구는 기본으로 가는 팀, 우승할 때 됐다”

LG와 2년 FA 계약을 맺고 잔류한 차우찬(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LG와 2년 FA 계약을 맺고 잔류한 차우찬(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팀 전력만 놓고 보면 자격이 충분하다. 3년 차 시즌을 맞는 케이시 켈리에 특급 기량을 갖춘 좌완 앤드류 수아레즈가 합류했다. 국내 선발진도 초특급 에이스는 없지만 임찬규-이민호-정찬헌으로 이어지는 짜임새가 탄탄하다. 차우찬이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와 옵션을 전부 따먹어준다면 6인 선발 로테이션도 충분하다.

정우영-고우석이 버티는 불펜도 정상급이다. 타선 역시 2루수 한 자리만 빼면 전 포지션에 확실한 주전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외야는 주전급 선수만 5명이라 매 경기 교통정리가 필요할 정도다. 몇 년 전까지 고만고만한 선수들로 라인업을 겨우겨우 채웠던 LG가 맞나 싶을 정도다.

꾸준히 포스트시즌을 경험하면서 자신감도 얻었다. 내야수 김민성은 “다들 능력이 너무 좋은 선수들인데, 그동안에는 멘탈이나 상황 때문에 자기가 원하는 야구를 못 했던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제는 소극적이거나 주눅이 든 모습은 보기 어렵다. 류지현 감독과 ‘소통 시간’ 때도 어린 선수들이 먼저 손을 들고 적극적으로 자기 생각을 얘기한다. 그 모습에 류 감독은 “선수들에게 감사했다. 희망을 봤다”고 했다.

차우찬, 김현수, 김민성 등 외부 영입 선수들이 기존 선수단과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팀 분위기가 달라졌다. ‘LG 순혈’ 정찬헌은 차우찬에 대해 “외부에서 온 선수 중에 간혹 팀에 흡수가 잘 안 되는 사람도 있는데, 차우찬 형은 마치 처음부터 함께 있었던 사람처럼 느껴진다. 우리 팀에 많이 녹아들었고 우리 팀의 일부처럼 생각된다”고 했다.

이 때문에 차우찬의 FA(프리에이전트) 계약이 늦어질 때도 선수들 사이에 걱정하거나 불안해하는 분위기는 전혀 없었다. 정찬헌은 “당연히 우찬 형은 LG 선수라고 다들 생각했다”며 “그만큼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와 주고 선수들이 다가가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했다.

2019시즌 합류한 김민성도 긍정적이고 활기찬 팀 분위기를 만드는 데 기여도가 높다. 김민성은 “후배 선수들이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비록 경쟁자지만 응원한다”며 “LG가 반짝 성적 나고 떨어지는 팀이 아닌, 계속 우승권을 유지하는 좋은 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성은 후배들에게 “잘하는 선배라고 무조건 똑같이 따라 하지는 마라”고 조언한다. 그는 “다 장점이 있어서 프로에 스카우트된 선수들인데 자기 것은 찾지 않고 선배를 따라 하다 보면 자칫 길을 잃을 수 있다. 자기 장점도 가져가면서, 선배 노하우를 물어보고 배워서 같이 가야 한다”며 “나 역시 어린 선수들과 대화하며 자신감도 얻고, 내가 갖지 못한 것도 많이 배우는 중”이라 했다.

LG에서 데뷔해 이제는 중고참이 된 정찬헌도 후배 선수들의 든든한 멘토다. 정찬헌은 “어린 투수들에게 ‘좀 더 씩씩하게 던지라’고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민호에게 ‘나가서 맞아도 본전이다. 이제 시작인데 잘하면 로또 맞은 거고 못하면 신인이라는 핑계가 있지 않냐. 마운드에서 쫄거나 부담스러워할 필요 없다’고 얘기했다. 하고 싶은 대로 해보라 했다. 어린 선수들은 더 날뛰었으면 좋겠다.”

LG 레전드 출신 박용택 KBSN 해설위원은 “LG가 이제는 야구를 더 잘해야 한다”며 “이제 웬만하면 가을야구는 가는 팀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 이제 한번은 우승을 경험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정찬헌은 지난 시즌 막판 치열한 순위 싸움을 펼친 경험이 올 시즌 큰 도움이 될 거라고 했다. 그는 “작년까지만 해도 가을야구만 가자, 플레이오프만 가자는 게 목표였는데 2위 싸움을 하다 보니 자연히 욕심이 생겼던 것 같다. 심리적 압박도 받고 위축되기도 했다”며 “간절하게 누리고 싶다고 맘대로 되는 건 아니지 않나. 이제는 평상시 하던 대로 144경기를 완주하면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다들 목표의식은 확실하다. 우승할 때가 됐다.” 정찬헌의 말이다. “가을야구에 3번 정도 뛰어봤는데 그러면서 나름대로 적응을 했다. 힘든 과정, 좋은 과정을 거친 선수들이 팀의 주축을 맡고 있다. 충분히 많은 경험이 쌓인 만큼 이제 할 때가 됐다.”

1994년 우승 멤버 류지현 감독(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1994년 우승 멤버 류지현 감독(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류지현 감독 역시 우승이 궁극적 목표가 돼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 류 감독은 “LG 팬들이 염원하고 우리 선수와 스태프도 염원하는 목표다. 그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고 했다. 1994년 데뷔 시즌 우승을 경험한 이후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한 류 감독이야말로 누구보다 LG 우승을 바라는 사람 중 하나다.

그러면서도 류 감독은 현실적인 진단을 빼놓지 않았다. 류 감독은 “우승이란 게 말로 ’우리가 우승하겠다’고 욕심낸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며 “선수들과 스태프가 생각을 나누고, 가치관을 하나로 모으고, 신뢰를 쌓는 과정을 밟다 보면 LG가 더 좋은 팀이 될 거란 확신이 있다. 그런 과정이 쌓이다 보면 언젠가 우승을 할 기회가 자연스럽게 찾아오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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