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정든 키움 떠나 신세계 이적한 김상수 “제주 캠프 대만족”

-“팀 분위기 최고, 낯선 느낌 전혀 없어…김원형 감독님은 ‘찐 감독님’이죠”

-“원래 신세계 주주였다…야구단에 투자 많이 해서 리그 전체 발전했으면”

-“목표는 65경기 등판-두 자릿수 홀드…유튜브 통해 팬들과도 활발히 소통하겠다”

신세계 이마트야구단에서 새로운 출발을 다짐한 김상수(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신세계 이마트야구단에서 새로운 출발을 다짐한 김상수(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

올겨울 투수 김상수는 야구 인생에서 가장 큰 변화를 겪었다.

과거 삼성에서 히어로즈로 팀을 옮긴 것도 큰 변화긴 했지만, 당시엔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변화였다. 그러나 이번엔 스스로 변화를 선택했다. 11년간 몸담은 정든 팀을 떠나 새롭고 낯선 환경에 과감하게 도전했다. 가보지 않은 길이라 앞에 무엇이 놓여 있을지 알 수 없기에,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다행히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김상수는 한 발 한 발 새로운 길을 순조롭게 밟아가고 있었다. 가족적이고 즐거운 팀 분위기와 동갑내기 포수 이재원의 적극적인 도움 속에 짧은 시간 빠르게 팀의 일원으로 자리잡았다. 고참 선수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김원형 감독, 조웅천 투수코치와도 마음이 척척 들어맞는다. 인터뷰 내내 김상수는 ‘너무 좋다’와 ‘최고’라는 최상급 표현을 자주 썼다.

신세계 이마트로의 팀명 교체도 김상수는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원래부터 신세계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그는 이번 신세계의 창단이 야구단과 프로야구가 한층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세계의 적극적인 투자와 추신수의 합류로 죽어가는 야구의 인기가 살아났으면 한다는 바람도 얘기했다.

인터뷰 중에 김상수는 SK라는 이름과 신세계라는 이름을 섞어가며 사용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을 찍을 땐 SK 점퍼를 벗어야 할지, 계속 입고 있을지 잠시 고민하기도 했다. 아직은 낯설고 헷갈리지만, 서서히 변화에 적응하는 중인 김상수와의 인터뷰는 제주 서귀포시 강창학종합운동장에서 진행됐다.

김상수의 대만족 “신세계 팀 분위기 최고…김원형 감독님은 ‘찐 감독님’”

김상수의 불펜 피칭(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김상수의 불펜 피칭(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제주 서귀포 스프링캠프도 어느덧 한 달이 다 돼 갑니다. 말로만 듣던 ‘제주에서 한 달 살기’, 실제로 해보니 어떻던가요.

전 너무 좋았어요. ‘제주도가 이렇게 좋았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굳이 어디 멀리 외국까지 갈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만큼 좋았습니다.

여기선 저녁 시간이나 휴식일에 주로 뭘 하며 보내나요.

맛집 탐방이죠. 숙소 주위에 맛집이 정말 많습니다. 제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도 올렸는데 텐동 파는 가게도 맛있었고, 낙지집도 좋았어요. 회도 맛있었고요.

훈련은 잘 되갑니까.

생각보다 훨씬 좋아요. 단계별로 몸을 차근차근 잘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국내 캠프지만 오히려 타이완에서 몸을 만든 작년보다 더 좋은 것 같아요.

신세계 이마트야구단 캠프 분위기가 그렇게 좋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요.

너무 좋죠. 처음 왔을 때부터 김강민 형부터 최정 형까지 다들 반겨주셔서 전혀 낯설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어요. 계속 함께 해왔던 팀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코치님들도 바로 적응할 수 있게 도와주셨고요, 무엇보다 주장인 (이)재원이가 정말 노력을 많이 하더라고요. 저는 주장을 해봤으니까 알잖아요. 그게 얼마나 힘든 자리인지.

이재원 포수와 호흡은 맞춰봤습니까.

참 좋은 포수인 것 같아요. 대화를 많이 나누는데 진실하게 얘기해주고 정확하게 판단해 줍니다. 공부도 많이 하더라고요. 캠프에 와보니까 포수-투수 대화의 시간이 있더라고요.

대화의 시간이요?

재원이가 만들었다고 하는데, 포수들이 모인 방에 투수가 한 명씩 가서 올 시즌 구상을 얘기하는 자리입니다. 가서 ‘나는 이런 유형의 투수고 이러저러한 식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걸 좋아한다. 포수가 이렇게 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제 얘기를 했고, 그걸 들으면서 포수들이 열심히 메모하더군요.

김원형 감독과 한 팀이 된 건 처음이죠?

