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정상급 불펜으로 우뚝 선 ‘3년 차’ LG 투수 정우영

-“감독님 덕분에 시즌 준비 순항, 강한 좌타자 상대도 욕심나.”

-“많은 이닝 부담? 올 시즌 좋은 불펜 투수들 많아서 골고루 던질 듯”

-“홀드왕 하려면 최소 30홀드 이상 목표, LG 우승도 2021년이 적기”

LG 투수 정우영은 20홀드를 넘어 30홀드 달성과 함께 홀드왕을 노리겠단 당찬 각오를 밝혔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LG 투수 정우영은 20홀드를 넘어 30홀드 달성과 함께 홀드왕을 노리겠단 당찬 각오를 밝혔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

프로 3년 차 LG 트윈스 투수 정우영의 입은 거침이 없다. 물론 누군가를 자극하거나 끝도 없이 자만한다는 뜻이 아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 빼는 것이 없는 솔직한 표현과 함께 프로 선수로서 명확한 목표를 당당하게 내뱉을 줄 안다.

정우영은 데뷔 첫해인 2019시즌(56경기 등판 4승 6패 1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 3.72 38탈삼진) 1997년 LG 이병규 타격코치 이후로 22년 만에 LG 선수로서 신인왕 자리에 올랐다. 2020년에도 2년 차 징크스는 없었다. 정우영은 2020시즌 65경기에 등판해 4승 4패 5세이브 20홀드 평균자책 3.12 59탈삼진으로 한층 더 진화한 잠수함이 됐다.

1년 전 잠시 꿈꿨던 선발 전환의 뜻을 접은 정우영은 2021시즌 리그 최고의 불펜 투수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그 목표를 위해 달성해야 할 숫자도 뚜렷하다. 30홀드 이상 달성으로 홀드왕 수상, 그리고 팀 우승까지. 엠스플뉴스가 당당하게 2021년 버킷리스트를 공개한 정우영의 얘길 직접 들어봤다.


-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준비해라." 류지현 감독 배려에 감사했던 정우영 -

정우영은 류지현 감독의 배려 아래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2021시즌을 준비 중이다(사진=LG)
정우영은 류지현 감독의 배려 아래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2021시즌을 준비 중이다(사진=LG)

스프링캠프 첫 실전 등판에서 기분 좋은 결과가 나왔다.(정우영은 3월 16일 고척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연습경기에서 첫 실전 등판에 나서 1이닝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몸을 천천히 끌어 올려 조금 늦게 실전 투구에 나섰다. 솔직히 기대가 컸는데 예상보다 더 좋은 과정과 결과가 나와서 만족스러웠다. 류지현 감독님께서 캠프 시작부터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상관없다고 하셔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시즌을 준비했다.

캠프 투구 페이스가 살짝 늦은 편인데 개막전에 맞추는 건 문제가 없나.

아직 라이브 피칭 한 차례, 연습경기 등판 한차례라 실전 등판 숫자가 적긴 하다. 그래도 몸 상태에 전혀 문제가 없다. 시범경기부터 계속 나간다면 개막전에 충분히 맞출 수 있을 듯싶다.

선발 전환 이슈가 있었던 1년 전과 비교하면 무난한 준비 흐름처럼 보인다.

1년 전엔 선발 전환을 준비한다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다가 꼬인 느낌이 있었다. 또 커브를 연마하거나 팔 각도를 조절하면서 헤맨 적도 많았다. 캠프 초반 감독님과 사우나에서 마주쳤는데 지난해 헤맨 만큼 하고 싶은 야구를 준비하라고 말씀하셔서 큰 힘이 됐다. 더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

이제 자신에게 맞는 투구 자세라는 확신을 느끼는 건가.

투구 자세 문제엔 정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에게 맞는 자세가 있다고 보는데 지난해 시즌 중간에 팔 각도를 낮추려고 하니까 오히려 더 안 풀리더라. 투구 버릇도 노출됐다. 다행히 가을야구 전에 좋았던 투구 자세를 찾아서 좋은 결과까지 나왔다. 지금 이 투구 자세가 나에게 맞겠다고 확신이 들었다.


- "최형우·김재환·추신수 선배님과 붙어보겠다." 좌타자 트라우마 극복 도전한다 -

정우영은 최근 2년 동안 불펜에서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사진=LG)
정우영은 최근 2년 동안 불펜에서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사진=LG)

2019시즌 65.1이닝에 이어 2020시즌에도 75이닝으로 2년 연속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우려의 시선도 있는 가운데 이닝 소화 숫자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2019~2020시즌 동안 LG 마운드에서 총 100이닝을 넘긴 순수 불펜 투수는 정우영(140.1이닝)과 고우석(112.2이닝) 둘 뿐이다)

그만큼 내가 팀에서 필요한 존재였다고 생각한다. 경기에 많이 나가다 보니까 힘이 떨어진 느낌은 들었다. 그래도 안 좋을 때 마운드에 올라가 공을 던지면서 다시 좋았던 감각을 찾아야 한단 말엔 공감했다. 올 시즌에도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싶은데 팀에 좋은 불펜 투수들이 정말 많다. 지난해와 달리 올 시즌엔 골고루 이닝을 소화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개인적으로는 시즌 끝까지 안 아프게 공을 던지도록 준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겠다.

