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환, 추신수 가세한 신세계 타선…막강 홈런군단 구축

-상대적으로 마운드엔 물음표…김원형 감독도 투수진 역할 강조

-새 외국인 투수 폰트, 르위키는 합격점5선발 자리는 투수 4명이 치열한 경쟁

-불펜 승리조 구상 끝나…부상 선수 하재훈, 박민호 복귀하면 천군만마

신세계가 기대하는 투수 영건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신세계가 기대하는 투수 영건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

올 시즌 인천야구장에선 별마당도서관에 꽂힌 책보다 많은 홈런포가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FA(프리에이전트) 최주환에 추신수까지 영입하면서, 신세계 이마트야구단은 30홈런 이상 가능한 타자만 5명을 보유하게 됐다.

최주환은 시뮬레이션 결과 문학에서 30홈런을 때릴 수 있다는 계산이고, 추신수는 40홈런 이상도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정, 제이미 로맥, 한동민도 다들 한 시즌 40홈런 경험이 있는 슬러거다. 리그 9위로 추락한 지난해에도 팀 홈런만큼은 143개(4위)로 여전한 파워를 과시했던 홈런 군단. 올 시즌 상대 투수들은 악몽을, 홈 팬들은 홈런의 신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관건은 마운드다. 지난해 팀 평균자책 5.57로 전체 꼴찌에 그친 마운드를 살려야 상위권 도약을 꿈꿀 수 있다. 제주 서귀포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김원형 감독도 “공격 쪽에 큰 업그레이드가 이뤄지면서 기대치가 높아진 게 사실이다. 반면 마운드 쪽은 방망이만큼 보강이 이뤄지진 않았다. 투수력에서 조금은 분발해야 한다”며 마운드의 역할을 강조했다.

“폰트와 르위키 의욕 강해 흡족, 5선발 경쟁은 영건 4파전”

르위키의 불펜 투구(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르위키의 불펜 투구(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가장 중요한 건 외국인 투수 듀오의 역할이다. 지난해 닉 킹엄과 리카르도 핀토는 리그 최악의, 어쩌면 KBO리그 역사상 최악의 외국인 투수였다. 특히 핀토의 경우 나와서 던지면 던질수록 팀에 큰 해를 끼치는 투수였다.

전임자들이 워낙 수준 이하였기 때문에 새 외국인 투수 윌머 폰트와 아티 르위키가 ‘평균’ 이상의 역할만 해줘도, 신세계 이마트야구단으로선 투수력의 큰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만약 더 나아가 앙헬 산체스 수준의 활약을 해준다면 최상의 시나리오다.

일단 두 선수가 현재까지 보여준 모습은 합격점이다. 폰트는 벌써 최고 154km/h에 달하는 광속구를 뿌려대며 기대치를 한껏 높였다. 낙차 큰 포크볼의 위력도 수준급이다. 조웅천 투수코치는 “체격조건과 힘이 워낙 좋고 구위가 강력하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르위키는 볼 스피드는 140km/h 중후반대로 빠르지 않지만, 대신 타점이 높고 디셉션이 좋아 타석에서 볼 때 실제보다 공이 빠르게 느껴지는 효과를 낸다. 외국인 투수치곤 슬라이드 스텝도 수준급이고 커브 구사 능력도 좋다는 평가. 김원형 감독은 “두 선수 다 의욕이 굉장히 강하다. 하루라도 빨리 실전에서 타자들과 상대하고 싶어한다”고 했다.

국내 선발 원투펀치 문승원, 박종훈도 순조롭게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시즌 뒤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문승원은 빠른 속도로 회복해 최근 불펜 피칭까지 큰 무리 없이 소화했다. 아직 라이브 피칭까지 한 단계는 아니지만, 현재 회복 속도라면 개막 엔트리 진입도 노려볼 만하다. 박종훈도 지난해 약점이었던 슬라이드 스텝을 개선하는 데 성공해, 올 시즌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

5선발 후보 정수민(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5선발 후보 정수민(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5선발 자리는 4명의 투수가 경쟁한다. 이건욱과 정수민, 김정빈과 오원석이 후보다. 우완 2명과 좌완 2명이 한 자리를 놓고 연습 경기와 시범경기까지 치열한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김원형 감독은 “네 선수가 뚜렷한 장점을 갖추고 있어, 넷을 하나로 합쳐 놓으면 정말 투수가 탄생할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건욱의 장점은 선발 경험이다. 지난해 27경기(선발 25경기)에 등판해 122이닝을 던졌고 평균자책 5.68을 기록했다. 김 감독은 “현재 선발 후보 중에선 가장 선발 경험이 많은 선수다. 갑작스러운 제구 난조가 단점일 수 있지만, 구위나 슬라이더 제구 등 장점이 있다. 올 시즌 뚜껑을 열어보면 작년과는 또 다른 모습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딛고 돌아온 정수민은 지난 시즌 막판 1군에서 3경기 등판 기회를 가졌다. 15.2이닝을 던져 평균자책 1.15를 기록했고 이적 후 첫 승리도 거뒀다. 시즌 뒤 마무리캠프에서 캠프 MVP로 선정됐고, 최근 스프링캠프에서도 좋은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다.

