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정우람, “초심으로 돌아간다…젊은 선수들과 경쟁”

-외국인 코칭스태프, 투수 최고참 정우람도 동일 선상에서 평가

-“로사도 코치, 내가 잊고 있었던 부분 정확하게 짚어줘…모든 부분 배우고 싶다”

-“후배들이 치고 올라왔으면” 정우람의 바람...한편으론 “마무리 자리 지킨다” 의욕도

한화의 마무리 투수 정우람(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한화의 마무리 투수 정우람(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대전]

빈말이 아니었다. 지난해 10월 30일, 한화 이글스 마무리 정우람은 11년 연속 50경기 출전 대기록을 달성한 뒤 인터뷰에서 “내년부터는 후배들과 경쟁”이라 말했다. 당시 정우람은 “후배들이 생각 외로 다들 잘해서, 저도 긴장해야 할 것 같다. 팀 전체로 봐서는 본격적인 경쟁 체제가 시작된 게 아닌가 싶다. 저도 경쟁해야 하는 위치”라고 했다.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났다. 2021 스프링캠프가 한창인 2월 23일 대전에서 다시 만난 정우람은 또 한 번 ‘경쟁’이란 말을 입에 올렸다. 그는 “베테랑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리고 새롭게 젊은 선수들과 경쟁한다는 마음, 어릴 적 초심을 되찾는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우람은 “표현을 안 했다뿐이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마음속엔 ‘내 자리는 없다’는 의식이 있었다”며 “프로에선 자기 자리에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면 밀려나는 게 당연하다. 그만큼 후배들이 많이 성장하기도 했고, 후배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그 말을 꺼냈다. 그래야 팀이 강해진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선수를 이름값이나 과거 실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모든 선수를 같은 선상에 놓고 실력으로 판단한다. 호세 로사도 코치가 맡은 투수 파트도 다르지 않다. 정우람은 “기록이나 영상을 통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해도 어쨌든 코치님 입장에선 다 새로운 선수다. 나 역시 다른 선수들과 똑같이 놓고 보신다”이라 했다.

정우람은 “사실 프로 생활을 10년 이상 하다 보면 지도자들이 선수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다. 알아서 올라오겠지, 본인이 잘 알고 있겠지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로사도 코치님은 다르다” “젊은 선수들과 똑같은 시각으로 봐주신다. 새로운 선수, 처음 보는 선수라는 관점으로 지적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팀으로 봤을 때도 건강한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움의 세계에는 끝이 없다. 프로 18년 차 베테랑 정우람도 모르는 것, 간과했던 부분이 있었다. “기술적으로 슬라이더나 체인지업 구사, 하체 중심이동 등에서 내가 잊고 있었던 부분을 정확하게 짚어주신다. 가령 슬라이더라면 던지는 손의 모양이나 각도, 손가락 힘의 전달에 대해 알려주고 ‘이런 식으로 던지면 좋겠다’고 조언해 주신다.” 정우람의 말이다.

정우람은 “로사도 코치님과 많은 대화를 나눈다. 내 얘기를 들어주기도 하고, ‘이렇게 하면 좋겠다’고 조언도 해주신다”며 “같은 좌완에 체형이나 운동 스타일, 야구관에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서 좋다. 모든 부분을 배우고 싶고, 많이 알려주셨으면 좋겠다”고 만족감을 표현했다.

지난 시즌까지 한화 마무리는 당연히 정우람이었다. 누구도 여기에 의문을 갖지 않았다. 정우람의 아성에 도전할 경쟁자도 없었다. 이제 올 시즌 정우람은 마무리 자리를 놓고 후배들과 경쟁한다. 그는 “일단 마무리로 준비를 한다”며 “나보다 좋은 후배가 나온다면 당연히 그 선수가 마무리를 해야 한다. 나 또한 지금 위치를 앞으로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거다. 그래야 팀이 건강해지고 강해진다”고 힘줘 말했다.

“후배들이 빨리 치고 올라왔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정우람의 진심이고, “마무리 자리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도 역시 정우람의 진심이다. 바로 몇 해 전 김태균도 ‘실력으로 나를 밀어내는 후배가 나와야 한다’며 비슷한 고민을 토로한 바 있다. 정우람은 “딜레마인 것 같다”며 “마음은 계속하고 싶은데, 내 뜻대로 되는 건 아니지 않나. 사람이 항상 잘할 수는 없는 거니까”라며 미소지었다. 아무래도 순순히 마무리 자리를 내줄 마음은 없는 듯했다.

정우람은 후배들과 함께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사진=한화)
정우람은 후배들과 함께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사진=한화)

후배들과의 ‘건강한’ 경쟁에서 살아남아 승리하려면 정우람도 올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 지난해 성적은 다소 아쉬웠다. 2016년 이후 가장 적은 16세이브에 그쳤고 평균자책(4.80)은 데뷔시즌인 2004년(6.75) 이후 가장 나빴다. 다만 삼진/볼넷 비율이나 FIP(수비무관 평균자책) 등의 세부 지표가 예년과 큰 차이가 없었다는 점은 희망적인 대목이다.

정우람은 “작년에 잘 못했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시즌 개막이 미뤄지면서, 처음 겪는 상황에 어려움이 있었다. 올해도 4월 개막이 예정돼 있지만 상황이 어찌 될지 모른다”며 “미리 생각해서 대비하려 한다. 작년에는 몸을 빨리 만들었다면, 올해는 시즌 개막에 맞춰서 준비하겠다”고 했다.

“젊은 선수들이 뭔가 악착같이 열심히 해보려는 모습을 보면 나도 힘이 난다. 좋은 에너지가 느껴진다.” 정우람이 전하는 요즘 한화의 분위기다. 그러면서 정우람은 투수 최고참다운 조언도 잊지 않았다. “코칭스태프가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만큼, 후배들도 보다 진지하고 치열하게 노력했으면 한다. 선배로서 그간 경험을 살려 후배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싶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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