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야구단으로 옷 갈아입는 SK 와이번스, 캠프 분위기는 단연 최고

-이적생 최주환 “하루 만에 적응 완료…날 반겨준 동료들, 나를 아는 코칭스태프”

-키움에서 온 김상수 “김원형 감독님은 ‘찐’ 감독님, 권위 의식 전혀 없어”

웃음 가득한 신세계 캠프(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웃음 가득한 신세계 캠프(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

“새 팀에 와서 적응하는 데 하루도 안 걸렸어요.”

“팀 분위기에 깜짝 놀랐습니다.”

세상에 스프링캠프 때 분위기 나쁜 팀은 없다지만, 그중에서도 SK 와이번스를 인수한 신세계 이마트야구단은 특히 분위기가 좋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제주 서귀포에 캠프를 차린 이마트 야구단은 수만 가지 악재 속에 9위에 그친 지난 기억을 털어내고, 다시 특유의 즐겁고 활기찬 팀컬러를 되찾은 모습이었다. 선수들은 입을 모아 “이게 원래 우리 팀 분위기” “트레이 힐만 감독 시절의 분위기로 돌아간 느낌”이라 전했다.

팀 분위기가 정말 좋은지 확인하려면, 기존 선수보단 이적생에게 물어봐야 정확하다. 그래야 외부에서 바라본 객관적인 평가를 들을 수 있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강팀 두산에서 이적한 최주환, 그리고 선수들 간의 끈끈한 동지애 하나는 최고인 키움 출신 김상수의 생각은 어떨까.

이적생 이구동성 “팀 분위기 최고, 감독님 만나고 깜짝 놀라”

하루 만에 적응 완료했다는 최주환(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하루 만에 적응 완료했다는 최주환(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최주환은 지난겨울 4년 총액 42억 FA(자유계약선수) 계약으로 이마트에 합류했다. 15년 동안 몸담았던 팀을 떠나 새 둥지로 옮기는 게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거다. 바뀐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우려는 새 팀에 합류하자마자 눈 녹듯이 사라졌다. 최주환은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적응하는 데 하루도 안 걸렸다. 과연 내가 FA로 팀을 옮긴 게 맞나 싶었다”며 미소를 보였다.

“정말 놀랐습니다. 선후배 관계와 팀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놀랐어요.” 최주환의 말이다. “캠프 오기 전 가끔 야구장에 들렀을 때도 이재원, 고종욱 등 선수들이 정말 반갑게 맞아줬어요. 덕분에 캠프 첫날부터 적응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게 제일 좋았어요.”

이마트야구단에 와서 새 별명도 생겼다. “트로트 가수 진시몬 닮았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문근영 닮았단 얘기도 있고, 피구왕 통키라는 말도 들었어요. 피카츄도 있고, 주로 만화 캐릭터와 닮았다고 하더라고요.”

키움 선수단의 ‘정신적 지주’였던 김상수도 새 팀 적응을 일찌감치 끝냈다. 김상수는 “김강민 형부터 선배들이 반겨준 덕분에 새 팀에 와서도 낯설지가 않았다. 원래 알던 선수는 고종욱, 문승원 밖에 없었는데도 바로 적응할 수 있었다. 마치 계속 몸담았던 팀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포수이자 주장인 이재원의 노력도 긍정적인 팀 문화를 만드는 데 한몫한다고. 김상수는 “주장은 안 해본 사람은 절대 모른다. 주장 자리가 신경 쓸 것도 많고 힘든 점도 많은데, 재원이가 주장으로서 정말 많이 노력하더라. 덕분에 좋은 선수단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같다”고 추켜세웠다. 김상수는 2019년과 2020년 2년 연속 키움 주장을 맡았다.

이마트야구단의 ‘행복캠프’는 김원형 신임 감독과 코칭스태프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현역 시절부터 뛰어난 리더십으로 ‘미래 지도자감’이란 평가를 받았던 김 감독이다. 한 원로 야구인은 “투수인데도 전체를 아우르는 리더십이 좋고,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있었다”고 김 감독을 떠올렸다.

김상수는 “김원형 감독님 처음 오시고 깜짝 놀랐다” “한마디로 신세대 감독님이다. 옛날 감독님들의 보수적인 면이나 권위 의식이 없다. 감독이니까 선수들과 거리를 둔다거나, 무게를 잡는 모습이 전혀 없으시더라”고 전했다.

캠프에서 본 김원형 감독은 투수들 한 명 한 명과 마주칠 때마다 먼저 다가가 가벼운 농담을 하거나 용기를 주는 말을 건넸다. 김상수는 “감독님이 선수들에게 다가가시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찐 감독’님을 또 한 분 만나게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좋다”고 반색했다.

최근 2년간 이마트야구단 팀 분위기는 침울했다. 2019년 시즌 막판 극적인 추락을 기점으로 지난해 각종 악재와 성적 침체 속에 팀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한 선수는 “뭔가 족쇄가 채워져 있다가 누군가 와서 열쇠를 풀어준 듯한 느낌이다. 해방된 듯한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김상수는 “처음 왔을 때는 잘 느끼지 못했는데, 김 감독님이 오시고 캠프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몰라보게 좋아졌다. 힐만 감독님 시절이 가장 분위기가 좋았다고 하는데, 그때 그 느낌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최주환은 “한 팀에 15년간 있었으면 엄청난 시간인데, 팀을 옮겼다는 게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며 “김원형 감독님도 김민재 수석코치님도 두산에서 함께 있었던 분이라 나를 잘 알고, 믿고 맡겨주신다. 여러 가지가 엄청나게 잘 맞아떨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팀 이름도 유니폼도 다 바뀌지만…SK 특유의 팀 분위기 유지되길”

SK 투수진의 훈련 장면(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SK 투수진의 훈련 장면(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기존 선수들도 달라진 분위기를 느끼고 있다. 12년간 SK 한 팀에만 몸담은 1차지명 출신 좌완 김태훈은 “작년에는 모든 게 안 좋았다. 선수들끼리 해보려 해도 안 되는 분위기였다”고 돌아봤다.

“이제 나쁜 기억은 다 지워버리고, 원래 우리가 좋았을 때 모습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선수들이 다들 밝은 모습으로 야구장에서 즐기려 한다. 감독님도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와 주시고 장난도 치면서 분위기를 즐겁게 만들어 주신다”고 고개를 끄덕인 김태훈이다.

잠수함 투수 박종훈은 “김원형 감독님도 조웅천 코치님도 정말 남자답고 멋있는 분들이다. 또 제춘모 코치님은 마치 형처럼 투수들 분위기를 이끌어 주신다. 분위기가 나쁘려야 나쁠 수가 없다”며 “이제 SK라는 이름이 사라지고 신세계로 바뀌지만, 팀 명이 바뀐 뒤에도 지금의 분위기를 이어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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