김원형 감독은 “정수민은 갈수록 컨디션이 좋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속구와 포크볼의 단조로운 패턴이었는데 이제는 슬라이더와 커브도 간간이 섞는다”고 했다. 정수민도 “몸 상태가 아주 좋다. 구속도 최근 143km/h까지 올라왔다”며 “부상 위험을 줄이기 위해 주무기 포크볼을 두 종류로 구사한다. 팔에 무리가 덜한 그립을 새로 개발해서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2년 차 시즌을 맞는 좌완 오원석은 체중 증가를 통해 구속과 구위가 향상되는 효과를 거뒀다. 조웅천 투수코치는 “체중을 지난해보다 5kg가량 늘렸는데, 그러면서 공에 힘이 붙었다. 변화구 구사 능력이 있는 만큼, 좀 더 안정적으로만 던진다면 기대할 만 하다”고 했다. 오원석은 “속구 스피드가 2km/h 이상 향상됐다. 체인지업에 변화를 줘서 전보다 활용도를 높이려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셋업맨으로 활약했던 김정빈은 올 시즌 선발 전향을 시도한다. 기존에 구사한 체인지업, 슬라이더에 새롭게 커브까지 장착해 레퍼토리를 늘렸다. 김원형 감독은 “항상 구위는 합격점을 받는 투수다. 변화구 제구도 괜찮은데, 속구 제구만 좀 더 보완한다면 좋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어차피 144경기 장기레이스에서 선발투수 5명만으로 완주하긴 어렵다. 1군용 선발투수가 최소 8명은 있어야 시즌 중 생기는 선발투수의 부상과 부진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 김 감독도 “경쟁 선수 가운데 누가 첫 번째가 되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여기 있는 선수들을 시즌 중에 모두 활용할 것”이라 강조했다.

5선발 경쟁에서 탈락한 선수는 퓨처스리그로 내려가 선발 수업을 받는다. 김 감독은 “1군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대체할 수 있도록, 내려가는 선수들에 관해 1·2군 간에 확실하게 계획을 세울 예정”이라 했다. 후보 가운데 한 명 정도는 1군에서 스윙맨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스윙맨 쪽이 다소 약하다는 판단이 서면 선발 후보 중에 하나를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우리 마운드, 충분히 뭔가 해낼 능력 갖췄다” 김원형 감독의 확신

김원형 감독이 서진용과 불펜 투구 관련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김원형 감독이 서진용과 불펜 투구 관련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불펜 역시 마무리부터 6, 7, 8회 셋업맨 구상은 끝났다. 서진용이 일찌감치 마무리로 낙점된 가운데 김상수, 김태훈, 이태양이 승리조 역할을 할 전망이다. 5월 이후엔 박민호, 하재훈 등 재활 선수들이 돌아와 승리조에 합류한다.

지난 시즌 63경기에 등판해 8세이브 12홀드로 SK 마운드의 네덜란드 소년 역할을 했던 서진용은 올 시즌 9회를 책임진다. 김원형 감독은 “서진용은 단계적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작년 기준보다 훨씬 페이스가 빠른 편이고, 조만간 라이브 피칭을 소화할 예정”이라 밝혔다.

키움에서 이적한 김상수는 김 감독이 “우리 마운드의 유일한 전력 보강”으로 꼽은 키 플레이어다. 김상수는 “컨디션이 정말 좋다. 제주도에서 순차적으로 몸을 잘 만들어, 타이완에서 훈련한 작년 이맘때보다 훨씬 좋은 상태”라고 자신했다. 올 시즌 60경기 이상 등판, 두 자릿수 홀드가 김상수의 목표다.

김태훈은 최근 불펜피칭에서 143km/h가 나올 정도로 페이스가 좋다. 그는 “겨울에 준비를 열심히 했고, 라이브 피칭 때도 감이 좋았다”며 “중간에서 서진용까지 이어지는 역할을 잘 해내고 싶다”고 다짐했다. 김 감독 역시 “김태훈의 컨디션이 좋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적 후 첫 풀타임 시즌을 앞둔 이태양도 순조롭게 캠프를 보내고 있다. 이태양은 지난해 46경기에서 평균자책은 5.13에 그쳤지만 FIP는 4.61로 나쁘지 않았다. 올 시즌 등번호 17번을 추신수에게 주고, 15번을 달고 마운드에 선다. 어깨 부상으로 재활 중인 하재훈도 재활프로그램을 소화하며 시즌 중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여러 투수가 “하재훈의 몸 상태가 정말 좋다” “회복 속도가 빠르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지난해 57경기 평균자책 2.42로 불펜 에이스 역할을 했던 잠수함 박민호도 5월 이후 마운드에 돌아온다. 박민호는 시즌 뒤 손목 수술을 받고 재활군에서 훈련 중이다. 조웅천 코치는 “4, 5월 우리 투수들이 전력질주하다 페이스가 떨어졌을 때, 마운드에 합류할 자원이 있다는 건 큰 힘이 될 것”이라 기대했다.

여기에 20대 초반 젊은 투수 중에 1군 전력으로 올라서는 투수가 나온다면 금상첨화다. 조웅천 코치는 “젊은 투수들도 전체적으로 괜찮다. 150km/h대 빠른 볼을 던지는 김주온이 있고, 영건 이채호-최민준-오원석은 앞으로 우리 마운드를 이끌고 나갈 투수들이다. 세 선수는 잠수함-우완-좌완이라는 점에서 과거 박종훈-임정우-김태훈의 데뷔 초기가 떠오른다”고 기대감을 표현했다.

어쩌면 너무 강력한 타선 때문에 상대적으로 마운드가 저평가된 것인지도 모른다. 비록 지난 시즌엔 리그 꼴찌에 그쳤지만, 불과 한 시즌 전인 2019년만 해도 평균자책 1위와 WAR 1위로 리그 최강을 자랑했던 신세계 마운드다. 이제 김광현과 산체스는 없지만 외국인 듀오가 제몫을 하고, 부상 선수가 제때 돌아온다면 반등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우리 투수들은 충분히 뭔가 해낼 능력을 갖춘 투수들입니다.” 김 감독은 신세계 투수들의 저력을 믿고 있다. ‘방망이만 강하다’는 일부의 편견을 뒤집을 자신이 있다. “우리 투수력도 괜찮습니다. 할 수 있어요.”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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