감독님, 감사하죠. 뭐라고 해야 할까, 신세대 감독님? 신세계 감독님이라 해야 할까요. 예전 감독님들의 권위 의식 같은 게 없어요. 나는 감독이니까 선수들과 거리를 둬야 한다거나 무게를 잡거나 하시는 모습이 전혀 없습니다. 먼저 선수에게 다가와 주시고, 한 마디라도 건네고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장정석 감독님(KBSN 스포츠 해설위원) 이후에 또 한 분의 ‘찐 감독님’을 만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레전드 불펜투수 출신 조웅천 투수코치도 있잖아요.

조 코치님도 진중하시고, 선수들을 진심으로 위해주셔서 선수 입장에서 감사하죠. 확실히 그런 거 같아요. 선수 시절 고참 생활을 해본 감독, 코치님들이 고참의 중요성을 잘 아시고, 베테랑들을 좀 더 믿어주시는 것 같습니다. 안 해본 사람은 잘 모르거든요. 고참 선수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다른 것 같아요. 정말 좋습니다.

‘신세계 주주’ 김상수의 청원 “정용진 대표님, 야구단에 많은 투자 부탁드립니다”

즐겁게 훈련하는 김상수(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즐겁게 훈련하는 김상수(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키움 히어로즈 선수들이 서운해하지 않던가요.

요즘도 전화가 와요. 선수들은 물론이고 직원들, 불펜 포수들에게서 매일 연락이 옵니다. ‘생각나서 전화했다’ ‘형이 없으니까 빈자리가 크다’는 얘길 들으면 가슴이 뭉클하죠. 어제도 박정음이, 불펜포수 염은호가 전화했고 며칠 전에는 (서)건창이랑도 통화했고요.

히어로즈에서 참 오랜 시간을 보냈죠.

10년, 거의 11년을 몸담았죠. 너무 익숙하고, 선수들과 가족처럼 지냈으니까요. 주장도 2년 동안 했었고.

팀을 옮기면서 주장이라는 짐을 내려놨습니다. 홀가분한가요.

주장은 아니어도, 많은 돈을 받고 왔으니까 그에 대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사인&트레이드 당시엔 SK 와이번스와 계약했는데, 막상 오고 나니 신세계 이마트로 팀이 바뀌었습니다. 신세계가 인수한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을 받았나요.

어떻게 보면 SK의 마지막 선수가 되고, 신세계의 첫 번째 선수가 된 셈이잖아요. 전 좋습니다. 야구에 투자하려는 좋은 목적으로 KBO리그에 들어온 구단 소속이면 선수 입장에선 좋은 일이죠. NC 다이노스 보세요. 구단주님이 야구를 좋아하고, 선수들을 좋아하고, 우리 선수들을 위해 뭘 해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만큼 선수들에게 좋은 일이 또 있겠어요.


듣고 보니 그렇네요.

돈을 많이 주고 적게 주고를 떠나 선수들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구단이 있어요.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죠. 반대로 어떡하면 돈을 적게 줄까, 돈을 한 푼이라도 아낄까, 데이터를 이용해 선수 가치를 다운시킬지 궁리하는 데서 야구하면 선수들이 불쌍하죠.

‘우리 팀이 신세계로 바뀌는구나’ 가장 크게 실감할 때는 언제입니까.

매일 커피 주잖아요(웃음). 또 하나는 주가가 계속 올라가는 게 보이더라고요. 이마트랑 신세계 주가가 쭉쭉 올라가는데, 제가 원래 주식에 관심도 많고 신세계 주식도 갖고 있다 보니 주가 상승에 눈길이 가더라고요.

신세계 주주였습니까.

구단 인수 때문이 아니라, 원래부터 신세계 주식을 갖고 있었어요. 물론 몇 주 안되긴 하지만…(웃음) 주식 때문에 이런저런 공부를 했는데, 신세계가 하는 사업들이 괜찮다고 판단했거든요. 그런데 마침 팀을 옮기고, 신세계가 야구단을 인수하면서 이렇게 또 인연이 됐네요.

선수들도 주식을 하는군요.

선수들은 장기 투자 개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아침부터 밤중까지 수시로 들여다보고, 스트레스받고, 야구장에서까지 주식 들여다보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요. 저는 아침에 한 번 보고, 밤에 자기 전에 한 번 확인하고, 딱 그 정도만 하고 있습니다.

주주이자 선수 입장에서 야구단을 인수한 신세계에 바라는 게 있다면 무엇입니까.

정용진 대표님께서 많은 투자를 해주셔서 선수들이 좋은 환경에서 야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신세계 같은 팀이 많이 나왔으면 해요. 정용진 대표님, 김택진 대표님 같은 분들이 기존과는 다른 야구단 운영을 보여주셔서, KBO리그의 다른 팀들도 변화했으면 좋겠어요.