입단 동기인 이정용 선수도 함께 큰 기대를 받는 시즌이다.

지난해 입단 동기들과 함께 처음으로 1군에서 같이 있으니까 정말 좋았다. 나름대로 선의의 경쟁도 펼친 듯싶다. 룸메이트라 야구 얘길 자주 나누는 (이)정용이 형도 충분히 필승조에 들어갈 수 있다고 본다.

구종 추가에 대한 욕심은 확실히 버렸나.

오래전부터 구종 추가를 고민했다. 그래도 지금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새로운 걸 시도하다가 기존에 좋았던 점까지 잃어버릴 수 있다는 걸 1년 전에 느꼈다. 원래 보유한 구종을 더 잘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항상 꼬리표처럼 붙었던 문제가 좌타자 상대 경쟁력이다. 2019시즌(좌타자 상대 피안타율 0.277)보다는 2020시즌(좌타자 상대 피안타율 0.189)에 더 발전하는 투구는 보여줬다.

조금 발전했다고 해도 여전히 사사구(2020시즌 20개) 개수가 많은 편이다. 좌타자 상대로는 타자가 맞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제구가 안 되는 상황이 계속 나왔다. (유)강남이 형이 가운데를 보고 던지면 어차피 못 친다고 조언해주셨는데도 부담감이 있더라. 결국, 시즌 막판에 가운데만 보고 던지니까 좌타자 상대로 결과가 좋아졌다. 그래서 올 시즌 감독님에게 따로 부탁드린 게 있다.

어떤 부탁인가.

최형우 선배님이나 김재환 선배님처럼 강한 좌타자와 자주 붙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좌타자 상대로 기회를 더 얻고 싶다. 특히 추신수 선배님과 맞대결도 기다린다. 무언가 결과를 기대하기보단 선배님이 내 공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실지 궁금하다. 어려운 상황에서라도 한번 맞붙어보고 싶다.


- 30홀드와 홀드왕, 그리고 LG 우승, 2021년 당차게 내민 정우영의 버킷리스트 -

2019년 신인왕 수상 뒤 소감을 말하고 있는 정우영. 2021년 정우영은 홀드왕 수상 소감을 준비하고자 한다(사진=엠스플뉴스)
2019년 신인왕 수상 뒤 소감을 말하고 있는 정우영. 2021년 정우영은 홀드왕 수상 소감을 준비하고자 한다(사진=엠스플뉴스)

2020시즌 프로 2년 차에 첫 시즌 20홀드를 달성했다. 2021시즌 정우영이 밟고 싶은 다음 고지는 무엇인가.

개인 타이틀에 욕심이 있는 편이라 홀드왕을 노리고 싶다. 지난해엔 (진)해수 형이 나보다 홀드 기록(22홀드)이 2개 더 많았다. 기록을 보는 걸 좋아하는데 팀 내에서 홀드 1위를 할 수 있도록 선의의 경쟁을 펼치겠다. 홀드왕을 하려면 최소 30홀드는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 이상 기록까지 얻는다면 더 좋을 듯싶다.

팀 입단 뒤 2년 연속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하지만, 2년 연속으로 와일드카드 결정전 통과 뒤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2021년 LG 가을야구는 어떤 그림을 그렸으면 좋겠나.

2021년은 정말 ‘적기’라고 표현하고 싶다. 올해만큼은 정규시즌 1위를 달성해 다른 팀들이 가을야구를 하는 걸 여유 있게 지켜보고 싶다. 정상에서 기다리겠다.

이제 단순히 가을야구 진출을 넘어 우승 도전에 대한 자신감이 LG 선수단 전체에 느껴지는 듯싶다.

최근 2년 동안 포스트시즌을 경험하면서 어떻게 보면 당연히 가을야구는 간다는 팀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그래서 올 시즌엔 무조건 가장 위에 있고 싶은 마음이다. 말로만 우승이 아니라 진짜 우승을 해보고 싶다. 모두 우승 욕심을 보인다. 이젠 진짜 (우승을) 할 수 있다는 느낌이다. 2021년 들어 진짜 그런 기운을 느낀다. LG 팬들이 오랫동안 보내주신 사랑에 이젠 보답해야 할 때가 됐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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