야구판을 굉장히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군요.

솔직히, 이제는 야구단 운영에 관심 없는 기업은 빨리 다른 기업에 넘겨줬으면 좋겠어요. 관심 없는 회사보다는 막 치고 올라가는 기업들 있잖아요, 야구단을 필요로 하는 회사들. 그런 회사들이 들어와서 운영을 잘 해서 KBO리그가 치고 올라갔으면 합니다. 요번 부산 시장 후보님들도 말로만 공약하지 말고 야구장 공약 좀 꼭 실천하시길 바라고요(웃음).

야구가 걱정됩니까.

야구 인기가 점점 죽어가는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대기업도 손을 떼는 시기가 왔다는 건, 야구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증거일지 몰라요. 안타깝죠. 그래도 엄청난 선수 한 분이 오시니까 기대를 걸어 봅니다. 그분이 오셔서 사람들이 야구에 관심을 갖게 되고, 코로나19가 빨리 잡혀서 야구 붐이 일어났으면 좋겠어요. 마침 백신 접종도 시작됐으니까, 하루빨리 팬들이 야구장에 오실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65경기-두 자릿수 홀드 목표…유튜브 통한 팬서비스도 기대해 주세요”

잠시 고민한 뒤, 김상수는 SK 와이번스 점퍼를 입고 사진을 찍었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잠시 고민한 뒤, 김상수는 SK 와이번스 점퍼를 입고 사진을 찍었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FA 계약 첫 시즌입니다. 중요한 첫해를 맞아 변화를 준 부분이 있습니까.

변화보다는 멘탈이 중요한 것 같아요.

멘탈이요.

작년엔 멘탈이 흔들렸고, 심적으로 힘들었습니다. 올해는 멘탈 문제만 없다면 훨씬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컨디션 잘 유지하면서 제 공만 던진다면, 무난하게 60경기 이상은 나오지 않을까요. 기왕이면 5경기 더해서 65경기면 더 좋겠죠. 두 자릿수 홀드는 기본이고요. 팀에서도 그 정도는 해줄 거라 생각하고 데려왔을 테니까요.

사실상 올겨울 신세계 야구단의 유일한 투수 외부영입 선수입니다. 그만큼 구단에서도 김상수 선수에게 거는 기대가 클 겁니다.

사실 우리 팀이 작년에는 안 좋았잖아요. 올해는 다를 것 같아요. (하)재훈이도 공 던지는 것 보니 페이스가 올라오는 것 같고, (김)태훈이도 작년을 만회하려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제가 중간 역할을 잘하면서 기둥을 잡아주면, 팀이 다시 치고 올라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안락하고 익숙한 환경을 떠나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습니다. 기대와 걱정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큰가요.

기대감이 크죠. 과연 신세계야구단에선 어떤 팬들과 만나게 될지도 기대되고, 추신수 선배가 와서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지도 궁금합니다. 문학 홈구장을 쓰면서 뜬공 투수인 제가 얼마만큼 이겨낼 수 있을지도 솔직히 궁금해요. 여러모로 기대가 큽니다.

부담은 없습니까.

너무 욕심내지 않으려고요. 사람이 너무 잘하려다 보면 꼭 ‘악수’를 두게 되더라고요. 첫 시즌이라고 부담을 갖기보단 딱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평균만 맞춰보자는 생각으로 임할 겁니다. 꾸준한 선수가 되고 싶어요. 첫해만 잘하고 2년 차부터는 못하는 게 아니라, 첫해부터 마지막 해까지 꾸준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슼튜브, 아니 이제는 ‘쓱튜브’에서 활약을 기대하는 팬들도 많습니다. 과거 히어로즈 시절 구단 자체 콘텐츠에서 보여준 ‘저세상 텐션’을 쓱튜브에서도 만날 수 있을까요.

처음 팀을 옮겼을 때 팬들께서 환영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유튜브에서 노래하는 모습도 좋아해 주셔서 다행이었고요. 가능하면 야구 외적으로도 팬들에게 많은 재미를 드리고 싶어요. 선수가 야구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팬들과 소통하고 팬들이 팀을 더 사랑할 수 있게끔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세상이 바뀌었잖아요. 야구 잘하면 잘하는 만큼 팬들에게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후배들에게도 항상 강조하는 부분입니다.

다행히 신세계 야구단에는 김상수 선수처럼 팬과 미디어 친화적인 선수가 많습니다.

맞아요. 선수들이 준비가 잘 돼 있더라고요. 또 유튜브 팀이 구단 내에 따로 있어서, 같이 재밌는 걸 많이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이디어가 많아요. 재미있는 콘텐츠를 많이 준비하고 있으니까, 팬 여러분 기대해주세요(웃음).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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